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인건비 변화 주목 … 한인 상공인 ‘상권 안전이 곧 경제’
히스패닉 상권 회복 기대 … 이민 심사 완화는 신중론

주지사와 연방 의회가 함께 민주당으로 넘어가면서 북텍사스 한인 자영업자와 이민자들도 셈법을 다시 하고 있다. 한인 경제계는 소비 활성화 정책에 기대를 걸면서도 인건비와 관세 부담을 걱정한다.
이민 전문가는 비자와 영주권 심사가 당장 느슨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 현장에서는 다양성과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기대도 나온다.
변화의 폭에는 한계가 있다. 주정부의 세제와 예산은 주의회와 협의해야 하고, 관세와 비자·영주권 심사는 연방 행정부 권한이다. 새 주지사가 취임하는 2027년 1월 이후에도 한인들이 피부로 느낄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 히스패닉 상권 살아나면 한인 상권도
한인 상인들이 가장 반기는 대목은 텍사스 첫 히스패닉계 주지사의 등장이다. 북텍사스 한인 상권은 히스패닉 경제와 맞물려 움직여 온 곳이 많다.
상인들은 그동안 강도 높은 이민 단속으로 히스패닉계는 물론 한인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입을 모은다. 단속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소비가 줄었고, 지역 경제도 함께 움츠러들었다는 것이다.
한 한인 상인은 히스패닉계 주지사가 당선된 만큼 이런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풀리기를 기대했다.
히스패닉 경제가 다시 일어나면 그동안 함께 어려움을 겪어 온 한인 상권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민 단속은 연방 정부 권한인 만큼, 실제 변화는 새 주정부가 연방 이민당국과의 협력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텍사스 한인상공회 신동헌 회장도 KTN과의 인터뷰에서 소매업과 요식업, 유통업, 서비스업이 중심인 한인 경제는 소비자의 구매력에 민감하다고 짚었다. 민주당의 소비 활성화 정책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과 고용 규정이 바뀌어 인건비가 오르면 인력 의존도가 높은 한인 자영업자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 수입업체 관세 부담은 당분간
관세는 한인 수입·유통업체의 최대 관심사다. 북텍사스에는 한국 등에서 상품과 원자재를 들여오는 한인 기업이 많다. 관세가 오르내리면 수입 원가와 유통비용, 소비자 가격이 곧바로 흔들린다. 신 회장이 안정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무역정책을 요구하는 이유다.
관세 부담이 금방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관세를 다루는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세입위원회를 민주당이 이끌게 되면서 관세 철회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통령 거부권과 상원의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넘을 의석에는 못 미쳐 실제 폐지 가능성은 낮다. 백악관도 관세 중심 통상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 ‘안전한 상권이 곧 경제’
새 정치 지도자들에게 가장 먼저 바라는 것은 치안이다. 신동헌 회장은 한인 상가 밀집 지역의 경찰 순찰 강화와 범죄 예방 시설 확충, 상인과 경찰의 협력 체계를 요청했다.
그는 “지역의 안전은 단순한 치안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라고 강조했다. 손님이 안심하고 찾아오고, 사업주와 직원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어야 상권이 살고 투자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텍사스 진출이 늘고 있는 만큼, 주정부와 한인 경제계가 함께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바람도 나왔다. 다만 투자 환경에는 새 변수가 생겼다. KITA는 2028년 미국 데이터센터 수요의 약 30%가 텍사스에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나 히노호사(Gina Hinojosa) 당선인은 주민 보호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건설을 멈추겠다고 공약해, AI 관련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이민 심사, 당분간 깐깐할 듯
이민자와 유학생에게는 체류 신분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다. 아그네스 김 변호사는 KTN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회가 이민 단속의 적법 절차와 구금시설 운영, 추방 집행 방식을 놓고 청문회와 조사를 늘릴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민법 집행은 연방 행정부 권한이어서 단속과 추방이 곧바로 누그러지기는 어렵다. 가족초청과 취업이민, 유학생 비자, 영주권 심사도 행정부 규정과 지침에 따라 정해지는 만큼 당분간 깐깐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텍사스만의 변수도 있다. 텍사스는 지역 경찰과 연방 이민당국의 협력이 넓어져 온 곳이고, 최근 북텍사스에서도 대규모 단속이 있었다. 김 변호사는 새 주정부가 이 협력 방식을 어떻게 조정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선거 결과만 믿고 신분 관리에 소홀해서는 안 되며, 해외여행이나 이직, 신분 변경 전에는 미리 법률 검토를 받으라는 당부다.
◈ ‘젊고 유연한 텍사스’ 바라는 목소리
젊은 세대에서는 정치적 변화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북텍사스 공립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20대 중반의 한인 여성 교사 Y씨는 “드디어 텍사스에 푸른 물결이 몰려왔다”며 반겼다. 그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던 텍사스가 앞으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젊은 세대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는 유연한 사회로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인사회의 정치 참여를 넓힐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성철 달라스 한인회장은 이번 선거가 정치적 균형과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의 요구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댄 고(Dan Koh), 메릴린 스트릭랜드(Marilyn Strickland), 데이브 민(Dave Min) 등 다른 주 한국계 정치인들의 당선이 한인사회의 커진 위상을 보여준다며, 북텍사스 한인들도 지역 정치에 적극 참여해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결과가 한인사회에 미칠 영향은 처지마다 다르다. 자영업자에게는 소비 흐름과 인건비·세금 변화가, 수입·유통업체에는 관세가, 이민자와 유학생에게는 체류 신분 규정과 단속 정책이 관심사다. 신 회장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어느 정당이 이겼느냐보다 실제 정책이 한인들의 살림과 사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다.
유광진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