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11일부터 시작된 북중미 월드컵은 온 세계인이 기다려온 지구 축제답게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나라들은 물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덕에 이름조차 생소한 국가들도 참가하게 되어 게임은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웠다. 조별리그에서도 탈락한 이탈리아 코치는 이렇게 어중이 떠중이 다 참가시키면 월드컵 격이 떨어질 것이란 망언을 했지만, 결과는 그의 예상과 달랐다. 카보 베르데나 퀴라소 같은 나라는 축구 실력으로 전 세계에 나라 이름을 각인시켰고, 역시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 수 있다는 진리를 증명했다.
A조에 속한 우리나라 대진표를 보며, 축구팬들은 32강 진출은 무난하다는 가정아래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첫 경기에서 체코를 2대 1로 꺽고 나서는, 꿈이 현실이 된 듯했고 골을 넣었던 황인봉과 오현규선수는 단번에 영웅이 되었다. 피파 순위가 25위인 우리나라와 60위인 남아공이 비기기만 해도 되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멕시코에 이어 남아공에도 연달아지며, 한국의 32강 진출은 무참히 무너졌다. 이 경기는 전문가들뿐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 나처럼 축구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에도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유럽이나 남미 국가들 경기를 보면 전투를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뛰고, 덤비고, 뺏고 하며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은 정지된 화면을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손흥민, 이강인 선수등 세계가 인정하는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감독의 전술도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메시가, 포르투칼 경기에 호날두가 빠진 것처럼 뭔가 허전하고 석연찮았다. 감독은 자신은 세팀다 똑 같은 전술을 쓴 죄 밖에 없다는데 문제는 게임 상대가 매번 다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 월드컵 팀 귀국 후 후폭풍은 몹시 거셌다. 홍명보 감독 출입금지란 사인까지 뜨며, 이 모든 사단이 정몽규이사장, 홍명보 감독의 K대 라인이 만든 작품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축구협회 마저도 카르텔을 만들어, 실력보다는 인맥이나 학벌, 지연으로 운영하는 폐단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질병 중 하나로 어느 조직을 가던 크고 작은 카르텔이 존재한다. 유달리 내편 네편에 대한 경계가 심하고, 내편이 아닌 경우 보이지 않는 차별을 하고, 일단 내편이 되면 능력과는 상관없이 특혜를 주고 이익과 권력을 배분한다.
이는 비단 축구협회뿐이 아니다. 한국인이 모인 단체라면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특히 한 사람이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단체의 속을 들여다보면 거의 유사하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이 구조의 심각성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카르텔(cartel)은 본래 동일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경쟁을 피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이나 생산량을 담합하는 ‘기업 연합’을 뜻한다. 하지만 이러한 본래의 목적이 현재는 기득권 집단이 권력을 유지하고 이권을 나눠갖는 불법적이고 배타적인 모임으로 변질되었다. 정말 별별 카르텔이 다 있다. 석유카르텔, 마약 카르텔, 사교육 카르텔, 성형 카르텔, 조만간 AI들도 카르텔을 만들 것 같다.
이제 월드컵이 막이 내렸다. 스페인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2연패를 노리던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압하며, 우승컵을 안았다. 아쉽게도 패배후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보인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월드컵의 진정한 정신은 인종, 국가, 이념의 벽을 넘어 축구를 통해 공정한 경쟁을 하고 화합하는 모습 일텐데, 게임에 졌다고 상대선수에게 욕을 하고 폭행을 가하는 모습이라니, 스포츠맨쉽의 기본기도 안된 선수들이 공만 잘 차면 무슨 소용일까 싶다.
아무튼 올여름은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훌쩍 절반이 지나갔다. 비싼 티켓 대신 시원한 실내에서 전 세계 스타플레이어들의 축구 경기를 실컷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사이 정원에는 벌들이, 뒷마당엔 개미들이, 텃밭엔 잡초들이 거대 카르텔을 형성해놓았다. 언제 저 불법 카르텔을 해체 시킬 것인지 목하 궁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