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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덧없이 흐르고 있는 부모님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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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5월 22, 2026 3: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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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편집국장 유광진

이민자의 삶 속에서 놓쳐버린 가장 소중한 존재

부모님은 늘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다.

기억 속 우리네 아버지는 목소리가 컸다.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가셨고, 무거운 짐을 들어도 힘든 내색이 없었다. 어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지으셨고, 늦은 밤까지 집안일을 마쳐도 지친 표정을 보이지 않으셨다. 우리네 부모님은 늘 강한 존재였다. 늙는다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영상통화 속 부모님의 모습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더 희어졌고, 말씀은 조금 느려졌다. 휴대전화를 가까이 들여다보시고, 계단을 오를 때는 난간을 꼭 잡으신다. 같은 이야기를 또 하시고 또 하시기도 한다. 우리가 이곳에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부모님의 시간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 “다음에”라는 말의 무게

이민생활은 이상하게도 부모님의 나이를 늦게 깨닫게 만든다.

자주 보지 못한 채 세월이 흐르고, 그 빈자리를 “다음에”라는 말로 채워가며 살아간다. 다음에 한국 가면 더 오래 있어야지. 다음에는 좋은 식당도 모시고 가야지. 다음에는 꼭 여행도 보내드려야지.

그런데 인생은 생각보다 자주 “다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민자들에게는 비슷한 후회가 있다. 장례식장에 서서야 비로소 깨닫는 마음들이다. 부모님은 우리가 바쁜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기다리셨다는 것. 전화가 뜸해도 먼저 서운하다고 말하지 않으셨다는 것. 한 번도 “왜 연락이 없냐”고 다그치지 않으셨다는 것.

그 침묵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 청춘을 바친 세대, 이제 노년을 지나고 있다

북텍사스 한인사회에도 그런 시간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민 1세대는 자녀 교육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쳤다. 영어가 서툴러 창피를 당해도 참고 견뎠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가족을 지켜냈다. 식당에서, 세탁소에서, 마트에서, 공사현장에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리고 이제는 그분들도 노년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부모님을 한국에 두고 살아간다. 또 어떤 이들은 부모님을 이곳으로 모셔왔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언어의 벽은 높고, 운전을 못 하면 혼자 외출하기조차 어렵다. 익숙했던 친구도, 동네도, 시장도 없이 하루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가족이 곁에 있어도 외로움은 따로 찾아온다. 말이 통하는 사람, 같은 세대의 웃음, 익숙한 냄새의 음식—그런 것들이 그리운 시간이 있다.

그래서 한인 교회와 지역 행사가 더 특별하다.

한국말로 인사를 나누고, 같은 세대 사람들과 웃고, 따뜻한 음식을 함께 먹는 몇 시간이 어르신들에게는 오래 기억된다. 누군가에게는 그 하루가 한 달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공동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름을 불러주고, 얼굴을 알아봐 주는 것, 그것으로 충분할 때가 많다.

■ 아직 늦지 않은 사람들에게

30~40대를 살아가는 세대 역시 언젠가는 지금을 돌아보게 될지 모른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직장 일을 마치고,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부모님께 드릴 전화 한 통도 미루게 된다. “주말에 해야지” 하다가 며칠이 지나고, “조금 있다 연락해야지” 하다가 한 달이 흘러간다. 그렇게 1년이 가고, 또 1년이 간다.

하지만 부모님은 늘 기다리신다.

영상통화 몇 분, “밥은 드셨어요?” 라는 짧은 안부 한마디, 손주들 웃는 얼굴 하나에도 부모님은 오래 행복해하신다.

효도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부모님에게 필요한 것은 비싼 선물보다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마음일 수 있다. 그 마음을 전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너무 자주 잊을 뿐이다.

■ 기억하는 공동체가 따뜻하다

우리는 모두 결국 누군가의 자식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 지금 우리가 부모님을 바라보는 모습이, 언젠가는 우리 자녀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공동체는 더욱 중요하다.

어르신들을 기억하고, 함께 웃을 자리를 만들고,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공동체는 따뜻하다. 노인을 기억하는 사회는 쉽게 차가워지지 않는다.

오는 5월 30일 열리는 DK파운데이션 ‘나눔 실버 페스티벌 2026’도 그런 마음에서 준비된 자리다. 공연과 식사, 웃음과 이야기가 함께하는 하루지만, 그 안에는 부모 세대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오늘 이 글을 읽다 부모님 생각이 났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마음이 언젠가 전화 한 통이 될 테니까.

부모님의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DK파운데이션 ‘나눔 실버 페스티벌 2026’

일시: 2026년 5월 30일(토) 오전 10시~오후 1시
장소: 달라스 베다니교회 체육관
대상: 65세 이상 텍사스 한인 시니어
내용: 공연, 퀴즈 이벤트, 점심식사, 경품 행사 등
문의: 972-620-6296 / dkfoundationtx.org

TAGGED:KTN 편집국장KTN 편집국장 유광진데스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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