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이런가? 라는 질문에 고민하며 신문에 ‘앤디의 배낭여행’을 시작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6년의 중간을 목전에 두고 텍사스의 태양이 본격적인 겨울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다음 여행지를 새로운 나의 삶의 철학으로 계획할 때면 어느새 나의 생활이 윈톤 켈리의 피아노 음악으로 변하여 연분홍 꽃무늬가 잔잔히 박힌 머그잔 속으로 들어오고 맙니다. 거기에는 보드라운 향내 나는 원두커피가 있고 나의 사랑하는 아들 하진이가 좋아하는 코코아 향이 있습니다.
비록 쪼들리는 생활비와 시간을 내어 뭔가의 목표를 향하여 열심히 뛰어다녔던 일들, 핫 스프링스을 여러 차례 여행을 하였지만 마땅한 사진이 없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사진을 다시 찍으러 그곳으로 향했던 일들, 좀 더 많은 장소를 공유하기 위해 새벽같이 산에서 내려가다가 곰을 만났던 경험들, 비록 하찮은 머그잔을 가지고 있지만 그곳에 최고의 것을 채우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배낭여행의 경험이었습니다.
비어 있는 잔을 보노라면 다시 커피를 가득 채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금세 채워 놓은 향기 가득 찬 커피 한 잔이 벌써 나의 피로를 씻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한없이 돌아다닌 앤디의 배낭여행, 나의 계획이 있다면 텍사스를 중심으로 해서 미국 전역 오지를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달라스 한국문화원 일을 밤새 계획하고 추진하고 가르치면서 심신에 많은 피로가 누적됩니다. 잠시 쉬고 싶은 마음에 다시 일상을 탈출하지만 정한 원고 시간을 지키지 못하기 일쑤여서 조급함이 생활을 많이 압박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 때마다 일을 하고 허겁지겁 들어와 갈증을 씻으러 머그잔에 물을 담으면 물잔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머그잔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삶의 방식과 지식의 그릇으로 나를 자극하였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앤디의 배낭여행을 통해 나의 삶이 머그잔처럼 평범한 둥그런 원통이고 단순한 직사각형의 옆모습이지만 유명화가의 그림으로 꾸며져 맛깔 나는 커피 향을 담을 수 있는 마법의 잔으로 변하는 것, 연분홍 꽃무늬에다 잔잔히 박이 에메랄드 빛 보석 알이 박힌 화려한 머그잔으로 변해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릇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 가가 중요하다’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릇 속에 담긴 수많은 추억들……. 우리에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수많은 소중한 시간이 있습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텍소마 호반이 보이는 창가를 통해 바라보며 잔잔히 흘러나오는 엘가의 첼로 콘체르토를 감상했던 일, 에메랄드 빛에 반사되어 허공으로 부서지는 잔잔한 물보라를 뒤로하며 달리는 보트 위에서 이야기 꽃을 피웠던 머레이 호수에서의 추억들, 울창한 소나무 숲과 새파란 하늘빛이 시리도록 속에 비쳐 바닥이 보일 만큼 깨끗한 물을 간직한 타일러, 그리고 기차를 타고 한없이 누비던 콜로라도의 골짜기들……
이 모든 일들은 우리를 화려하게 변화시켜준 우리의 삶의 철학의 한 방식입니다. 비록 우리 가운데 삶의 그릇이 평범하다 할지라도 그 속에 날마다 채워지는 지식이란 찻장 속에 전시되어 어쩌다가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커피 한 잔을 감히 마실 수 있는 ‘로열 코펜하게’의 화려함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은가? 이제 잠시 지친 몸을 가다듬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펜을 잡을 때 독자들에게 더욱더 풍성하고 알찬 여행 정보를 통하여 오랫동안 나의 철학이 담겨있는 머그잔에 넣어 미국 곳곳을 여행하며 앤디의 머그잔 철학을 여러분들과 공유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