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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익명의 가면 뒤에 숨은 칼날” … 인터넷 허위글이 남기는 상처

KTN Online
Last updated: 3월 12, 2026 11: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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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국장 최현준

인터넷은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소통 도구다. 클릭 몇 번이면 전 세계와 연결되고, 정보는 순식간에 확산된다. 그러나 이 편리한 공간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바로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책임 없는 말을 던지는 문화다. 사실 확인도, 책임도 없이 퍼지는 한 줄의 글이 한 사람의 명예와 삶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얼마 전 필자 역시 황당하고 기가 막힌 일을 겪었다.

미주 한인 여성들이 자주 찾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KTN에서 기자로 있는 최현준. 제 지인의 돈 10만 불을 빌려가서 지금까지 안 갚고 있습니다. 이 사람 아는 사람 제발 빨리 갚으라고 해주세요.” 2월 27일 금요일 밤늦게 올라온 글이었다.

다음 날 아침, 지인 한 명이 캡처 사진을 보내왔다. “이거 사실이냐?”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처음에는 너무 황당했다. 필자는 지인과는 돈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 돈거래로 관계가 틀어지는 일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은행외에는 돈을 안빌린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그냥 웃어넘기자”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곧 이 글의 문체와 분위기를 보며 필자에게 악감정을 가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해당 사이트에서 다른 게시글을 확인해 보니, 같은 IP 주소로 게시글을 올린 이가 자신의 전처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여러 차례 올린 흔적이 있었다. 결국 같은 사람이었다. 필자는 해당 아이디와 같은 IP 주소의 글들을 캡처했다. 그리고 해당 사이트 운영팀에게 연락해 전혀 사실무근임을 설명하고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시물은 삭제되었고, 사이트 측에서도 게시자에 대해 강제 조치를 취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처음에는 “나는 떳떳하니 그냥 넘어가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건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KTN 이름까지 걸고 이렇게 거짓말을 퍼뜨리는데 왜 가만히 있느냐”…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맞다. KTN과 DKNET 라디오는 달라스 한인 사회의 사기사건과 각종 문제를 파헤치고 피해를 예방하려 노력해 온 언론사다. 그리고 필자는 기자로서 그런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사람을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파렴치한’으로 만들고, 회사 이름까지 끌어들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2월 27일 민주평통협의회 행사 취재 현장에서 마주쳤던 인물이 악의를 가지고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익명 뒤에 숨어 근거 없는 거짓을 퍼뜨리는 행위는 단순한 의견 표현이 아니라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이자 명예 훼손 행위다. 해당 글을 작성하고 유포한 사람에게 분명히 경고한다. 허위 사실을 퍼뜨린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필요할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것이며, 온라인상의 익명성 뒤에 숨어 있다고 해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 정보 유포는 즉시 중단하기 바란다.

사실 이런 일은 필자만의 경험이 아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업 경쟁 관계에 있는 업주를 흠집 내기 위해 온라인 게시판에 “저 식당은 위생이 엉망이다”, “저 사람은 사기꾼이다” 같은 글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확인해 보면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왜곡된 주장인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부동산 거래나 렌트 문제로 갈등이 생기자 온라인 게시판에 상대방의 이름과 직장까지 공개하며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이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나중에 조사해 보니 단순한 계약 분쟁이었고, 법적으로 사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이미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도, 사람들의 기억에는 ‘의혹’만 남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 허위글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한 줄의 글이 순식간에 수백, 수천 명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정정이나 사과는 그만큼 빠르게 퍼지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아무 잘못도 없이 오랫동안 의심의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피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게시물이 삭제되기 전에 캡처 화면과 URL, 게시 시간 등을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사이트 운영자에게 즉시 신고하고 삭제 요청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명예훼손이나 허위 정보 게시를 금지하고 있으며, 운영자가 판단해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다.

셋째,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특히 개인 이름과 직장, 사업체를 언급하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퍼뜨릴 경우 민사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 문화를 성숙하게 만드는 노력이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는 공공 공간과 같다. 얼굴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누군가에게 근거 없는 비난을 공개적으로 퍼뜨리면 큰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글을 올리기 전에 스스로에게 한 번만 물어보면 된다.

“이 글이 사실인가?”, “내가 이 말을 내 이름을 걸고도 할 수 있는가?” 그 두 가지 질문만 지켜도 많은 문제는 사라질 것이다.

인터넷은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여야지, 누군가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서 던지는 돌은 결국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가 된다. 그리고 때로는 그 돌이 법적 책임이라는 형태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다시 한 번 느꼈다.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온라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TAGGED:기자의 눈보도국장 최현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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