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언 열 번 바뀌는 동안 뒷채널은 열렸다 … 달라스 기름값도 직격탄

전쟁이 시작된 지 꼭 한 달이 됐다. 2월 28일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기습 공습이 이란을 강타하면서 시작된 이 전쟁은 지금 기묘한 국면을 맞고 있다.
포탄은 여전히 날아다니고, 유가는 출렁이고, 달라스 주유소 가격판의 숫자는 매주 바뀌고 있다. 그러나 그 혼돈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양측 모두 지금 ‘명분 있는 출구’를 찾고 있다는 신호들이다.
◈ 트럼프 발언, 한 달 동안 열 번 바뀌었다
이 전쟁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목록을 시간순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불과 4주 사이, 그의 말은 놀라울 정도로 자주, 그리고 정반대 방향으로 뒤집혔다.
2월 28일 개전 당일 “평화를 얻을 때까지 폭격은 계속된다”고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3월 6일 “무조건 항복 외에는 어떤 협상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3월 13일에는 이란의 공식 항복 선언이 없어도 된다며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3월 21일에는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폭격하겠다고 경고했다가, 이틀 뒤 “이란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이틀째 진행 중”이라며 공격을 5일간 유예했다.
26일에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지금 당장 진지하게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 시점을 놓치면 돌이킬 수 없고 결과는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협상단을 “매우 이상하다”고 표현하면서도 오히려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측근들에게는 4~6주 안에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으며, 5월 중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베이징 정상회담 전 마무리를 원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NPR은 “트럼프의 전쟁 목표는 한 달 동안 계속해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 공개 발언과 뒷채널, 전혀 다른 두 개의 전쟁
이란의 반응도 표면만 보면 안 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6일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의 종전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미국과 직접 협상할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3국 중재를 통한 메시지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미국과의 협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를 ‘협상 진행 중’으로 부르는 반면, 이란은 ‘단순한 의사 전달’이라고 맞서고 있어 실제 평화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바로 그 시각, 이란의 한 고위 소식통은 CNN에 다른 말을 전했다. “워싱턴에서 최근 며칠간 접촉이 있었다. 지속 가능한 합의안이 나온다면 들을 준비가 돼 있다.” 공식 발표와 뒷채널 신호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현재 파키스탄이 중재국으로 나서 양측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파키스탄 측 관리 2명은 AP통신에 “이란이 미국의 15개항 제안을 수령해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공식 발표는 “거부”지만 문은 닫지 않은 셈이다. 이란이 정말 협상 의지가 없었다면 제안서 자체를 수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이중 구조의 배경에는 이란 국내 정치가 있다. 3월 8일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자신의 권위를 세워야 하는 초기 안정화 단계에 있다.
혁명수비대(IRGC)와 강경파에게 ‘굴복’으로 보이는 협상은 정치적 자살이다. 그러나 전쟁을 무한정 끌고 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경제는 이미 전쟁 전부터 무너져 있었고, 군사력은 개전 이후 심각하게 소모됐다.
◈ 전선 확대 …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도 제거
26일 이스라엘은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을 야간 공습으로 사살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기뢰 설치와 봉쇄를 직접 지휘한 책임자라는 설명이었다. 이란은 같은 날 새벽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으며, UAE에서는 이란 미사일 파편으로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도 미사일·드론 공격을 요격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의 에너지 시설 공격을 “범죄적 행위”로 규탄하며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수십 년간 이란과 불편한 공존을 유지해 온 걸프 국가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이란은 예멘 후티 반군과 협력해 제2의 핵심 해상 통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통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중동에 수천 명 규모의 추가 병력 배치를 검토 중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이란 최대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Kharg Island) 점령이나 호르무즈 해협 강제 개방 작전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우리도 협상의 일부”라며 “폭탄으로 협상한다”고 말했다.
◈ 전쟁 한 달, 숫자로 본 실상
한 달 동안 이 전쟁이 남긴 것들을 숫자로 정리하면 그 무게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란에서만 민간인 1,330명 이상이 사망했고 어린이 206명 이상이 포함됐다.
이란 적신월사는 구급차 94대가 폭격을 맞았고 전국 17개 지부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서는 1,200명 이상이 숨지고 120만 명이 집을 잃었다. 레바논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군은 290명이 부상하고 13명이 전사했다. 이란의 군사력도 크게 소모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내 미사일 발사대 약 330기를 무력화했으며 현재 운용 가능한 발사대는 100~150기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란은 버티고 있다. 하루 평균 7~15발의 미사일을 꾸준히 발사하며 해협 봉쇄도 유지하고 있다. 해협이 봉쇄된 채 1주일이 지날 때마다 세계는 원유 7,000만 배럴과 반도체·의료장비·소비재 생산에 필수적인 각종 제품을 잃게 된다.
◈ 달라스 기름값, 전쟁이 지갑을 건드린다

이 모든 상황이 텍사스 한인 동포들의 일상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AAA 집계에 따르면 텍사스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62달러로, 전쟁 직전인 2월 말 2.60달러대에서 한 달 새 1달러 이상 올랐다.
달라스-포트워스 지역은 3.70달러 안팎이다.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한 달 연료비는 50~100달러 이상 늘었다.
기름값에서 끝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수송비를 끌어올리고, 이것이 마트 진열대 물가로 이어진다. OECD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4.2%로 올렸고, 경기침체 예측 시장인 칼시는 올해 내 경기침체 확률을 3월 초 22%에서 현재 36%로 높여잡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장 파티 비롤은 “현재 상황은 1973년과 1979년 오일쇼크를 합친 것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4월 9일 종전 목표, 현실이 될까
이스라엘 언론은 워싱턴이 4월 9일을 전쟁 종료 목표일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변수는 많다. 이란의 역제안에는 걸프만 내 미군 기지 전면 철수, 전쟁 피해 배상,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권 확보 등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담겼다. 이스라엘은 협상 제안 자체에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고,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전쟁 종료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이 전쟁의 출구는 두 나라가 동시에 ‘명분’을 구성하는 순간에 열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포기와 호르무즈 개방을 얻어냈다”고, 이란 새 지도부는 “배상을 받고 미군 철수를 약속받았다”고 각자의 청중에게 선언할 수 있는 합의점이 만들어질 때다. 공개 발언이 강경하면 강경할수록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그 간격을 좁히고 있다는 역설이 지금 이 전쟁의 본질인지 모른다. 그 결말이 어떻게 나든, 달라스 주유소 가격판의 숫자가 2달러대로 돌아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다.
유광진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