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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문가 칼럼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환상의 12번 도로에서 만난 쉼터

KTN Online
Last updated: 4월 17, 2026 11: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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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

고요한 창밖에 흘러내리는 봄의 향기는 벌써 새해란 낯선 단어를 잊어버리게 합니다. 뒤돌아보면 아쉬움만 남고 앞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가득한 것이 세월이던가? 세월이 나뭇잎에 안기기 전에 나의 마음을 오선지에 담고 싶지만 하염없이 흘러가는 세월의 위력 앞에 떨리는 손을 붙잡고 한 점 한 점이 이어져 아름다운 선율의 하모니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한 점의 삶이 모여 풍성한 세월의 하모니를 기약하고 싶은 심정이 가득합니다.  가끔은 흩어진 빗줄기가 만들어 놓은 알 수 없는 세상의 지도를 바라보면서 이곳을 홀로 여행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빗줄기의 비친 가느다란 희망의 빛을 바라보게 하고 있습니다.

쉼 없이 달리던 길도 잠시 머물러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아직은 맞추어야 할 삶의 모자이크를 멋지게 그려 나갈 수 있는가 보다. 자칫하면 스쳐지나 버릴 음지의 이름 모를 나무 한 그루가 보이기에 그곳에 한 줌의 햇살을 더하니 외로움과 아픔의 골짜기를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 입맞춤으로 피어오른 들꽃 한 송이가 있어 삶의 아름다움을 그곳에 내려 놀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이렇게 미래의 모자이크를 맞추어 나가며 알 수 없는 세상을 그려나갈 수 있는 힘이 있는 듯 합니다.

 유타주의 명소인 브라이스 캐년을 떠나 캐피탈 리프 국립공원(Capitol Reef National Park)까지 이어지는 122마일길이의 12번 도로는 쉼 없이 달리는 인생과 같은 길입니다. 험해 보이기도 한 그 길은 너무 아름답고 찬란하여 스쳐 지나가는 풍경 마저도 아쉬움의 흔적을 남기며 끝도 없이 달려가고 싶은 욕망이 서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장 아름다운 길의 모임인 National Scenic Byway 중에서 도로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관광자체의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All-American Roads라 그러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유타주의 길이 12번 도로입니다. 도로 주변이 Grand Staircase Escalante-National Monument와 Dixie National Forest 등 국립공원 수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12번 도로시작의 브라이스 캐년, 그리고 도로의 종착지인 Torrey의 캐피탈 리프 국립공원에 이르기까지 도로 전체가 공원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도로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드라이브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될 만큼 여행자의 사랑을 받으며, 12번 도로의 전체가 국립공원이라고 표현할 만큼 아름다운 핑크색과 베이지색의 오묘한 조화의 바위가 도로를 장식합니다. 그리고 그 위를 조각한 듯 절묘하게 놓인 도로를 따라서 가다가 Head of the Rocks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12번 도로의 아름다움은 Waterpocket Fold라는 거대한 단층에 이르러 이곳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합니다. 아슬아슬하게 놓인 바위틈을 요리조리 조각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마치 유화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자연의 오묘한 빛깔을 발하며 여행자로 하여금 이곳에 머물게 하고 있습니다.

시원한 하늘과 더불어 티없이 맑고 깨끗한 자연 위에 놓인 자연의 일부처럼 느낄 수 있는 도로에서 잠시 얻을 수 있는 쉼은 도로의 중간 지점인 보울더(Boulder)에 도착하긴 전에 붉은 바위 속에 자리잡은 Kiva Koffeehouse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자칫 바위의 일부처럼 느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유심히 살피다 보면 도로 옆에서 바위 색깔과 유사한 빨간 지붕의 Kiva Koffeehouse 사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존재한 조그만 커피 하우스는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쉼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Kiva Koffeehouse는 여행자들에게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오픈한다.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각종 커피와 빵, 그리고 아침식사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메뉴로 이곳을 찾는 사람을 반기고 있습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호호거리며 마시는 진한 커피는 확 트인 유타의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영혼들을 맑게 하여 줍니다.  그래서 이곳을 아는 사람이라면 12번 도로를 지날 때 이곳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고 휴식을 취하곤 합니다. 여행이란 것은 앞을 향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칫 지나버릴 수 있는 순간들을 붙잡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TAGGED:앤디의 머그잔 이야기여행칼럼오종찬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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