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한인 2명 사망 3명 부상 … 구태의연한 금전 문제 얽힌 비극

북텍사스 한인 동포사회가 최대의 충격에 빠졌다. 지난 5일 오전, 캐롤튼 한인 상권의 중심부에서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한인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오랜 사업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 이번 사건은 한인 커뮤니티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 사건은 어떻게 벌어졌나

오전 9시 57분, 스테이트 하이웨이 121번과 헤브론 파크웨이(Hebron Parkway) 교차로 인근 K타운 플라자 광장시장. 건물주 유양근씨와 건설업자 조성래씨, 부동산업자 올리비아 김씨 그리고 그의 남편 김성우씨 등 4명이 사업 관련 모임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곳에 같은 상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깐부횟집 사장 한승호(69세)씨가 찾아와 총기를 꺼내 들었다. 그는 “임대료는 없지만 권총은 있다”고 말한 뒤 피해자들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총격을 가했다. 유양근씨와 올리비아 김씨가 총상을 입었고, 출구 쪽으로 달아나던 조성래씨(63)가 현장에서 숨졌다. 올리비아 김씨의 남편 김성우씨도 부상을 입었다.
KTN 취재진이 오전 10시 30분경 광장시장 주차장에 도착했을 당시, 현장에는 아직 폴리스 라인조차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총상을 입은 피해자들은 이미 병원으로 후송된 뒤였지만 현장 전체는 공포와 혼란 속에 얼어붙어 있었다. 경찰 특공대와 무장 경찰들은 용의자가 쇼핑몰 내 빈 점포나 창고에 숨어 있을 가능성을 우려해 상가 하나하나를 샅샅이 수색했다.
상인들은 급히 몸을 피하거나 문을 걸어 잠갔고, 주차장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에게도 총을 꺼내든 경찰이 다가와 당장 떠날 것을 명령하는 등 쇼핑몰 전체는 순식간에 긴급 통제 분위기로 변했다.
사건이 벌어진 광장시장은 이미 몇 달 전 폐업한 상태였다. 정식 개장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은 이곳은 사건 당일에도 메인 건물 전체가 영업 중단 상태였으며, 내부에서 건물주 등의 회의가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호씨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첫 번째 총격 후 한씨는 현장을 빠져나갔다. 오전 11시 13분, 약 4마일 떨어진 올드 덴튼 로드(Old Denton Road) 인근 더 뷰(The View) 아파트. 한씨는 조용학씨의 집 문이 잠겨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냥 걸어 들어가 두 발을 쐈다. 부동산 중개업자 조용학씨(에드워드 슐라이·Edward Schleigh)는 현장에서 숨졌다.
범행 후 한씨는 H마트 생선 코너로 향해 지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낮 12시 12분, 경찰은 올드 덴튼 로드와 조지 부시 턴파이크(President George Bush Turnpike) 인근 H마트 부근에서 한씨를 짧은 도보 추격 끝에 체포했다.
H마트 내부도 큰 혼란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경찰과 무장 요원들이 몰려들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일부 직원들은 현장에 있던 기자에게 “ICE 이민 단속이 나온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총격 사건 용의자 추적 상황이라는 사실이 즉각 공유되지 않으면서 현장 곳곳에서 혼란과 긴장감이 이어졌다. H마트는 이 과정에서 약 2시간 영업을 중단했다.
총 피해자는 5명. 사망자는 고 조성래씨와 고 조용학씨이며, 부상자는 유양근씨·올리비아 김씨·김우성씨다. 부상자 3명은 플래이노 장로병원(Texas Health Presbyterian Hospital Plano)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리비아 김씨는 총 5발을 맞고 수술을 받았으며 7일 오후까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 범행 동기 – 7만5천 달러의 비극
한씨의 경찰 진술서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7만5,000달러짜리 사업 거래였다. 한씨는 지난해 여름 K타운 플라자 내 스시 레스토랑을 매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쇼핑몰 관리인이자 지인이었던 고 조용학씨가 조지아주 부동산 투자에 함께 참여하자고 설득했다.
