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균 변호사 에스크로 사태로 본 에스크로 계좌의 원리와 내 돈 지키는 법

집이나 가게를 사고팔 때 우리는 “돈은 에스크로에 들어가 있으니 안전하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믿는다. 거래가 끝날 때까지 중립적인 제3자가 돈을 붙들고 있다는 약속, 그것이 에스크로다. 그런데 바로 그 약속이 무너졌다. 캐롤튼에서 20여 년간 한인 사회의 법률 업무를 맡아 온 김환균 변호사를 둘러싸고 에스크로 대금 미지급, 투자금 미반환, 주택 지분 서류 위조 의혹까지 잇따라 불거졌다. ‘더 김 로펌(The Kim Law Firm)’ 사무실은 문을 닫았고, 김 변호사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많은 한인이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에스크로 계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내 돈을 맡기기 전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짚어 본다.
산산조각난 신뢰
사건은 한 장의 부도 수표에서 시작됐다. 한 한인 업주 이 모 씨는 8월 운영하던 사업체를 24만 달러에 팔면서 매매계약서 작성과 대금 보관을 김 변호사에게 맡겼다. 바이어는 8월 31일 클로징에 맞춰 대금을 세 차례에 나눠 김 변호사의 에스크로 계좌에 넣었고, 비용을 뺀 정산액은 23만8,895.20달러였다.
보통 송금(wire)으로 처리하는 대금을 김 변호사는 수표로 써 줬다. 지급을 미루다 건넨 9월 4일자 수표는 9월 14일 잔고 부족(NSF)으로 돌아왔다. 이 씨가 사무실로 찾아가자 김 변호사는 5만 달러짜리 캐셔스 체크를 내주며 다음 날까지 잔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9월 15일에는 미지급 잔액과 자금이 제대로 보관·관리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을 인정하고 반환을 약속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이후에도 약속은 여러 차례 깨졌다.
AM730 DKNET 라디오 / YouTube ‘DKNET’의 보도가 나가자 “나도 당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2024년 여름 사업체를 판 한 제보자는 “SBA 대출금 15만 달러를 에스크로에 들어온 매각 대금에서 정산하겠다”는 말을 믿었지만, 그 돈은 사라졌고 대출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매매가 결렬됐는데도 4월 부터 돌려받지 못해 소송 중인 25만 달러, 끝내 받지 못한 매매 대금 20만 달러, 거래 관련 소송 중 사라진 5만 달러, 여러 차례 부도난 16만 달러 수표 등 김환균 변호사의 에스크로 관련 제보가 줄을 이었고, 확인된 피해 규모만 8명, 130만 달러가 넘었다. 이 외에도 투자금과 차용금 피해를 합하면 규모가 4백만 달러에 육박한다. 외에도 이민 케이스나 교통사고 케이스를 김환균 변호사에게 맡긴 고객의 제보도 이어졌다. 이 모든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될 것이다. 에스크로 피해자들은 대부분 소상공인이며 이민 케이스도 소시민들이 대부분이다. 한 피해자는 “학교를 안가는 주말엔 아이들을 도젓 가게 밀가루 포대 위에 담요을 깔고 자게 하면서, 열심히 일해 번 돈이었다. 새로운 가게를 열려고 도넛 가게를 판 돈이었는데 가족의 꿈을 김환균이 앗아갔다”면서 “너무 믿었디”라고 통탄해 했다.
여러 피해자들은 김 변호사가 “당신 돈만은 갚을 테니 다른 데는 말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들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각자 약속을 기다렸다.
에스크로 계좌, 정확히 무엇인가
에스크로(Escrow)는 거래 당사자가 아닌 중립적인 제3자가 돈이나 서류를 맡아 두었다가, 계약서에 정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정해진 사람에게 내주는 제도다. 이때 돈을 보관하는 전용 계좌가 에스크로 계좌다. 핵심은 하나다. 그 계좌의 돈은 맡아 둔 사람의 돈이 아니다. 에스크로 에이전트는 주인이 아니라 ‘보관인’일 뿐이며, 계약 조건과 법에 따라서만 돈을 움직일 수 있다.
