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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자형 경제 돌입,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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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4월 24, 2026 9: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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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금리전쟁·E자형 양극화 … 보여지는 경기와 체감되는 경기가 너무 다르다

장을 보고 나서 영수증을 들여다보면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예전이랑 비슷하게 샀는데 계산대 숫자는 다르다. 주유소에서도 그렇다. 기름을 넣을 때마다 조금씩 더 나간다. 뉴스에서는 “경제 지표 양호하다”고 하는데, 왜 내 살림은 점점 더 팍팍해지는 걸까.

그 느낌, 착각이 아니다.

지표와 내 지갑 사이의 간극. 그 간극의 정체를 이해하려면 지금 동시에 타오르고 있는 세 개의 뇌관을 알아야 한다. 기름값 상승, 금리를 둘러싼 워싱턴의 권력 충돌, 그리고 조용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중산층의 현실이다. 문제는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니다. 경제가 좋아 보이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 첫 번째 뇌관

올해 초 중동에서 전쟁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요동쳤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일대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공급 불안이 커졌고, 그 여파는 곧바로 주유소 가격표에 나타났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현재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약 28% 높다. 일부 지역에서는 프리미엄 휘발유가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선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달 발표된 소매 판매 통계는 언뜻 희망적으로 보인다. 3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1.7% 올라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기름값을 빼고 보면 실제 소비 증가는 0.6%에 그친다. 더 많이 쓴 게 아니라, 같은 양을 채우는 데 더 많이 낸 것이다. 숫자가 올랐다고 경제가 좋아진 게 아닌 셈이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이냐, 장기화되느냐다. 전쟁 상황이 계속되는 한 에너지 공급 불안은 이어질 수 있고, 그 여파로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연준 내부에서는 이미 금리 인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 두 번째 뇌관

지금 워싱턴에서는 경제의 미래를 놓고 보기 드문 권력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엔 트럼프 대통령, 다른 한쪽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이 있다. 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누가 고통을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금리를 낮추면 기업 대출이 쉬워지고, 소비가 살아나고, 경기가 좋아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1일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며 스위스 중앙은행의 0% 금리를 거론하면서 현재 연준 기준금리 3.5~3.75%가 너무 높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물가가 아직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갔다. 지난 4월 15일, 파월 의장이 임기 만료일인 5월 15일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면 해임하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법무부는 연준 청사 보수공사 비용 문제를 빌미로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를 개시했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는 5월 15일 끝나지만,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이 이사직에도 남으면 해임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법조계에서는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제도법상 중대한 위법 행위 없이는 해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고, 지난 21일 상원 은행위원회(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 인준 청문회가 열렸다.

워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독립성 논란에 정면으로 맞섰다. “대통령은 어떤 논의에서도 금리 결정을 사전에 확정·약속하도록 요구한 적이 없고, 나도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트럼프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절대 아니다. 인준되면 독립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선출직 공직자들이 금리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고 해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위협받는다고 믿지 않는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압박 자체는 독립성 침해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다.

인준 표결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Thom Tillis) 상원의원이 법무부의 파월 수사가 중단되기 전까지 인준을 막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 단 한 명만 반대해도 인준이 막힐 수 있는 구도다. 파월 의장은 워시 후보자가 5월 15일 전에 인준되지 않을 경우 임시 의장으로 직무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세 번째 뇌관

경제 지표만 보면 여전히 괜찮아 보인다. 주가는 높고 실업률은 낮다. 그런데 사람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이 간극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K자형 경제’다.

팬데믹 이후 경제는 알파벳 K 모양으로 갈라졌다. K의 위쪽 선처럼 주식과 부동산을 가진 고소득층은 자산 가치가 오르며 더 잘살게 됐다. 반면 아래쪽 선처럼 저소득층은 물가 상승과 임금 정체로 더 힘들어졌다. 그런데 2026년 들어 이 구도가 한 단계 더 악화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분석에 따르면 이제 소비자층은 세 그룹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이른바 ‘E자형’이다. 고소득층은 여전히 자유롭게 소비하고, 중산층은 불안하게 버티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빚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다. 버티던 계층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의 위기는 더 조용하고, 더 위험하다.

특히 중산층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경제학자들은 중산층이 몇 달마다 한 번씩 새로운 물가 충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달걀값이 잡히면 소고기값이 오르고, 소고기가 잠잠해지면 유가가 뛴다. 숨 돌릴 틈이 없는 것이다. 한때 중산층의 상징은 단순했다. 집을 사고, 아이를 키우고, 은퇴를 준비하는 것. 지금 그 공식은 사실상 무너졌다.

숫자도 그 현실을 뒷받침한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인구 비율은 1971년 61%에서 2023년 51%로 줄었다. 절반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무디스(Moody’s)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Mark Zandi)는 “하위 80% 소득 계층의 생활 수준이 팬데믹 이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빚도 문제다. 2026년 초 신용카드 부채 총액은 1조 2,700억 달러에 달했고, 저신용 연체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월급으로 생활비를 겨우 맞추다가 신용카드로 넘어가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부유층의 소비가 전체 소비의 약 60%를 차지할 만큼 집중이 심화되고 있어, 경제학자들은 이를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경고한다.

◈ 이 모든 것이 우리 이야기

한인 동포들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유비가 오르고,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집값과 임대료는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나가는 돈은 늘었다. 그러면서도 “경제 지표는 좋다”는 뉴스를 들으면 묘한 괴리감이 든다.

그 괴리감이 바로 E자형 경제의 실체다. 지표가 좋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그 지표를 떠받치는 건 주로 상위 소득층의 소비다. 중산층과 서민의 실제 삶은 그 평균에 가려져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여러 변수에 달려 있다. 중동 정세가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 워시 후보자가 인준을 받고 실제로 독립적으로 행동하느냐, 대법원이 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어떤 최종 판결을 내리느냐, 그리고 중산층의 허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나올 때, 경제의 다음 장이 열릴 것이다.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지금 느끼는 불안감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조가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가운데를 우리가 통과하고 있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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