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료·물병은 아이가 고르고 목표도 함께 세우면 … 부모의 본보기도 도움
아침에 가득 채워 보낸 물병이 저녁에 거의 그대로 돌아오는 날이 있다. 왜 물을 안 마셨느냐고 물으면 아이는 쉬는 시간에 노느라 잊었다거나 물은 맛이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잔소리를 하면 그날 하루는 몇 모금 마셔도 다음 날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쉽다.
방과 후 운동까지 하는 아이라면 부모의 걱정은 한층 더 커진다. 물 마시기도 결국 습관의 문제다. 억지로 마시게 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물병에 손을 뻗도록 이끄는 방법을 정리했다.
■ 맛보다 재미가 먼저

아이들이 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맛도 색도 없다는 점이다. 조금만 손을 보면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레몬과 오이, 딸기와 바질, 라임과 민트, 오렌지와 블루베리처럼 과일이나 채소, 허브를 넣은 물이 대표적이다. 재료를 깨끗이 씻어 넣고 30분 이상 두면 향이 우러나며, 만든 물은 하루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과일이나 허브를 얼음틀에 얼려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식용 색소를 한 방울 더하면 알록달록해진다. 식탁에 늘어놓은 얼음 가운데 아이가 직접 골라 컵에 넣게 하면 물 한 잔이 작은 놀이가 된다. 다만 어린아이에게 줄 때는 재료를 작게 자르고, 4세 이하는 얼음이 목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단맛을 내려고 설탕이나 시럽을 넣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향이 진한 재료로 시작해 점차 양을 줄여가면, 아이가 맹물에도 조금씩 익숙해질 수 있다.
■ 스스로 고를 때 더 잘 마신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과일 물에 넣을 재료를 아이가 고르게 하고, 물병도 좋아하는 색이나 이름 스티커를 붙인 것으로 직접 고르게 해볼 수 있다. 찬물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보냉 물병이, 가방에 넣고 다니기 버거워하는 아이라면 가벼운 작은 물병이 나을 수 있다. 자기가 고른 물건에는 애착이 생기고, 그만큼 손이 한 번 더 가기 마련이다.
물 마시는 시간을 언제로 할지 아이와 의논해 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 정한 약속은 부모가 정해준 규칙보다 오래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라면 정수기나 물통에서 직접 물을 따라 마시게 하는 것도 좋다. 스스로 해냈다는 경험이 즐거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박이나 딸기, 오이처럼 수분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간식으로 내거나, 이를 갈아 스무디를 만들고 남은 것을 얼려 아이스바로 즐기는 것도 가족이 함께 해볼 만한 활동이다.
■ 부모가 먼저 보여주기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행동을 보고 배우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식사 때나 외출할 때 물병을 챙기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따라 하기 쉽다. 아이 물병 옆에 부모의 물병도 나란히 두고 함께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나 주말 나들이에도 가족 모두 물병을 챙기는 것을 당연한 일로 만들면, 아이에게도 물병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집 안 환경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냉장고에 탄산음료나 단 음료가 가득하면 아이가 물을 고르기 어렵다. 몸에 좋아 보이는 스포츠음료나 과일 주스도 자주 마시면 물과 멀어지게 할 수 있어 양을 조절하는 편이 좋다.
물을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두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아침 식사와 하교 직후, 저녁 식사 때처럼 물 마시는 시간을 일과 속에 정해두면 잊어버리는 일도 줄어든다.
■ 목표는 아이와 함께

어느 정도 큰 아이라면 스스로 목표를 세우게 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물을 포함한 하루 음료 섭취량으로 4~8세는 약 5컵, 그보다 큰 아이는 7~8컵을 권하고 있다. 1컵은 8온스, 약 240ml다. 이 양을 기준으로 냉장고 화이트보드에 하루 마신 컵 수를 적고, 목표를 채우면 작은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물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이유를 알면 아이도 스스로 챙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 땀을 많이 흘린 날에는 평소보다 물이 더 필요하고, 목이 마르기 전에 틈틈이 마셔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다. 학회는 땀이 날 만큼 활발하게 움직일 때 9~12세는 20분마다 3~8온스 정도를 마시도록 권하고 있다.
소변 색이 진한 노란색이면 물이 부족하다는 신호라는 것도 함께 일러주면, 아이가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자기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물을 충분히 마셨을 때 소변은 투명에 가까운 연한 노란색을 띤다.
오늘 저녁에는 아이와 함께 물병을 열어 남은 양을 확인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