한씨는 조씨에게 7만 달러, 쇼핑몰 건물주 유씨에게 5,000달러를 건넸고 그 대가로 조씨가 임대료를 대신 납부해 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씨는 수차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올리비아 김씨가 유씨를 설득해 자신의 임대료를 월 2,000달러 인상했다고도 주장했다.
◈ 건물주 유양근씨 측근의 반박
그러나 부상 중인 유양근씨의 부인이 7일 KTN에 직접 연락해 “남편은 5,000달러도 받은 적이 없으며, 한씨 진술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고 반박했다.
유씨 부인에 따르면 7만5,000달러는 조용학씨와 관련된 문제이며, 임대료 ‘2,000달러 인상’ 주장도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한씨 측이 사정이 어렵다며 찾아와 렌트비를 줄여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고려해 3개월간 월 2,000달러씩 임대료를 감면해 줬다는 것이다.
유씨 부인은 또 “한씨는 사건 약 한 달 전에도 조용학씨의 차량에 총격을 가한 적이 있을 만큼 평소 다혈질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다”며 “남편이 회복되면 직접 인터뷰를 통해 모든 정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양측 주장과 금전 관계 등을 포함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계속 수사 중이다. 한씨는 복수 피해자 계획적 살인(capital murder of multiple persons) 2건, 흉기를 이용한 가중 폭행 3건으로 기소돼 덴튼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 보석금은 설정되지 않았다.
◈ 지역사회·한인 단체 일제히 애도
사건 다음 날인 6일 오전, 달라스 한인회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달라스 한인회장 우성철, 북텍사스 한인 상공회의소 신동헌 회장,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김원영 회장 등 등 주요 단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성철 한인회장은 “이번 사건은 증오범죄가 아닌 사업상 분쟁에서 비롯된 표적 범죄”라며 “용의자는 이미 구금된 상태이므로 주민들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인 단체들은 추모 제단을 설치하고 피해자 가족을 위한 크라우드펀딩(GoFundMe) 개설도 추진 중이다.
또한 스티브 바빅(Steve Babick) 캐롤튼 시장은 KTN에 보내온 성명서를 통해 “캐롤튼은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고 K타운을 삶의 터전으로 일궈온 한인 공동체와 함께하는 끈끈한 도시”라며 “이번 비극으로 고통받는 모든 분께 진심 어린 위로와 기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이 “특정 사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시민들이 불필요한 불안을 갖지 않기를 당부했다.
주달라스 대한민국 출장소 도광헌 소장도 “참으로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도 소장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며 “한인 사회가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수사에는 캐롤튼 경찰 외에 FBI, ATF, 연방 보안관(U.S. Marshals Service), 텍사스 공공안전부(DPS), 덴튼 카운티 보안관실 등이 합류했다. 로베르토 아레돈도 캐롤튼 경찰서장은 “사전에 알고 있던 사업상 관계에서 비롯된 사건이며 무차별 총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 아픔을 딛고 성숙한 공동체로
이번 사건은 한인 동포사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해리 하인스에서 캐롤튼 K타운까지, 한인 이민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땀과 노력으로 일궈온 삶의 터전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충격은 더욱 깊다.
KTN은 먼저 세상을 떠난 고 조성래씨, 고 조용학씨의 명복을 빌며, 부상 중인 유양근씨·올리비아 김씨·김우성씨의 빠른 쾌유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갑작스러운 비극에 쓰러진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 모두에게 남기는 과제가 있다. 한인사회 특유의 지인 중심 사업 구조와 비공식 투자 관행, 갈등 조정 시스템의 부재가 이번 비극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작은 갈등이 극단적 폭력으로 이어지기 전에 중재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동체 시스템이 절실하다. 아픔을 딛고 더 성숙하고 단단해지는 북텍사스 한인 동포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유광진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