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착 시각 압박 덜어 과속 줄이는 ‘출발 통금’ … 학부모들 사이 찬반 엇갈려
자녀가 운전면허를 따면 부모의 고민도 시작된다. 몇 시까지 들어오라고 해야 할지가 그 첫 번째다. 미국에서 세 10대 자녀를 키우는 한 엄마는 이 문제 앞에서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통금 시간에 맞추려고 과속을 하고 정지 표지판도 무시한 채 집으로 달리던 기억이다.
그래서 그는 자녀들에게 ‘몇 시까지 들어와라’ 대신 ‘몇 시에 출발해라’라는 규칙을 정했다. 이른바 ‘출발 통금(leave by curfew)’이다. 이 방식을 소개한 영상에는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리며 찬반 논쟁이 일었다.
■ 출발 시간을 정하다

방식은 간단하다. 자녀는 정해진 시각까지 모임 장소를 떠나기만 하면 된다. 부모는 위치 공유 앱으로 귀갓길을 지켜본다. 아이는 시계를 보며 도로 위에서 쫓길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시간 약속이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 규칙이 아무 책임도 묻지 않는 방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출발 시각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어기면 그에 따른 대가도 있다. 친구를 집에 내려주느라 다른 곳에 들러야 하면 미리 알리기만 하면 된다. 결국 핵심은 소통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아이들도 시간을 신경 써야 하는 건 같다. 하지만 집까지는 마음 편히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책임감과 존중을 배우고 안전하기를 바란다면 열린 대화와 어느 정도의 융통성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 밤길 운전이 위험한 이유

이러한 걱정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6~19세 운전자의 야간 사망 사고율은 같은 거리를 달린 30~59세 성인의 약 3배에 이른다. 면허를 딴 직후 몇 달은 운전 경험이 적어 특히 위험하다. 16세 운전자의 주행거리당 사고율은 18~19세의 1.5배 수준이다. 차에 함께 탄 또래가 한 명씩 늘 때마다 사고 위험도 커진다.
늦은 밤만 위험한 것도 아니다. CDC가 2009~2014년 16~17세 운전자가 연루된 야간 사망 사고를 분석한 결과, 57%가 자정 이전에 일어났다. 자정 이후 운전만 막아서는 10대 야간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을 놓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경험이 부족한 10대에게 야간 운전 자체가 버거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친구들과의 대화로 주의가 흐트러지면 위험은 더 커진다. 밤에는 안전벨트 착용률까지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치기 쉽다. 술은 적은 양이라도 10대 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성인보다 크게 높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의 밤길 운전에 최대한 자주 동승하라고 조언한다.
■ 텍사스 법이 정한 선

가정의 규칙과 별개로 법이 정한 기준도 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국(DPS)에 따르면 18세 미만 임시 면허(provisional license) 소지자는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운전할 수 없다. 출근이나 학교 활동, 응급 상황일 때만 예외다. 예외 범위가 넓은 만큼 운동부 연습이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늦게 귀가하는 날은 부모가 따로 시간을 정해 두는 편이 좋다.
가족이 아닌 21세 미만 동승자는 한 명까지만 태울 수 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핸즈프리를 포함해 전면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벌금은 물론 임시 면허가 정지될 수도 있다.
다만 사고 상당수가 자정 전에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정 통금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실제 귀가 시간은 가정에서 더 꼼꼼히 정할 필요가 있다. 면허를 받을 때 법 규정과 가족 규칙을 함께 정리해 두면 혼선이 줄어든다.
■ 현실적 대안인가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댓글은 출발 통금을 10대에게 그럴듯한 핑곗거리를 주는 규칙이라고 꼬집었다. 제시간에 나왔다고 해 놓고 교통 체증이나 공사 탓을 하며 늦게 들어와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부모는 사회생활 대부분이 도착 시간 기준이라며 시간 계산을 연습할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통금에 맞추려면 언제 자리를 정리해야 할지 아는 것도 외출을 허락받는 조건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통금을 지키려다 큰 사고로 차를 폐차했다는 경험담과 함께 당장 따라 해 보겠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다섯 자녀를 키우는 한 육아 칼럼니스트는 정답이 아이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성격과 책임감, 소통 능력은 물론 가족의 생활 리듬에 따라 맞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 역시 성격이 다른 딸들에게 같은 규칙이 늘 통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위치 공유 앱 대신 자녀 친구의 부모와 연락하며 아이의 행방을 확인한다. 위치를 일일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부모의 불안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계획이 틀어져도 미리 연락하면 너그럽게 넘어간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출발이든 도착이든, 늦어질 것 같으면 운전 전에 먼저 전화한다는 약속 하나면 밤늦게 애태울 일이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