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전·LNG 시설 폭격에 유가 급등 … 미 해병대 이동, 지상전 우려 고조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선제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들면서 단순 군사 충돌을 훨씬 넘어섰다. 이제 이 전쟁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흔드는 전면전으로 확산됐고, 그 충격파는 지구 반대편 텍사스 한인 동포들의 일상에도 직접 닿고 있다.
캐롤튼, 프리스코, 플래이노 등 한인 밀집 주거 지역의 주유소 가스 가격이 불과 3주 만에 갤런당 2.19~2.39달러에서 3.59~3.79달러로 1달러 이상 껑충 뛰었다. 마트 장바구니 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중동 전쟁이 교과서 속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들의 밥상과 지갑을 직접 건드리는 현실이 된 것이다.
■ 개전 3주,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전쟁의 도화선은 2월 28일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 차단과 반정부 시위 세력 지원을 명분으로 이란 전역에 합동 기습 공습을 단행했다. 이 공격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수뇌부가 대거 사망했다.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란은 개전 이후 500발 이상의 탄도 및 해상 미사일과 약 2,000대의 드론을 발사했으며, 발사체의 약 40%는 이스라엘을, 60%는 중동 인근 지역 미군 기지와 걸프 국가들을 겨냥했다.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유조선 통행량은 약 70% 급감했고, 150척 이상의 선박이 해협 바깥에 발이 묶였다.
전선은 이란 주변을 넘어 인도양까지 넓어졌다. 미 해군 잠수함이 스리랑카 남쪽 40km 인도양 해상에서 이란 호위함을 어뢰로 격침시켰으며, 이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국제 공해상에 있어 안전하다고 여겼던 이란 군함이 어뢰에 맞아 격침됐다”고 밝혔다.
하메네이 사망 후 3월 8일,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경량급”이라 부르며 자신의 승인 없이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새 지도부를 세운 이란은 협상보다 강경 대응 쪽으로 방향을 굳히는 모습이다.
■ 에너지 전쟁으로의 확전, 3월 18~19일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3월 18일이었다.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의 3·4·5·6 광구를 공격해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 에너지 시설을 공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우스 파르스는 이란 천연가스 생산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핵심 시설이다.
이란도 즉각 보복했다. 이란군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가리는 “공격의 원인이 된 연료와 에너지, 가스 시설은 빠른 시일 내에 잿더미가 될 때까지 활활 타오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란은 세계 LNG 공급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의 라스라판 산업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고, 카타르 내무부는 국가 핵심 가스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카타르에너지는 시설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카타르 외무부는 이번 공격이 “위험한 긴장 고조이자 국가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라고 비판하며 이란의 군사·안보 담당관 전원에게 24시간 이내에 카타르를 떠날 것을 명령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서도 탄도미사일 4기를 발사했으며, 사우디는 이를 요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시장은 즉각 요동쳤다. 유럽 천연가스 기준 가격인 TTF 선물은 하루 동안 최대 35%까지 급등해 한때 메가와트시당 70유로를 넘어섰다. 19일 오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는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한때 전장보다 10% 이상 급등한 배럴당 119.13달러에 거래됐다. 이후 일부 상승분이 진정되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라스라판 하나의 타격만으로도 전 세계 LNG 공급의 5분의 1이 위협받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이번 공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란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공격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정당성 없고 불공평하게 카타르 LNG 시설 일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무고한 국가를 다시 공격한다면 이란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강력한 힘으로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대대적으로 폭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확전을 막으면서도 이란을 압박하는 위험한 줄타기다.
■ 해병대 이동…지상전 초읽기?
군사적으로도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약 5,000명의 해병대 및 해군 병력으로 구성된 상륙준비단(ARG)과 해병기동부대(MEU)를 중동에 파견해달라는 미 중부사령부의 요청을 승인했다고 복수의 미국 관계자들이 밝혔다. MEU가 어디에 배치되어 어떤 임무에 투입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일본에 주둔하던 미 해병대 제31해병원정대 2,500명도 중동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대는 본래 동아시아 권역에 주둔한 부대였으나, 이번 전쟁으로 급파된다.
상륙강습함과 해병대의 동시 이동은 단순 경계 임무를 넘어서는 신호로 읽힌다. MEU는 전통적으로 대규모 대피 작전이나 상륙 작전에 투입되어 왔고, 지상 전투 및 항공 전력도 갖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필요할 경우 미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상전 투입에는 신중론도 많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지지층 중에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미국의 막대한 국력과 인적자원을 낭비시킨 것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하기 때문에, 전면 지상전은 트럼프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연준 금리 동결,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전쟁의 불길은 미국 경제 지표에도 번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상승했고,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준 내부에서 이미 금리 인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초과할 경우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결이 아니라 인상을 논의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가 지표도 심상치 않다. 생산자물가지수(PPI·생산자들이 물건을 팔 때의 가격 변동 지수)는 전월 대비 0.7% 상승했고,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핵심(Core) PPI도 0.5% 올랐다. PPI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생활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신호다. 애널리스트들은 3월 PPI가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26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도 더욱 낮아지고 있다.
고용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2월 비농업 일자리는 9만2,000개 감소했고 실업률은 4.4%로 소폭 상승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와 고용은 나빠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전형적인 조짐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는 “2026년 자산 가격 흐름이 2007년 중반에서 2008년 중반 사이의 가격 움직임과 불길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2008년은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터진 해다.
■ 텍사스 한인 생활 직격탄
이 모든 충격이 텍사스 한인 동포들의 생활비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오고 있다. 캐롤튼·프리스코·플레이노 일대 주유소들의 휘발유 가격은 3주 전만 해도 갤런당 2달러대 초반이었지만 지금은 3달러 후반대다. 매주 기름을 넣을 때마다 10~20달러씩 더 나가고 있다는 것이 한인 운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항공료·운송비 인상이 소비재 전반에 연쇄적으로 반영되는 시간도 멀지 않았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만큼, 가계 지출 계획을 다시 점검해볼 시점이다.
■ 헤그세스 “우리가 끝낸다”…전쟁 언제까지?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3월 19일 합참의장 댄 케인 장군과의 합동 브리핑에서 이란 전쟁이 과거 미국의 여타 중동 작전과 다르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이 전쟁을 끝낼 것(We will finish this)”이라고 선언했다. 이란이 스스로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우리의 목표는 첫날과 정확히 같다”고 밝히면서도, 전쟁 종료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고 못 박았다.
돌이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초기 전쟁이 4주 안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개전 3주가 지난 지금, 에너지 전쟁은 오히려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 해병대가 중동으로 이동하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텍사스 주유소 가격판의 숫자가 매일 바뀌고 있는 지금, 이 전쟁의 끝은 아직 알 수 없다.
유광진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