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박인애의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 K-Art, 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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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제2회 창원 세계디카시페스티벌’이 창신대학교와 한국디카시인협회 공동주최로 창신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제24회 창원 마산가고파국화축제’ 일환으로 열렸던 행사 중 중요 이벤트라 할 수 있는 ‘세계디카시컨퍼런스’에 참석하였다. “K-Art로서 한글 디카시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김종회 회장님의 기조 강연과 오민석 교수의 기조 발제가 있었으며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중국 등지에서 참가한 작가들의 주제 발표 및 종합토론이 있었다. 그를 통해 세계 디카시 확산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봄, 행사에 초대받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때마침 대학을 졸업한 딸이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하여 동행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변수가 생겼다. 교통사고로 인해 수술했던 척추가 내려앉는 바람에 예정보다 앞당겨 한국에 가게 되었다. 두 달여 동안 병원에 다니며 여러 차례 시술을 받았음에도 호전이 더디었다. 행사일이 다가오자, 걱정이 앞섰다. 걷고, 앉고, 눕는 게 힘든 상태다 보니 서울에서 행사장까지 가는 것도 문제였다. 영양제 맞고 진통제를 먹으니, 기차로는 움직일 만했다. 뭣보다도 백팩 두 개를 앞뒤로 메고 나를 부축하며 살뜰히 챙겨 준 딸이 있어 가능했다.
세 시간을 달려 마산에 도착했다. 마산이라는 이정표를 본 순간, 미국에 계신 김명성 선생님이 떠올랐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꿈에도 그리울 고향 풍경을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꺼내 마산역과 마산행 기차, 역 앞에 있는 노산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그리고 숙소 가는 길에 펼쳐진 물새 나는 바다를 찍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학창 시절엔 별생각 없이 불렀던 노랫말이 그분의 마음을 대변한 애절한 절규 같아 눈물이 삼켜졌다. 아무쪼록 보낸 드린 사진이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소환하여 선생님을 위로해 주기 바랐다.
사진은 사진기로 원하는 대상을 영상으로 찍는 예술이다. 오래된 사진은 과거를 소환하기도 하고, 세상 떠난 이를 추억하게도 한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다. 떠나는 게 아쉬워 가두고 간직하는 거다. 뷰파인더 안으로 들어온 세상, 풍경,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 매일 다른 하늘, 새와 비행기, 사랑하는 사람을 담기 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요즘은 그런 사진에 시까지 지어 넣으니 더없이 행복하다.
발표문을 부탁받았을 때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텍사스지부장이라는 자격으로 초대받은 거니 나와 내가 사는 지역 소개, 지역 내 문학단체와 활동 상황, 디카시 활동 현황과 전망, 확산 계획을 중심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작년 7월에 지부장이 되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부 창립을 하지 못했다. 행사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지부 창립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달라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나에겐 2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달라스한인문학회’다. 텍사스 주정부에 등록된 미 중남부 유일의 한인 문학단체이다. 달라스와 인근 도시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의 모임으로, 창작 활동과 문학 교류를 도모하며 회원 상호 간의 친목 및 신인 발굴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등록했던 회원은 백여 분이 넘으나 활동 회원은 사십여 분으로 오프라인, 줌, 동인지 등을 통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달라스한인문학회가 발행하는 동인지로 『달라스문학』이 있다. 2005년 창간호를 시작으로 지난달에 19호를 출간하였다. 이민 사회 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반영한 재외 한국문학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달라스가 문학의 변방이고 불모지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미주 어느 도시보다도 문인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문학에 대한 열정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가장 기뻤던 소식은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에 『달라스문학』17, 18호를 아카이브 하게 된 일이다. 디아스포라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동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필자가 달라스에 디카시를 소개한 것은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던 시기였다. 대면 행사가 어려웠을 때 달라스한인문학회 단체카톡방에 디카시를 소개하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디카시 콘테스트’를 하였는데, 스물아홉 분이 육십여 편의 작품을 올렸다. 참가자 전원이 심사위원이 되어 우수작을 뽑고 상금도 주었다. 작품성을 떠나 다양한 디카시를 써보며 함께 웃고 즐긴 행복한 행사였다. 디카시가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회원들을 하나로 묶어준 띠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다. 이듬해인 2021년『달라스문학』지에 디카시 코너를 마련하여 지금까지 회원들의 작품을 올리고 있다.
2023년 텍사스 최초로 제1회 달라스한인문학회 디카시 공모전을 시행하였고, 올해 제2회를 하였다. 김종회 회장님은 심사평에서 “출품작 모두가 수상작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고르고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지역에 디카시를 안내하고 보급한 분들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라고 칭찬하셨다.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은 물론 수상자들에게도 힘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디카시가 가진 순간 포착의 미학과 사진과 시가 만나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 전하는, 짧고, 깊고, 강한 에너지를 사랑한다. 그래서 많은 분께 소개하고 써 보라고 권한다. 디카시가 주는 위로와 행복, 희망과 활력이 읽는 이에게 전달되고, 확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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