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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은 패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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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3월 13, 2026 9: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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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2주, 세계는 ‘3차 오일쇼크’ 공포 … 미국은 에너지 패권을 굳힌다

2026년 2월 28일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이 이란을 강타했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인근 해역을 지나는 선박들에 무선 경고를 내보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허용되지 않는다.” 총성보다 이 한 마디가 세계 경제를 더 크게 흔들었다.

현대사 최초의 호르무즈 전면 봉쇄가 현실이 됐다. 평소 하루 50척 이상이 통과하던 유조선은 하루 0~3척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약 300척의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한 채 인근 해역에 발이 묶였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해운업체 머스크는 “선원과 선박, 고객 화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호르무즈 해협과 수에즈 운하 통행을 전면 중단하고 UAE·카타르·오만 사무소를 폐쇄했다. 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충격파는 전 세계 주유소와 공장, 그리고 한국의 아파트 난방비까지 파고들고 있다.

◈ 세계 에너지의 목줄

호르무즈 해협은 폭 55킬로미터의 좁은 바닷길이다. 그러나 그 좁은 목에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운명이 걸려 있다. 전 세계 원유의 약 20%, 해상 원유의 약 40%가 이곳을 거쳐 간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쿠웨이트, 이란이 생산한 원유가 세계로 나가는 사실상 유일한 출구다.

우회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과 UAE의 푸자이라 송유관이 있지만, 송유관 수송 능력은 하루 원유 물동량 약 2,000만 배럴의 7분의 1에 불과하고, 우회 항로를 택하면 수송 비용이 50~80% 상승한다.

나머지 물량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수밖에 없는데, 그 경로는 운송 기간을 수 주씩 늘린다.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WTI 원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2% 넘게 급등하며 배럴당 91.2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WTI가 9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2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유국들도 수출길이 막히면서 도미노처럼 감산에 나섰다. 쿠웨이트 석유공사는 ‘포스 마쥬르(불가항력)’를 선언하며 감산에 돌입했고, 이라크는 일일 150만 배럴을 감산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최대 정유 시설을 폐쇄했다. 카타르 역시 세계 최대 LNG 수출 플랜트 가동을 중단했다. 저장 탱크가 포화 상태에 이른 산유국들이 유정을 잠그는 최악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 한국, ‘두 개의 전쟁’ 직면

이 위기가 한국에 남다른 이유가 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해협 봉쇄로 유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무역수지는 악화하는 등 경제지표가 악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확인 결과, 한국 기업의 유조선 7척이 호르무즈 해협 정세 악화로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대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경제는 통상과 중동이라는 두 개의 전쟁에 동시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발 관세 압박이 수출 전선을 흔드는 와중에, 에너지 공급망 충격까지 겹친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급망 혼란, 무역수지 적자 등 다중 위기를 불러온 것과 같은 충격이 다시 한번 한국 경제를 강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주유소의 기름값이 2,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자,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 제도를 30년 만에 도입하기로 했다. 휘발유와 석유 제품의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못하도록 하는 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이번 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 100달러 진입은 한국 물가 상승률을 다시 5~6%대로 밀어 올릴 수 있으며,  제조업 전반의 원가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아시아 전체가 비상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0%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로 향한다. 일본은 중동 의존도가 90%가 넘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안정적 공급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고, 중국 역시 이란산 원유 하루 138만 배럴이 끊기면서 대안 확보에 분주하다.

◈ 미국은 왜 다른가

그러나 같은 충격에도 미국의 반응은 다르다. 미국은 2000년대 셰일 혁명 이후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는 상당히 낮아졌다.

2026년 기준, 미국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약 2,400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은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기도 하다. 호르무즈가 막혀도 자국 공급에는 직접적 타격이 없다.

오히려 미국의 에너지 산업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중동산 LNG 수출이 급감하면서 미국산 LNG 수요가 급증했고, 미국 주요 셰일가스 시추업체 패터슨-UTI 에너지의 CEO는 “올해 말부터 2027년까지 셰일가스 생산 활동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2~3년 내 장비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의 원자재 전문 분석가는 “베네수엘라 원유까지 확보한 미국은 유가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면서 대외 군사 행동의 제약을 상당 부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미국은 약 3억 배럴 이상의 전략비축유(SPR)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인 공급 충격에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 트럼프의 ‘에너지 지배’ 전략

이번 전쟁을 단순한 핵 비확산 문제로 읽어선 안 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가 이 전쟁을 시작한 궁극적 목적을 이해하려면 그의 핵심 정책인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

핵심은 중국 견제다. 중국은 제재에 막힌 이란으로부터 헐값에 하루 약 160만 배럴, 중국 전체 석유 수입의 약 15%를 사들여 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에서도 친중 정권을 제거함으로써 불과 두 달 만에 중국의 핵심 원유 공급망 두 곳을 교란했다.

이미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 경제에 저가 에너지원 차단이라는 추가 타격을 입힌 셈이다.

트럼프의 이란 전쟁은 이른바 ‘베네수엘라 모델’에 따라 중동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이란의 막대한 석유를 확보하며, 중국에 대한 석유 공급 통제권을 손에 넣음으로써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미국의 세계 전략과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란의 역설: 봉쇄는 자충수

아이러니하게도,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 자신에게도 칼날이 되고 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이란의 경제는 사실상 석유를 파는 것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해협을 오래 봉쇄할수록 석유 수출도 막히는 꼴”이라며 “그렇게 되면 전쟁 자체를 계속 유지할 동력이 사라져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봉쇄를 통해 노리는 효과는 사실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 상승을 유도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미국 유권자가 체감하는 휘발유 가격과 생활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는 분명한 약점이다.

◈조기 종전이냐 장기전이냐

개전 직후 첫 100시간 동안 쓴 비용이 37억 1,000만 달러에 달했다는 추산치가 나올 정도의 막대한 전쟁 비용에 더해, 미군 장병 7명이 사망하고 140명가량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은 “마무리 수순”이라며 종전 시점에 대해 “아주 곧”이라고 말한 것은 시장의 불안과 우려를 달래기 위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의 구상과는 정반대로, 하메네이 사후 그의 아들 모즈타바가 강경파로 최고지도자직을 세습하면서 친미 정권 수립이라는 시나리오가 빗나가고 있다.

전쟁의 결말이 어떻게 나든, 중동의 에너지 질서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은 돌이킬 수 없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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