왜 에스크로를 쓰는가
바이어는 돈을 먼저 보냈는데 셀러가 소유권을 넘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셀러는 소유권을 먼저 넘겼는데 돈을 못 받을까 걱정한다. 에스크로는 이 ‘누가 먼저 내놓느냐’의 문제를 풀어 준다. 바이어의 돈은 에스크로에 묶여 있고, 등기 이전·대출 실행·각종 비용 정산 같은 조건이 모두 갖춰진 순간에만 셀러에게 지급된다. 거래가 깨지면 계약서에 따라 바이어에게 돌려주거나 셀러에게 위약금으로 넘긴다.
▎돈은 이렇게 움직인다
| 단계 | 내용 | 에스크로 계좌 잔액 |
| ① 계약 체결 | 바이어가 어니스트 머니(계약금)를 에스크로 에이전트에 입금 | 계약금 보관 |
| ② 조건 이행 기간 | 인스펙션, 감정, 대출 승인, 타이틀(소유권) 조사, 선순위 채무 확인 | 그대로 보관 — 누구도 인출 불가 |
| ③ 클로징 | 잔금과 대출금 입금, 서류 서명, 등기 이전 | 전체 매매 대금 보관 |
| ④ 정산·지급 | 기존 대출·세금·수수료를 먼저 갚고 남은 금액을 셀러에게 지급(통상 wire) | 0이 되어야 정상 |
| ④′ 거래 결렬 시 | 계약서의 해지 조항에 따라 바이어 반환 또는 셀러 귀속 | 0이 되어야 정상 |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된 지점이 바로 ④다. 정상이라면 클로징과 동시에, 늦어도 며칠 안에 셀러에게 송금이 이뤄져야 한다. 셀러에게 줄 돈이 계좌에 그대로 있었다면 수표가 부도날 이유도, 대금을 몇 차례에 나눠 줄 이유도 없다. 잔고 부족은 그 돈이 이미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는 강력한 신호다.
텍사스에서 에스크로를 맡는 곳: 타이틀 회사 vs 변호사
텍사스의 주택·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대부분 타이틀 회사(Title Company)가 에스크로를 맡는다. 텍사스 부동산위원회(TREC) 표준 계약서도 어니스트 머니를 계약서에 지정된 에스크로 에이전트, 통상 타이틀 회사에 입금하도록 돼 있다. 반면 부동산이 끼지 않는 사업체(비즈니스) 매매는 타이틀 회사를 거치지 않고 변호사나 비즈니스 브로커가 대금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번 피해가 주로 가게 매매에서 나온 이유다. 두 방식은 감독 체계가 다르다.
| 구분 | 타이틀 회사 에스크로 | 변호사 신탁(에스크로) 계좌 |
| 주로 쓰는 거래 | 주택·상가·토지 등 부동산 매매 | 사업체 매매, 합의금, 소송 관련 자금 등 |
| 감독 기관 | 텍사스 보험국(TDI) | 텍사스 변호사협회(State Bar of Texas) |
| 자격 요건 | 에스크로 오피서 개인별 TDI 면허·지정 필요 | 변호사 면허(별도 에스크로 면허 불필요) |
| 안전장치 | 에스크로 오피서 보증보험(본드), 신탁자금 정기 감사, 타이틀 보험 | 윤리규정상 분리 보관 의무, 기록 5년 보관, 고객 보호 기금(재량 지급) |
| 사후 점검 | 외부 감사로 계좌를 주기적으로 확인 | 평소 외부 감사 없음 — 문제가 신고된 뒤에야 조사 |
텍사스 보험법은 타이틀 회사가 고용하는 에스크로 오피서마다 면허와 보증보험(본드)을 요구하고, 신탁자금에 대한 감사 기준도 두고 있다. 오피서가 횡령·위조·고의적 유용으로 손실을 내면 본드가 일정 한도에서 이를 보전하는 구조다. 변호사는 별도 에스크로 면허 없이도 신탁계좌를 운영할 수 있다. 대신 엄격한 윤리규정이 적용된다.
