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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둘 다 승리했다?”… 휴전 뒤에 남은 불안,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이 전쟁의 진짜 의미

KTN Online
Last updated: 4월 9, 2026 8: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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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국장 최현준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솔직히 마음 한켠에서는 한숨 돌리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중동을 중심으로 세계 전체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던 충돌이 일단 멈췄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최악은 피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뉴스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번 휴전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한 국면의 시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이거다. 미국도, 이란도 모두 “우리가 이겼다”고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0% 완전한 승리”라고 선언했고, 이란 역시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한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따라온다. 도대체 누가 이긴 것인가. 아니면 아직 아무도 이기지 못한 것일까.

이 장면은 국제정치의 냉정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쟁은 총으로 끝나지만, 그 이후의 싸움은 말과 해석으로 이어진다. 지금 양측이 하고 있는 것은 결과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를 놓고 싸우는 과정에 가깝다.

사실 필자 역시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으로서, 마음 한편에서는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더 유리한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감정이 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 경제, 안전이 결국 미국의 선택과 결과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안을 바라볼 때 감정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분명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몇 년, 어쩌면 수십 년의 국제 질서를 좌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보면, 아직 뚜렷한 승자는 없다. 오히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전략적으로 더 많은 것을 확보했을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은 채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고,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글로벌 에너지의 핵심 통로에 대한 영향력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제재 해제와 자산 반환, 심지어 전쟁 피해 보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무엇을 얻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군사적 압박을 통해 협상 테이블을 끌어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그 이후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그 압박의 의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란의 핵 문제, 또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두 문제는 단순한 외교 이슈가 아니다. 핵 문제는 안보의 문제이고, 해협은 에너지와 직결된 경제의 문제다. 즉, 이 협상은 총알 대신 ‘경제와 생존’을 놓고 벌어지는 또 다른 형태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움직임은 많은 사람들에게 체감될 수 있는 문제다. 이란이 선박 통과에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제 유가와 물류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쉽게 말해, 이 문제가 길어지면 결국 우리가 주유소에서 느끼는 기름값, 항공권 가격, 생활 물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이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2주라는 시간은 협상을 시작하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결론을 내리기에는 턱없이 짧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쯤 되면 우리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이 싸움은 언제 끝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번 협상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는 이제 미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설명해야 한다. 이 전쟁이 왜 필요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 무엇을 얻었는지를 말이다. 만약 그 답이 분명하지 않다면, 정치적 부담은 결국 국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휴전은 끝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에 가깝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전쟁, 즉 협상과 외교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총성이 멈춘 뒤의 시간을 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훨씬 더 치열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지 중동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달라스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 장을 보는 물가, 여행 비용, 그리고 경제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상황을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음으로는 응원하되, 시선은 끝까지 객관적으로 유지하는 것. 어쩌면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현실적인 태도일지도 모른다.

TAGGED:기자의 눈미국승리이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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