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 A&M 연구팀 “텍사스 토양·기후, 김치 원료 재배에 최적”…한국 수출 가능성도 타진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지는 김치가 텍사스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로 수출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텍사스 A&M대학교 연구팀이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다.
텍사스 A&M대 식품과학기술학과 구석모 조교수는 텍사스산 김치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연구 중이다. 그는 텍사스 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는 봄과 가을·겨울, 연 2회 배추를 재배할 수 있는 전세계에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라며 “이는 김치 원료 생산지로서 상당한 강점”이라고 밝혔다.
봄철에는 2월 말~3월 중순에 파종해 4월~5월에 수확이 가능하고, 가을·겨울철에는 8월 말에 파종해 10월~12월에 거둬들일 수 있다. 특히 가을·겨울 수확 시기는 전통 김장 배추와 시기가 맞아 품질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 한국의 역설, 김치를 수입하는 나라
연구의 출발점은 이른바 ‘한국의 역설’이다. 세계에서 김치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가 정작 김치를 대량 수입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구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간(B2B) 김치 시장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99%를 넘으며, 대부분 중국산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기후 변화로 한반도의 배추 주요 재배지가 2050년대까지 대부분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한국이 김치의 글로벌 기준을 세웠지만, 장기적 생산 기반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텍사스 토양부터 밥상·건강까지 연구
연구팀은 세 가지 핵심 질문을 붙잡고 연구 중이다. 첫째, 텍사스의 토양과 재배 환경이 배추 품질과 발효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둘째, 토양의 미생물이 배추를 거쳐 김치, 나아가 사람의 장(腸)까지 어떻게 이동하는가. 셋째, 텍사스산 재료로 만든 김치가 전통 맛을 유지하면서도 나트륨 저감 등 미국 건강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가.
연구팀은 이를 ‘토양에서 밥상으로, 밥상에서 장으로(soil-to-table, table-to-gut)’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칼리지 스테이션·브라이언 지역 농가들과 협력해 작물 재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도 텍사스산 김치는 경쟁력이 있다고 구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식품 규제 국가 중 하나”라며 “‘미국산(made in U.S.)’ 식품은 그 자체로 품질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인 동포 식탁에도 변화
구 교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지 12~13년이 됐다. 그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동네 마트에서 김치를 구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HEB, 월마트, 알디 같은 일반 마트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텍사스산 김치 연구가 결실을 맺는다면, 동포들의 식탁에 오르는 김치 한 포기가 지역 농가를 살리는 데도 기여하는 날이 올 수 있다. 구 교수는 “텍사스의 기존 농업 자원을 활용하면 지역 농가와 식품 생산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