변호사 신탁계좌의 철칙: “절대 섞지 마라”
텍사스 변호사 징계규칙 제1.15조(재산 보관, Safekeeping Property)는 흔히 ‘신탁계좌 규칙’으로 불린다. 변호사는 고객이나 제3자의 돈을 자기 돈과 분리해 ‘신탁(Trust)’ 또는 ‘에스크로(Escrow)’로 지정된 별도 계좌에 보관해야 하고, 그 돈은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만 지급할 수 있다. 계좌 기록은 업무가 끝난 뒤에도 5년간 보관해야 한다. 변호사협회 안내서는 이 분리 보관 의무가 절대적이며 고객이 동의해도 면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고객 돈과 변호사 개인 돈을 섞는 것을 ‘커밍글링(Commingling)’, 고객 돈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유용(Misappropriation)’이라 한다. 변호사가 자기 몫의 돈이라도 신탁계좌에서 개인 채권자에게 바로 갚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규정 해설의 입장이다. 이번 사건에서 한 투자자가 받은 수표가 에스크로 계좌에서 발행됐고 메모란에 약속어음(Promissory Note)을 뜻하는 ‘PN’이 적혀 있었다는 점은 그래서 주목된다. 개인 투자금이나 차용금을 고객 보관 계좌로 정리하려 했다면 그 자체로 규정 위반 소지가 크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어니스트 머니(Earnest Money): 계약 의사를 보여 주기 위해 계약 직후 맡기는 계약금. 거래가 성사되면 매매 대금에 포함된다.에스크로 에이전트(Escrow Agent): 돈을 맡아 두는 중립적 제3자. 텍사스 부동산 거래에서는 대개 타이틀 회사.클로징(Closing): 서류 서명, 잔금 입금, 소유권 이전이 함께 이뤄지는 거래 마무리 단계.세틀먼트 스테이트먼트(Settlement Statement): 누가 얼마를 내고 받는지 항목별로 정리한 정산서. 반드시 사본을 받아 둔다.IOLTA: 변호사가 고객 돈을 보관하는 이자 발생 신탁계좌의 한 형태. 계좌명에 ‘Trust’, ‘Escrow’, ‘IOLTA’ 등이 들어간다.NSF(Non-Sufficient Funds): 잔고 부족. 에스크로 계좌 수표가 NSF로 돌아왔다면 심각한 경고 신호다. |
에스크로 맡기기 전, 이것만은 확인하자
| 에스크로 안전 체크리스트 7 가능하면 타이틀 회사를 이용하라. 사업체 매매라도 타이틀 회사나 면허 있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쓰면 감사·본드 같은 안전장치가 더해진다.맡기는 곳의 자격을 조회하라. 타이틀 회사와 에스크로 오피서는 텍사스 보험국(TDI), 변호사는 텍사스 변호사협회 웹사이트에서 면허와 징계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입금 계좌 명의를 확인하라. 계좌명에 ‘Trust’, ‘Escrow’, ‘IOLTA’ 등이 들어간 전용 계좌인지 본다. 개인·법인 운영 계좌라면 멈춰야 한다.모든 약속은 서면으로. 에스크로 합의서, 입금 영수증, 세틀먼트 스테이트먼트를 반드시 받아 둔다. 지급 기한도 문서에 명시한다.지급은 wire로 요구하라. 송금 정보는 이메일만 믿지 말고 미리 알고 있던 번호로 전화해 재확인한다. 송금 사기 예방에도 필수다.지연은 경고 신호다. 클로징 후 며칠이 지나도 돈이 오지 않거나 수표로 나눠 주겠다고 하면 즉시 서면으로 지급을 요구하고 전문가와 상의한다.“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요구를 의심하라. 피해를 숨기려는 전형적인 신호다. 지체 없이 공식 기관에 알린다. |
※ 이 기사의 피해 내용과 금액은 피해자 주장 및 제보에 근거하며, 수사와 법적 절차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김환균 변호사는 DKNET의 거듭된 연락과 서면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이 기사는 법률 자문이 아니며, 개별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