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속도 조절에도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에 시장 요동
잡히지 않는 물가·강한 경기 속 가계 이자 부담 가중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연준이 12월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 확산된 영향이다.
이번 동결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튿날 발표된 경제 지표에서도 물가 오름폭은 커지고 경기는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10월 28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75~4%로 유지했다. 기준금리는 시중 은행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정책 금리다. 연준은 지난 9월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이번에는 속도 조절에 나섰다. 동결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 금리 상승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는 결정 방식부터 다르다. 기준금리는 연준이 정책적으로 결정한다. 반면 각종 대출 금리의 바탕이 되는 국채 금리는 투자자들의 거래를 통해 시장에서 정해진다. 국채 금리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 지급하는 이자율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물가와 경제 성장, 연준의 정책 방향을 미리 반영해 국채 금리를 매긴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시장이 물가 고공행진이나 추가 인상을 예상하면 시장 금리는 오를 수 있다. 이번 금리 상승도 이 같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자동차 할부와 신용카드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8일 5.045%로 상승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5.364%로 올랐다. 반면 연준의 정책 결정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726%로 소폭 하락했다. 장기 국채 금리는 이달 초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주 기술주 급락으로 안전자산인 국채에 자금이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하락한 바 있다.
◈ 카드 이자 부담 당분간 이어질 듯
연준 기준금리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신용카드와 신차 할부 금리다. 투자자들이 내년까지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어 당분간 이자 부담 완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Bankrate)에 따르면 10월 21일 기준 신용카드 평균 금리는 19.70%로 집계됐다. 9월 16일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한 달 사이 0.1%포인트가량 상승했다. 12월 추가 인상이 단행되면 카드 금리도 뒤따라 오를 가능성이 있다.

◈ 잡히지 않는 물가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연준은 성명에서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추가 경제 지표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최근 에너지 비용 상승을 언급하며 물가가 너무 높다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률은 5년 넘게 목표치를 웃돌고 있으며, 최근 들어 오름폭은 오히려 커졌다. 연방 상무부가 29일 발표한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한 달 새 0.5% 올라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이 지표의 1년 전 대비 상승률은 3.6%다. 변동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PCE 상승률도 3.1%로 3%를 넘어섰다.
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에너지다. 휘발유 등 에너지 상품 가격은 한 달 만에 9.2% 치솟았다. 에너지와 주거비를 뺀 서비스 가격도 0.4% 올랐다. 물가 상승 압력이 에너지 부문과 이란 전쟁의 여파를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예상보다 강한 경기
금리를 올리면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그 결과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하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9월 소비 지출도 0.5% 늘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3.4% 성장해 시장 전망치 3.1%와 2분기 성장률 2.2%를 모두 웃돌았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해고도 드물다. 10월 24일까지 한 주 동안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4,000건으로, 1960년대 후반 이후 거의 볼 수 없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도 이번 성명에서 경기 평가를 9월보다 한 단계 상향했다. 워시 의장은 고용 상황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경기 호조가 인공지능(AI) 투자를 넘어 여러 분야로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AI 투자 열풍도 경기를 떠받치고 있다. 3분기 민간 투자는 19.4% 급증했고, 이 가운데 장비 투자는 20.9% 늘었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설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투자 자금 가운데 차입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AI 열풍이 이끈 주가 상승은 고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키웠다. 연준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가 강하면 소비와 투자가 이어지면서 물가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세도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웠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로버트 캐플런(Robert Kaplan) 골드만삭스 부회장은 금리 인상으로 원유 공급을 늘릴 수는 없지만, 수요를 억제해 경유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 가격으로 번지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연준 내부도 엇갈린 시각
이번 결정에는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 가운데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리사 쿡(Lisa Cook) 연준 이사와 베스 해맥(Beth Hammack)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다. 두 사람은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쿡 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한 것은 2022년 연준 합류 이후 처음이다. 그는 AI 투자가 이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거듭 밝혀왔다. 쿡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법적 공방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신청서 기재 내용과 관련한 의혹을 들어 해임을 추진해왔으며, 쿡 이사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해맥 총재는 지난 7월에도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지금 소폭 조정해야 향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폭 인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당시 함께 인상을 주장했던 로리 로건(Lorie Logan)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닐 카시카리(Neel Kashkari)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번에는 동결에 찬성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필립 제퍼슨(Philip Jefferson) 연준 부의장과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경제 여건상 다음 조치를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투자회사 브린모어 트러스트(Bryn Mawr Trust)의 앤드루 데이비스(Andrew Davis) 투자전략 책임자는 “경제가 둔화하고 있지만, 둔화하는 것과 무너지는 것은 다르다”며 9월 인상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 고위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윌리엄 잉글리시(William English) 역시 추가 인상은 필요하지만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 12월 9일 회의가 분수령
시장은 12월 9일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2027년에도 한두 차례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결론은 아직 열려 있다. 워시 의장은 12월 결정에 대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다. 위기 상황이 아닌 한 향후 금리 방향을 미리 제시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내린 이번 결정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도 강조했다. 워시 의장을 지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연준 회의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 연 8회 회의 체제는 유지하되, 2027년에는 이 가운데 한 차례를 금리 결정과 성명 발표 없이 통화정책 전략만 논의하는 회의로 운영한다. 2028년에는 전략 회의가 2회로 늘어 금리 결정 회의는 연 6회로 줄어든다. 경제 흐름을 차분히 점검할 여유가 생기는 반면, 급격한 경기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준 결정 이튿날 나온 지표는 12월 결정의 향방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꼽혔다. 경기는 예상보다 강했고 월간 물가 오름폭은 커졌다. 분기 기준 PCE 상승률이 2분기 5%에서 3분기 2.1%로 크게 낮아진 점은 반가운 신호다. 그럼에도 CNBC는 이번 지표를 볼 때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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