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은 CFP®
- Certified Financial Planner
- (현) Khonor Asset – CEO & 대표 어드바이저
- (현) MassMutual Atlantic – Managing Partner
- 삼성생명 –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 JP Morgan Chase – 자산관리 어드바이저
- Merrill Lynch – 은퇴플랜 어드바이저
지난달, 예순여덟의 한 고객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표님, 저는 은퇴 후에도 IRA는 손대지 않고 있습니다. 오래 둘수록 좋은 것 아닌가요?” 평생 성실하게 자산을 모아온 분다운 자신감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런데 73세가 되면 정부가 ‘이제는 꺼내 쓰십시오’라며 의무적으로 인출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은퇴계좌는 오래 보유할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401(k)와 전통형 IRA는 세금을 면제받은 계좌가 아니라, 세금 납부 시기를 뒤로 미뤄둔 계좌다. 계좌 안에서 자산이 불어나는 동안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지만, 인출할 때는 일반적으로 과세 대상이 된다. 결국 정부는 언젠가 세금을 징수하며, 그 장치가 바로 RMD(Required Minimum Distribution) 즉, 의무최소인출 제도다.
RMD란 무엇인가
RMD는 일정 연령이 되면 은퇴계좌에서 매년 최소 금액을 반드시 인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인출액은 해당 연도의 과세소득에 포함된다. 현행법상 RMD 개시 연령은 1951~1959년생은 73세, 1960년 이후 출생자는 75세다. 계좌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시점은 세무 전문가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인출액은 보통 전년도 말 계좌 잔액과 IRS가 정한 기준에 따라 계산된다. 따라서 계좌 잔액이 커지거나 투자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의무 인출액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세금 폭탄’은 왜 발생하는가
RMD의 부담은 인출액에 대한 세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강제 인출로 과세소득이 늘면, 그동안 일부만 과세되던 소셜시큐리티 연금의 과세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소득에 따라 2년 뒤 메디케어 보험료(IRMAA)가 오르거나, 더 높은 소득세율 구간에 들어갈 수도 있다. 결국 하나의 은퇴계좌에서 인출한 금액이 은퇴 후 전체 세금 구조를 흔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활비를 이미 다른 소득으로 충당하고 있어 RMD를 실제로 쓸 필요가 없더라도, 인출 의무는 그대로 적용된다. 인출한 돈을 다시 투자하거나 저축하더라도 그해 과세소득에는 포함된다. 평생 성실히 키운 자산이 은퇴 후에는 매년 세금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RMD 시작 전에 준비해야 한다
대비는 RMD가 시작된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에 해야 한다. 은퇴로 근로소득이 줄어든 시점부터 RMD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간이다. 이 기간에 개인 상황에 맞춰 전통형 IRA에서 일부를 미리 인출하거나, Roth 전환(Roth Conversion)으로 자산을 Roth 계좌로 옮겨두면 앞으로의 RMD 규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Roth 전환을 하면 전환한 금액이 그해 과세소득에 포함된다. 그래서 전환 규모를 정할 때는 현재 세율뿐 아니라 소셜시큐리티 연금 과세, 메디케어 보험료, 다른 소득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한 해에 큰 금액을 전환하면 예상보다 높은 세금이나 보험료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Roth 전환은 단순히 계좌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세금 영향을 비교해 결정해야 하는 전략이다.
자선기부를 계획하고 있다면 QCD(Qualified Charitable Distribution)도 유용하다. 70½세부터는 IRA에서 자선단체로 직접 기부할 수 있고, 이 금액은 과세소득에서 제외된다. RMD가 시작된 뒤에는 이 기부액이 RMD로도 인정된다. 2026년 기준 1인당 연간 최대 11만1천 달러까지 가능하다.
핵심은 종합적인 은퇴소득 설계다
그 고객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드렸다.
“은퇴계좌를 손대지 않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간이 평생의 세금 부담을 관리할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RMD는 시작 시점에 닥쳐서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다. 은퇴 전부터 은퇴 이후의 소득과 세금 구조를 고려해, 어느 계좌에서 언제 얼마를 인출할지 미리 설계해야 한다. 그 순서와 타이밍에 따라 평생 내는 세금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 전략의 핵심인 Roth 전환, 즉 낮은 세율 구간을 활용해 미래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RMD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별 세무·법률·투자 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실제 전략을 실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세무 전문가 및 재정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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