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중 줄자 옷장의 옷들도 교체…알뜰 매장·맞춤 서비스 업체 수혜 기대
비만 치료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복용자가 급증하면서 미국 패션·의류 시장에 새로운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체중 감량으로 체형이 바뀐 소비자들이 옷장을 새로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버스타인(Bernstein)에 따르면, GLP-1 복용자들이 평균 세 사이즈를 줄이고 줄어든 사이즈당 5~8벌씩 구매할 경우, 올해 미국에서 1억5000만~7억 벌의 의류가 추가 판매될 수 있다. 이는 연간 최대 13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추가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버스타인의 아니샤 셔먼(Aneesha Sherman) 수석 애널리스트는 “규모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GLP-1 확산이 의류 소비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넣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GLP-1 복용자 중 장기 복용자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미지수여서, 실제 수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는 GLP-1 복용자의 약 80%가 체형 변화로 새 옷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55%는 이미 의류나 신발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체형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구매한 경우가 주를 이뤘고, 약 25%는 외모 변신을 위해 옷장을 새로 채웠다고 답했다.
가장 먼저 변화가 감지된 품목은 속옷이다. 브래지어의 경우 큰 사이즈(밴드 42 이상, C컵 초과)는 점유율이 줄고, 중간 이하 사이즈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CEO 힐러리 수퍼(Hillary Super)는 올해 2월 포춘지 인터뷰에서 브래지어와 속옷 판매 사이즈가 약 3%가량 작아지는 추세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카나의 크리스틴 클라시-주모(Kristen Classi-Zummo) 의류 산업 자문은 “브래지어는 반드시 맞아야 하는 품목이라 사이즈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최근 3개월간에는 변화가 다른 의류 카테고리로도 번지고 있다. 여성 플러스 사이즈 의류는 시장 점유율을 잃는 반면, 12사이즈 이하 일반 여성복은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 업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개인 스타일링 서비스 스티치픽스(Stitch Fix)다. 이 회사는 2024년 9월부터 GLP-1 복용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시작했으며, 전담 웹 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CEO 맷 베어(Matt Baer)는 “고객들의 Fix 신청 노트에서 체중 감량 언급이 지난 2년간 세 배 늘었고, 최근 분기에는 전년 대비 75% 급증했다”고 전했다. 그는 “빠른 신체 변화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 순간에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 할인점 역시 주목받는 수혜처다. 버스타인은 TJ맥스(T.J. Maxx)·마샬스(Marshalls) 같은 할인 매장과 나이키(Nike)·아디다스(Adidas)·룰루레몬(Lululemon) 등 스포츠 의류 브랜드도 GLP-1 수요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빅앤톨(Destination XL) 같은 대형 사이즈 전문 매장은 타격을 받고 있다. CEO 하비 칸터(Harvey Kanter)는 “고객 중 최대 25%가 GLP-1을 복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대 이상으로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JP모건(JPMorgan)은 2030년까지 GLP-1 복용자가 현재 약 1000만 명에서 3000만 명 이상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클라시-주모 자문은 “앞으로 6개월 안에 GLP-1 관련 의류 수요가 본격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