
몇 달 전 언니는 지인과 식사를 하고 나오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조카의 다급한 목소리에 병원 응급실로 급히 달려갔더니, 뇌출혈이었다. 의사는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큰 일 날 뻔했다고 했다. 언니는 평소에 간간이 운동도 하고 별 증상이 없었기에 본인은 물론 주변 가족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다만 언니는 은퇴할 나이임에도 계속 도넛샵을 운영하며 일을 해왔다. 더구나 최근에는 일하던 종업원이 그만두어서 하루도 쉬지 않고 몇 달 동안 무리를 한 것 같았다. 사실 뇌출혈이나 뇌졸중 같은 경우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가 있는 경우 발생할 확률이 높지만, 아주 정확한 원인은 신경외과 닥터들도 잘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잠을 제대로 못자는 등, 장기간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에 가장 위험하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다행히 언니는 일찍 병원으로 이송이 되어, 출혈 부위는 색전술을 하고 중환자실로 입원하게 되었다. 천만다행으로 다음날 언니는 의식이 돌아왔고, 마비 증상도 없어 보여서 가족들은 일단 안심을 했다. 그런데 닥터는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다른 곳에서 추가 뇌출혈이 생길 수도 있고, 다른 주요 사인이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지켜보아야 한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언니는 거의 3주일을 중환자실에서 보내고 재활병원을 거쳐 요양병원에 머무르게 되었다. 어찌된 연유인지 회복과정에서 왼쪽다리 무릎관절이 펴지지 않아서 걷지를 못하는 상황이 된것이다. 물리치료는 계속 받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뇌압 때문에 강도 높은 치료를 할수 없기 때문이란다. 이래저래 시간은 흐르고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답답하기 그지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흔히 뇌질환도 전조증상이 있다고 한다. 망치로 때리는 듯한 심한 두통과 구토 오심, 편측 마비, 언어 및 발음장애나 시력 장애, 한쪽 눈만 감기거나 더블 비전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런 전조증상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응급실로 실려간다. 그런 후, 왜 이런 일이 갑자기 자신에게 발생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그나마 빨리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면 다행인데, 몇 분 차이로 생사의 기로에도 설 수 있으니 참으로 무서운 질환이 아닐 수 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을 우리는 수없이 듣고 산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피할 수가 없는 것이 크고 작은 병들이다. 건강에 대한 정보와 보조식품, 영양제가 차고 넘치는 시대이지만, 어쩐 일인지 아픈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뇌질환이 위험한 건, MRA등 뇌영상을 찍지 않는 한 그 속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이웃에 살던 할머니 한 분이 동네 산책을 할 때 자주 넘어지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뇌종양이었다. 그런데 그분은 한동안 무릎이 안 좋은 것으로 여기고 한약방에 침을 맞으러 다니거나, 정형외과 의사만 찾아다녔다.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의 주체 보스가 뇌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뇌에 관해선 거의 의식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소중하지않는 신체 부위가 없겠지만, 뇌 질환이 발생하면 일상이 너무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나는 이번에 절감했다. 신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으니 이보다 더 답답한 일이 없다.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해지며, 삶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언니는 가족과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점점 나아지고 있다. 아니 나아지리라고 믿는다. 다만 기도와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백세 시대라지만, 화두는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것이다. 수명이 다 할때 까지 두 발로 걷고, 일상이 가능한 삶이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글은 이렇게 쓰지만 나 역시 평소 관리를 그렇게 썩 잘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반성 중이다. 규칙적으로 하는 일엔 영 소질이 없어서, 운동도 다이어트도 늘 들쑥날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피의 법칙은 왜 그렇게 자주 발동하는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했다. 이 가을 부디 아무도 아프시지 말기를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