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 북텍사스 한인 자영업·가계·부동산 동시 직격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유가 급등이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당장 멈춘다 해도 유가가 언제 정상화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여파는 이미 북텍사스 한인 동포들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주유소 가격은 한 달 새 큰 폭으로 뛰었고, 식당 식재료 가격은 매주 오르고 있으며, 모기지 금리까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와 자영업자 모두 체감 부담이 한꺼번에 커지고 있다.
◈ 휘발유 가격, 한 달 새 최대 67% 급등
지난 2월 말 루이스빌 코스트코 기준 일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39달러였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같은 코스트코 가격은 3.39달러로 1달러가 올랐다.
해리하인즈 일대 일부 주유소에서는 갤런당 3.99달러까지 치솟은 곳도 나타났다. 한 달 사이 최대 1.60달러, 약 67%가 오른 셈이다.
미국이 전세계 최대 산유국이라고 하지만 이번 유가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국제 유가는 국내 생산량과 무관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하루 최대 1,6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것이 전 세계 유가를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대중교통 기반 시설이 열악한 달라스·포트워스 지역에서 기름값 상승은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생활 전반을 흔든다.
듀크대학교 경제학자 마티아스 케흐리그(Matthias Kehrig)는 지난 한 달간의 유가 상승이 저소득 통근자에게는 월 소득의 약 2%에 해당하는 추가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대중교통 대안이 마땅치 않은 이 지역에서 늘어난 기름값은 결국 외식이나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어지며 지역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 “식용유 한 통에 4달러 올랐다”… 자영업자 한숨
기름값 상승은 물류비를 타고 식재료 가격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캐롤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양모 대표는 “가장 많이 쓰는 식재료 중 하나인 식용유 한 통이 27달러에서 31달러로 올랐고, 다른 식재료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할지 고민이지만 손님이 줄어들까 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식업계는 지금 원가 상승과 소비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압박 속에 놓여 있다.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 메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곧 고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식용유처럼 국제 가격 영향을 직접 받는 기본 식재료일수록 상승 압력이 빠르게 반영되는 구조다.
◈ 모기지 금리, 3주 만에 0.8%포인트 급등 … 부동산 회복세에 제동
모처럼 살아나던 부동산 시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달라스에서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윤모 대표는 “올 1분기는 지난 2년간 눌려 있던 주택 구매 수요가 적극적으로 움직인 시기였다”며 “본격적인 시장 회복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전쟁 이후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다. 이란 전쟁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 아래에서 4.32%까지 오르면서 모기지 이자율도 덩달아 뛰었다. 한때 5.5%대까지 내려갔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최근 3주 사이 약 0.8%포인트 상승해 현재 6.25~6.35%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윤 대표는 전했다.
수치로 보면 그 무게감이 더 분명하다. 40만 달러 주택을 30년 고정 금리로 구매할 경우, 5.5%와 6.3% 금리의 월 상환액 차이는 약 200달러에 달한다.
1년이면 2,400달러, 30년으로 따지면 7만 달러가 넘는 추가 비용이다. 구매를 앞두고 관망세로 돌아서는 수요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 국채 금리 불안 … “아직은 괜찮지만 방심은 금물”
모기지 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미 국채 시장의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국채 금리는 단순히 주택 구매 비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기업 대출, 자동차 할부, 학자금 대출 등 사실상 모든 금융 비용의 기준이 된다.
이란 전쟁 이후 10년물 국채 금리는 4% 아래에서 한때 4.4%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주 국채 경매에서도 평소보다 수요가 부진한 모습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직 위험 수위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전 백악관 예산국장 미치 대니얼스(Mitch Daniels)는 “과거에 ‘우리는 괜찮다’고 했던 나라들도 결국 위기를 맞았다”며 “미국 국채의 안전성은 수학과 신뢰의 문제”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의 연간 국채 이자 비용은 세수의 약 20%에 달하며,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금리가 오를수록 정부의 위기 대응 여력도 줄어드는 구조다.
◈ 전쟁 끝나도 정상화까지는 시간 … 핵심 변수는 ‘지속 기간’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Jan Hatzius)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달 중순 이전에 열릴 경우 미국 경제 규모가 1년 후 0.4% 줄어드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해협 봉쇄가 이어지거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체 수출로인 얀부(Yanbu) 항구가 이란의 공격을 받을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의 마이클 하이(Michael Haigh)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공급망 복구와 재고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름값에 그치지 않고 물가 전반과 금리, 소비 심리까지 연쇄적으로 압박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그 여파는 이미 이곳 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지금 상황의 핵심 변수는 전쟁의 종료 시점이 아니라, 그 이후 경제 충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것인지에 달려 있다.
유광진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