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약값·행정비용·인건비 복합 작용…가족 보험료만 연 2만7000달러
미국의 의료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가 수치로 확인됐다. 핵심은 단순하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른다는 것이다. 한 가정이 부담하는 연간 건강보험료만 약 2만7000달러로, 자동차 한 대 값과 맞먹는다.
수술비 격차는 뚜렷하다. 2022년 기준 민간 보험사 지급액을 보면 고관절 치환술은 미국 2만9000달러 대 비교 8개국 평균 1만1000달러,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미국 2만6000달러 대 평균 1만1000달러다. 제왕절개 분만도 미국은 1만4000달러인 반면 다른 나라 평균은 5000달러에 불과하다. 맹장 수술 역시 미국 1만4000달러 대 평균 4000달러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약값 격차는 더 심각하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Herceptin) 450mg 기준으로 미국은 6819달러지만 독일은 2599달러, 영국은 1360달러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Enbrel)은 미국 6238달러인 반면 독일 1043달러, 스페인 802달러 수준이다. 혈전·뇌졸중 예방약 엘리퀴스(Eliquis)는 미국 513달러 대 스페인 96달러로 무려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나라는 정부가 제약사와 직접 가격 협상을 해 약값을 통제하지만, 미국 정부는 그런 규정 자체가 없다.
병원 독과점도 주요 원인이다. 예일대 의료비 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병원의 43%가 경쟁이 제한된 시장에 속하며, 21%는 사실상 독점 상태다. 한 지역에 병원이 하나뿐이면 보험사가 수가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병원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해당 보험사 가입자들이 그 병원을 아예 이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행정 비용 낭비도 크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의료비의 25%가 청구서 발행, 보험 청구 처리, 고객 서비스 등 실제 진료와 무관한 행정 업무에 쓰인다. 4달러를 쓰면 1달러는 서류 처리에 사라지는 구조다.
의료진 인건비도 다른 나라보다 높다. 미국 일반내과 의사의 평균 연봉은 24만5000달러로 네덜란드(15만7000달러), 영국(9만9000달러)을 크게 웃돈다. 간호사도 미국 평균 9만7000달러로 스웨덴(5만6000달러), 영국(5만3000달러)보다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