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 가격은 올랐지만 판매량은 감소…식품업계, 할인 경쟁 본격화
미국 소비자들이 식료품 구매를 줄이면서 식품업계와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가 닐슨IQ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미국의 식료품 판매 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 지난해 6월 0.1%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소비 위축이 뚜렷해진 모습이다.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전년 대비 2~3% 오르고 있지만, 판매량 감소 폭이 이를 앞지르면서 업계 전체 매출 증가세도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커트 그리첼 베인 아메리카 리테일 부문 대표는 “2019년 300달러였던 장보기 비용이 지금은 400달러 수준으로 늘었다”며 “소득 상위권 소비자조차 이 정도 금액 차이가 나면 가격에 놀라 여기저기 비교하며 사기 시작한다”고 했다.
∆ 2019년보다 식료품 가격 33% 상승
베인은 이번 소비 위축이 단순한 경기 둔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미국 식료품 가격은 2019년보다 약 33% 높아졌고, 최근에는 유류비 상승도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식품구매지원제도(SNAP) 혜택 축소와 수급 자격 강화도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베인이 지난 5월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여전히 지출을 줄이려 하고 있으며, 28%는 실제로 식료품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지출을 줄이는 소비자 가운데 56%는 더 저렴한 브랜드로 갈아탔고, 49%는 구매 품목 수를 줄였으며, 44%는 쿠폰과 할인 행사에 더 의존한다고 답했다.
∆ 식품업계도 가격 인하 경쟁
이런 소비 흐름은 식품 제조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펩시코(PepsiCo)는 지난 9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북미 식품 부문 매출이 2% 줄었다고 밝혔다. 판매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할인 판매를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 상황이 예상보다 더 나쁘다. 주된 원인은 유가”라고 했다.
∆ 월마트·크로거도 할인 확대
대형 유통업체들도 가격 인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월마트(Walmart)는 최근 소고기,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펩시코, 코카콜라(Coca-Cola) 제품과 자체 브랜드 그레이트 밸류(Great Value) 상품까지 여름철 가격 인하 대상에 포함했다. 크로거(Kroger)도 할인 행사와 가치 중심 판촉을 강화하며 소비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텔지 어드바이저리 그룹(Telsey Advisory Group)의 조 펠드먼 애널리스트는 “대형마트들이 협력사에 가능한 한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협력사들도 그럴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업계 전체가 매출 금액이 아니라 판매량 성장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첼 대표는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고기, 닭고기, 우유, 달걀 같은 품목의 가격을 얼마나 예리하게 책정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판촉, 로열티 프로그램, 개인 맞춤화, 자체 브랜드를 조합해 고객이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유통업체가 결국 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