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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전문가 칼럼

[과/학/칼/럼] 달력과 시계

Last updated: 10월 4, 2024 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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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한국에서는 양력 날짜 옆에 음력도 같이 표시해두는 달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의 생신이나 돌아가신 분들의 기일을 음력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고, 특히 한국 최대의 명절인 설날과 추석이 음력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니 음력은 여전히 필수인 셈이다.

동양 전통에는 양력이 필요 없었을까? 오래전부터 농경 사회를 이루어온 동양은 다른 지역 못지않게 태양의 움직임, 그에 따른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매우 민감했다. 그래서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24절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과 추분을 기준으로 대략 15일마다 절기가 찾아온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이 3월 초에 있고, 10월 초에는 찬이슬이 맺히며 곡식과 과일을 수확한다는 한로를 맞이한다.

24절기는 중국 화북 지역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는데, 한반도의 기후와 시기적으로 차이가 좀 있다. 예컨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는 8월 7일이나 8일이지만 한국은 이 시기가 여름 중 가장 더운 때라 24절기가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1895년 갑오개혁 때부터 양력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0년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서양의 태양력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영어식 발음은 시저) 황제가 이집트를 정복한 뒤 그들의 태양력을 받아들여 사용하였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율리우스력이라고 부른다.

당시 로마 사람들은 천문학의 도움으로 지구가 태양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데 대략 365.25일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1년을 365일이나 366일 하나로 고정하면 오차가 누적되므로 4년에 한 번씩 윤달을 넣기로 했다. 우리가 익숙한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2월 29일이 율리우스력에서 시작했다.

당시 종교의 중심이었던 가톨릭 교회에서도 율리우스력을 사용했는데, 부활절 날짜가 춘분에서 조금씩 멀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율리우스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천문학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1년의 길이가 365.2422일 정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월에 하루를 추가하는 윤년의 기준이 다소 복잡해졌다. 어떤 해가 4의 배수이면 윤년이지만 100의 배수이면 윤년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400의 배수면 다시 윤년에 포함한다. 예컨대 2024년은 4의 배수이고 100과 400의 배수는 아니므로 윤년이다. 새 밀레니엄을 시작하는 2000년은 4, 100, 400 모두의 배수이므로 윤년이었다. 새 윤년 기준을 적용한 달력이 바로 그레고리력이다. 당시 가톨릭 교황이었던 그레고리 13세에서 따온 명칭이다.

서기 1582년 10월 4일이 율리우스력이 사용된 마지막 날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은 그레고리력 10월 5일이 아니라 10월 15일이다. 율리우스력을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잘못 계산된 10일을 바로 잡기 위해 5일에서 15일로 건너뛰어야 했다.

달력과 더불어 시계도 일류가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역의 시각 기준은 다소 인위적이다.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을 때를 정오로 규정하는 것인데, 이 방법을 쓰면 가까운 지역 사이에도 다른 시각을 사용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 위에 남북을 잇는 가상의 시간 기준선인 경선을 그어 각도 15도마다 1시간씩을 할당하였다. 한국은 동경 135도 경선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를 사용한다. 

경선의 기준은 본초 자오선인데,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난다. 자오선이라는 이름을 뜯어보면, 자(子)시와 오(午)시를 연결하는 선이라는 뜻이다. 즉 12간지로 하루를 나누었을 때 자시와 오시가 지금의 자정과 정오에 해당하고 자오선은 하루의 시간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선이라는 뜻이다.

신기하게도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눈 서양과 비슷하게 동양에서도 그의 절반인 12조각으로 나누었다. 그런데 하루를 10시간으로 나누려는 시도가 있었던 적이 있다. 프랑스 혁명 기간에 하루를 10시간,  1시간을 100분, 1분을 100초로 재정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당시 사용되던 시계도 남아있다. 기존 시간 체계와 많이 달랐고 불편했기 때문에 10여 년 정도 사용되고 폐기되었다.

  

  

프랑스 혁명 시대에 사용된 10진법 시계

프랑스에서 10진법 시계가 사용되었다는 것이 다소 생경하다. 프랑스어로 숫자를 세는 방식은 10진법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88에 해당하는 프랑스어를 한글로 그대로 바꾸면 4개의 20과 8 (quatre-vingt-huit)이 된다. 20진법에 가까운 체계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복잡한 숫자 읽기 체계 때문에 시계만큼은 더 단순화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달력과 시계의 발명은 인류사회의 산업발전을 보여주는 듯하다. 농경 사회에는 1분 1초의 간격이 큰 의미가 없었다. 그 짧은 시간에는 농작물에 변화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계절, 달, 주 단위의 계획과 경작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의 산업사회는 대량생산이 핵심 위치를 차지한다. 대량생산을 위해서 공장 노동자들은 같은 시각에 출근하고 퇴근해야 하며 심지어 식사시간도 동시에 맞추어야 생산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8시간 일하고 8시간 놀거나 여가를 즐기고  8시간 잠을 잔다는 개념도 산업화가 인간에게 강요하는 문화라고 꼬집는 사람도 있다. 여하튼 노동 생산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과거보다 현재 인류는 단위 시간당 더 많은 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가 시간을 더 잘게 쪼개어 알뜰하고 쓰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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