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나단 김(Johnathan Kim)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
한국 학부모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미국 입시의 차이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한인 학부모들을 만나면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우리 아이가 SAT를 처음 봤는데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왔습니다. 괜찮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
한국에서 대학 입시는 수능 한 번으로 당락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그래서 한 번의 시험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미국의 SAT와 ACT는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의 실력을 평가하기보다, 충분히 준비하고 반복해서 응시하며 자신의 최고 점수를 만들어 가는 시험에 가깝다.
그래서 미국 대학 입시에서는 첫 점수보다 마지막 점수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첫 시험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시험 유형을 익히고 꾸준히 연습한 뒤 다시 응시하면서 수십 점, 많게는 100점 이상 점수를 끌어올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ACT 역시 체계적으로 준비한 뒤 다시 시험을 보면 1~3점 이상 향상되는 경우가 흔하다.
중요한 것은 첫 점수가 아니라, 아이가 얼마나 꾸준히 준비했는지다.
◇ 시험 구조부터 완벽히 익혀야
SAT와 ACT는 단순히 영어와 수학을 잘한다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시험의 구조와 시간 배분, 문제 유형을 얼마나 익혔는지가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학생은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이미 각 영역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제한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오는지, 시간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까지 몸에 익혀야 한다.
시험 당일 처음으로 문제 유형을 파악하거나 안내문을 읽는다면 이미 귀중한 시간을 잃고 있는 셈이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실제 경기장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반복 훈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낯선 환경을 없애고 오직 실력만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SAT와 ACT도 마찬가지다. 시험 당일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날이 아니라, 그동안 훈련한 결과를 보여주는 날이어야 한다.
◇ 벼락치기보다 매일 조금씩
SAT와 ACT는 단기간에 몰아서 공부한다고 점수가 크게 오르는 시험이 아니다.
오히려 매일 조금씩 꾸준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훨씬 좋은 결과를 얻는다.
하루에 한 영역만 풀더라도 시간을 재면서 연습하고,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 맞힌 문제라도 확신이 없었다면 다시 검토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읽기와 쓰기 영역에서는 꾸준한 독서와 어휘력이 큰 힘이 된다. 하루에 몇 개의 단어라도 꾸준히 익히는 것이 시험 직전에 수백 개의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시험 준비는 마라톤과 비슷하다. 하루의 무리한 공부보다 몇 달 동안의 꾸준한 훈련이 훨씬 큰 변화를 만든다.
◇ 비싼 학원이 정답은 아니다
SAT나 ACT를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사교육 비용이다.
물론 개인 교습이나 전문 학원의 도움을 받는 학생들이 유리한 점은 있다. 하지만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반드시 비싼 학원을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활용해야 할 자료는 시험을 만드는 기관이 제공하는 공식 교재와 공식 모의고사다. 여기에 Khan Academy와 College Board의 Bluebook, ACT의 무료 연습문제 등 수준 높은 무료 자료도 다양하게 제공된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시험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은 응시료 면제와 대학 지원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일부 공립학교에서는 재학 중 SAT나 ACT를 무료로 응시할 기회도 제공한다.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 카운슬러와 상담해 이러한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 SAT냐 ACT냐, 한 번에 정하라
간혹 두 시험을 모두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 시험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처음에는 SAT와 ACT 모의시험을 각각 한 번씩 치러본 뒤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시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SAT는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더 많이 요구하고 시험 시간이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 반면 ACT는 제한시간이 더 촉박하고 빠른 판단과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 부모의 역할은 ‘감독’이 아니라 ‘코치’
한국 학부모들은 첫 시험 점수가 기대보다 낮게 나오면 아이보다 더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미국 입시에서는 첫 시험은 출발선에 불과하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꾸준히 연습하도록 격려하며, 일정한 생활습관과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시험 전날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보다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 점수는 입학의 전부가 아니다
학부모들은 흔히 “몇 점이면 합격하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물론 대학마다 경쟁력 있는 점수대는 있다. 하지만 미국 대학 입시는 시험 점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갖춘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성적, 수강 과목의 난이도, 봉사활동, 리더십, 에세이, 추천서 등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요소들이 더욱 중요해진다.
미국 대학 입시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마라톤이다. SAT와 ACT 역시 마찬가지다. 시험은 학생의 가능성을 한 번에 판단하는 도구가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성장을 보여주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첫 점수에 흔들리지 않고 더 현명하게 입시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