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님 많은 날엔 진입로 비우고 주차 안내까지 … 이웃에게는 미리 양해 구해야
퇴근길에 보니 집 앞 길가에 이미 다른 차가 서 있다. 이럴 때 이웃집 앞에 차를 대도 괜찮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별도 규제가 없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합법과 매너는 다른 이야기다. 가족 모임이나 생일 파티처럼 손님 차가 한꺼번에 몰리는 날이면 길가 주차가 이웃 사이 신경전으로 번지기 쉽다. 규정과 매너를 함께 알아두면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
■ 집 앞 도로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미국 대부분의 도시는 길가 주차를 ‘선착순(first-come, first-served)’으로 운영한다. 지정 주차, 구역 주차, 예약 주차 구간만 예외다. 주차 금지 표지판이 없다면 어디든 차를 댈 수 있다는 뜻이다. 집 앞 도로라고 해서 그 집 주인이 소유한 공간은 아니다.
소비자 보호 전문 변호사는 이웃집 앞 주차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웃의 진입로(driveway)를 막거나 주차법을 어기지만 않으면 된다.
그래도 차를 세우기 전에 확인할 것은 있다. 장애인 주차 구역인지, 주차 허가증(permit)이 필요한 곳인지부터 살핀다. 소화전 근처는 아닌지, 전봇대나 바닥에 예약 구역 표시가 있는지, 특정 차종을 제한하는 곳은 아닌지도 봐야 한다. 도시마다 세부 규정이 다를 수 있으니 시청 웹사이트에서 주차 조례를 확인해 두면 좋다. 같은 길이라도 요일이나 시간대에 따라 주차가 제한되는 구간이 있다.
텍사스 교통법(Texas Transportation Code)은 구체적인 거리 기준을 두고 있다. 소화전에서 15피트 이내에는 차를 세울 수 없다.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20피트 이내, 정지 표지판이나 신호등 앞 30피트 이내도 마찬가지다. 공공·개인 진입로 앞을 막는 주차도 금지된다. 다만 어르신을 집 앞에 내려드릴 때처럼 승객을 태우거나 내리기 위해 잠시 멈추는 것은 예외다. 이 기준과 주택소유자협회(HOA) 규정만 지키면 이웃집 앞이라도 문제 될 일은 없다.
■ 법보다 먼저 챙길 배려

그렇다고 법만 지키면 그만인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내 집 쪽 길가에, 그것도 내 집 바로 앞에 주차하는 것이 기본 매너다. 이웃이 언제 장 본 물건을 잔뜩 들고 오거나 유모차를 옮겨야 할지 모른다.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는 집이라면 문 앞 가까운 자리가 더 절실하다. 한번 세운 차를 며칠씩 그대로 두는 것도 피하는 편이 낫다. 같은 자리를 오래 차지하면 이웃의 불편이 쌓이기 쉽다.
물론 이 원칙을 늘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리 청소차가 정기적으로 다니거나 주차 공간 자체가 부족한 동네라면 빈자리 찾기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곳에서는 누구도 자기 집 앞자리를 당연하게 기대하기 어렵다.
HOA 단지라면 규정부터 확인한다. 일부 HOA는 이웃집 앞 주차를 삼가자는 예절 조항을 두고 있다. 주차난이 계속된다면 HOA에 문제를 제기하고 회의에서 해결책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이웃이 먼저 불만을 꺼낸다면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 집 앞자리가 비어 있을 때는 당연히 그곳을 먼저 쓰겠다고 안심시키면 대부분 풀린다. 그래도 ‘내 자리’라며 언성을 높이는 이웃이 있다. 이때는 길이 꽉 차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하면 된다. 규정에 맞게 주차했다는 점도 짚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다툼이 대화 한 번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 모임 전, 주차 계획부터

손님이 많은 날일수록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단지에 방문객 전용 주차 구역이 있다면 그곳부터 안내한다. 없다면 우리 집 앞, 진입로, 차고 순으로 손님 자리를 마련한다.
먼저 집주인 차부터 정리한다. 내 차를 차고에 넣거나 잠시 다른 곳에 세워두면 진입로를 손님에게 내줄 수 있다. 참석 인원과 차량 수를 미리 파악해 두면 자리가 얼마나 모자랄지 가늠할 수 있다. 같은 방향에서 오는 사람끼리 카풀을 권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리 배정에도 요령이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어린아이를 데려오는 가족에게는 집과 가장 가까운 자리를 먼저 내준다. 진입로에 여러 대를 앞뒤로 세운다면 일찍 떠날 사람의 차를 바깥쪽에 대게 한다. 그래야 중간에 차를 빼고 다시 대는 번거로움이 없다. 손님이 많다면 가족이나 지인 한 명에게 주차 안내를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도착하는 차를 빈자리로 바로 안내하면 길가가 한결 질서 있게 정리된다.
모임 전날 단체 문자로 주차 안내를 보내두면 좋다. 어디에 차를 대면 되는지, 어디는 피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이웃집 진입로 입구는 물론 길가 우편함 앞도 비워두도록 당부한다. 우편함이 차에 가로막히면 배달원이 우편물을 넣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 길 양쪽에 차가 빽빽이 늘어서면 다른 차가 지나가기 어렵다. 가능하면 한쪽으로 몰아 세우도록 안내한다.
■ 이웃에게는 미리 한마디

그래도 손님 차가 이웃집 앞까지 이어질 것 같다면 미리 알려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이웃이 다른 자리를 먼저 확보할 수 있다. 문자보다는 직접 찾아가 말하는 편이 오해가 적다. 모임이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을 함께 알려주면 이웃도 일정을 맞추기 쉽다. 연락처를 남겨두면 이웃이 급히 차를 대야 할 때 바로 옮겨줄 수 있다.
처음 오는 손님이 많다면 이웃에게 그 사실도 미리 귀띔해 둔다. 낯선 차가 줄지어 서 있으면 이웃이나 HOA가 외부인 차량으로 오해할 수 있어서다. 모임이 끝난 뒤 이웃에게 짧게 감사 인사를 건네면 다음번에 양해를 구하기도 한결 수월하다.
정기적으로 손님을 맞는 집이라면 한 번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이웃 집 앞에 매번 차가 몰리면 불만이 쌓이기 쉽다. 모임 장소를 참석자 집 사이에 돌아가며 정하면 특정 동네에 부담이 쏠리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모임이 끝난 뒤에도 신경 써야 한다. 늦은 밤 여러 대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시동 소리와 문 닫는 소리, 길가 대화 소리가 이웃의 잠을 깨우기 쉽다. 작별 인사는 집 안에서 마치고 조용히 차에 오르도록 미리 이야기해 두면 좋다. 다음 날 아침에는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나 일회용 컵이 없는지 한 번 둘러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