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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타월과 모전여전(母傳女傳)

Last updated: 5월 22, 2020 9: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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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월은 17세기 터키에서 발명되었다고 하며 18세기에 현대의 타월형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으나 19세기 까지도 아주 구하기 힘든 품목이었다고 한다.
5월 25일은 타월 데이(Towel Day)다.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팬들이 타월을 목에 걸고 그와 그의 소설을 기리는 날이다.
소설 속 타월의 ‘실용적 상징적 유용성’ 때문인데 성간 여행을 하는 동안 머플러나 모포, 담요, 악취나 유독가스를 차단하는 용도로도 쓰고, 무엇보다 히치하이커로서의 경쾌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과만 단짝인 타월의 정의인 셈이다.

내 직업은 타월을 많이 쓴다. 구옥순님의 <수건>을 생각하며 타월워머에서 따끈하게 스팀 된 타월로 손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며 마른수건으로 보송보송하게 마무리해준다.

마음이 보송보송할 땐/ 젖은 이웃의/ 물기를 닦아 주고
마음이 축축할 땐/ 마른 이웃에게/ 물기를 나누어 주고 -구옥순 님의 동시 <수건> 전문

경제재개를 위해 살롱을 오픈하라고 한다. 가족들은 아직도 코비드 19가 위험하니 일하지 말라고 하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한 가족같은 손님들이다.
스스로는 손발톱 케어를 할 줄 모르게 된 것에 대한 책임감이 등을 떠민다. 좋아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즐기며 하고 있고 손님들 말 대로 달라스에서 유일한 ‘실크네일 전문가’가 된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손님도 마스크를 쓰지만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얼굴을 마주보고 있어야 하니 N95 마스크에 페이스 실드로 턱밑까지 가렸다.
코비드 19 보균자인지 서로 모르는데, 금속에 균이 묻으면 2-3일 까지 생존한다니 엄마의 선물인 팔찌와 십자가 목걸이를 처음으로 뺐다. 손목이 허전하다. 엄마생각이 난다.
“이거 이쁘고 새 건데 너 가져갈래? 가져가~ 응?!”하면서 겸연쩍게 어린애처럼 웃던 엄마. 미국 이민 길에 그리고 아버지 장례로 한국 방문 때도 챙겨주신 색깔 곱고 예쁜 타월들. 등산 가서 받은 것을 엄마는 곱다고 안 쓰고 미국 사는 내게 여러 개를 주셨다.
싫다하면 섭섭해 하실까봐 또 예뻐서 가져왔는데 그 중 1998년 산악회 등반기념으로 ‘00 단란주점’이 찍힌 타월도 있다.
손님용으로 화장실에 걸어둘 때는 ‘목사 집에 웬 단란주점 타월이야!’ 루머를 만들며 시비 걸 사람이 있으랴마는 간혹 켕기기도 했다.
얼마 전 다른 빨래와 잘못 섞여서 빛 고운 하늘색이 바래버린 ‘단란주점’은 이제 안방 화장실에서 내가 쓴다. 엄마 가신지 벌써 여러 해 지났는데 타월의 광고글자만 선명하니 약발 없는 약이 된 셈이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산악회원이 되신 엄마는 기념품으로 받는 예쁜 타월을 딸들 주려고 챙겨두면서 얼마나 행복해하셨을까. 언젠가 “엄마, 그 집은 부자인가 봐요. 새 수건을 걸레로 쓰던데요.”
“그게 아니라 요즘은 수건이 흔해져서 그래. 새 수건을 걸레로 쓰면 찌꺼기 묻어나지 않고 더 깨끗이 청소가 되잖아.” 그걸 알면서도 육남매 키워낸 엄마는 그리 못하고 사셨다.
모전여전, 그걸 닮은 나도 이민 길에 챙겨온 것과 미국서 행사 때 마다 받은 여러 종류의 타월 중 예쁜 것들은 모아 두었다.
집에 오는 손님용으로, 기도원, 여행, 선교지에 갈 때 쓰려고. 또 아들이 독립해 갈 때도 흰색대신 밤색, 청색, 빨간색 등. 진한색 타월을 챙겨주었다.

작년에 가장 수명이 오래된 타월과 작별을 했다. 78년에 아들을 낳은 병원의 로고가 있는 출산기념용이다. 쓸 때마다 그 아이가 태어난 날의 기적을 기억하곤 했는데 너무 낡아서 화장실 청소를 마지막으로 빠이~를 했다.
손님용을 거쳐서 가족용으로, 그러다가 발수건으로 마지막에 걸레로, 최종에는 아주 더러운 것을 닦아서 쓰레기로 가게 되는 우리 집 타월의 일생이다. 요즘은 발수건을 따로 쓸 일 없으니 고양이와 개 목욕수건으로 쓰다가 자동차 닦는 타월을 마지막으로 타월의 생은 끝이 난다.

뜨거운 여름에 집일을 시키면서 일하는 분들에게 타월을 돌돌 말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쓰고 가져가라고 주면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한다.
한인사회에서도 각종 기념타월을 답례품으로 받았다. ‘타월이란 선물은 1920년대부터 시작되고 있었고 100여년 지속되고 있는 인기 기념품, 답례품’이란 기사를 읽은 생각이 난다.
교회설립, 창립기념일, 목사안수 및 취임, 장로, 권사, 집사임직, 성전봉헌, 출판 기념회, 어머니학 교, 커피 브레이크 등… 타월에는 장소는 물론 날짜까지 찍혀 있으니 달라스지역 역사를 회상시켜준다.
요즘은 개 고양이 타월은 물론 자동차용 타월셑트가 따로 있던데 모전여전인 내가 따로 사서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코비드 19 덕에 다양한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예배와 성경공부는 물론 손자들과 멀리 떨어진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또 다른 세상에 입학했다.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초등(국민)학교 입학식 때 반과 담임 선생님을 기억하도록 색리본과 함께 내 가슴에 달아주셨던 손수건, 엄마가 만든 하얗고 부드러운 가제 손수건과 외할머니가 뒤집어서 닦아주시던 무명행주치마 콧수건이 그리운 가정의 달 5월이 간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이제 그만 떠나면 얼마나 좋을까.

김정숙 사모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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