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데스크칼럼
【DK오피니언】투표소 구구소회(區區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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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올해 가장 역사적인 이벤트가 곧 열린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이 결정되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는 유독 많은 이슈를 낳았고 사건사고도 많았다. 최고령 후보의 세기의 대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에서 후보직을 사퇴한 것도 이변이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아프리카계 여성 대통령 후보가 등장한 것도 빅이슈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 중 총격 사건도 충격적이었고,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는 선거전은 숨 막히듯 드라마틱한 시소게임을 보는 듯했다. 선거를 목전에 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도 예측불허 박빙 상태이다.
78세의 백인 노장 전직 대통령과 60세의 아시아계-아프리카계 여성 부통령의 대결, 과연 국민들은 미국의 정치사에 어떤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인가?
필자는 21일부터 시작된 조기 투표 기간을 이용해 집 근처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왔다. 투표소 입구에 들어섰을 때 이번 선거의 관심과 열기를 보여주듯 다양한 인종의 시민권자들이 길게 줄을 지어 있었다. 줄의 끝에 서면서 ‘내가 이민자구나’라는 실감이 들었다.
이미 ‘누구를 찍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1시간여를 땡볕에서 기다리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나을까… 정치적인 성향인가, 이민자 사회의 권익인가, 차세대를 위한다면 누가 나을까…’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졌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다른 하나는 아니고, 정당도, 인물도, 모든 면에서 100% 만족을 주는 후보는 없다.
돌연 갈등하다, ‘시험지 개관식 찍기처럼 아무나 투표할 수도 없고 그냥 기권할까…’, ‘내 한 표가 이 수많은 표 중 하나일 뿐인데 그리 중요할까…’라는 생각도 스쳤다.
문득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필자의 대학 스승의 말이 떠올랐다. “정치는 차선을 찾는 예술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은 고요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인간으로 간주된다.” 당시 그 교수님은 민주주의가 태동한 고대 아테네의 위대한 정치가 중 하나인 페리클레스의 말을 인용하며 열정적으로 이야기했었다.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행위가 바로 투표임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선거철이 되면 더욱 자주 접하게 된다.
‘삶이 바빠서’,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누가 되든 나랑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혹은 ‘서로 험담만 해대는 정치인들을 보면 뽑을 만한 사람이 안 보여서…’
선거를 외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마치 나비효과처럼 나의 한 표가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은 분명히 있고, 그 여파가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다. 한 표는 작지만 모아진 한 표들은 큰 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텍사스의 아시안 인구는 급성장하는 데 비해 투표율은 타인종보다 현저히 낮다고 AAAF(Asian American Action Fund)의 앨버트 쉔 의장은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투표율이 낮은 유권자 그룹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선거에 북텍사스 지역에서 출마한 한인 후보들이 지난주에 DK 미디어그룹을 찾았다.
코펠시 부시장으로 활동한 전영주(John Jun) 주 하원 후보와 달라스 카운티 판사로 활동한 티나 유 클린턴(Tina Yoo Clinton) 제5항소법원 판사 후보는 공통적으로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한 표의 소중함에 대해서 역설하며 텍사스에서도 한인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우뚝 설 수 있도록 한 표를 호소했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공직에 있을 때, 커뮤니티는 힘을 얻는다.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투표다. 한인사회를 대표하게 되어 자랑스럽고, 한인의 투표가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
“투표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다. 누구에게 투표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들의 외침에는 신념이 느껴졌고 울림이 있었다.
투표소의 기다림 끝에 필자의 차례가 왔다. 투표소에 들어서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 모니터 앞에 섰다. 대통령에 한 표를 찍고 역시 박빙의 승부를 다투고 있는 연방 상원의원에 한 표를 던졌다. 18개의 프로포지션을 포함한 꽤 긴 선택의 투표 리스트에 일일이 기표하고 투표소를 나왔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도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최악이 아닌 차악의 선택은 됐으리라…’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 떠올랐다. 엘리트 통치를 강조한 플라톤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 때 겪을 뼈아픈 대가를 경고하는 격언이 되어버린 말,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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