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데스크칼럼
【DK오피니언】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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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매년 9월이면 연방센서스는 미국에 한인 인구가 얼마나 살고 있는지 한인의 중간 소득, 학력과 주거 형태는 어떻게 되는지 업데이트된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올해도 지난 12일 연방센서스에서 ‘아메리칸 지역사회 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ACS)’ 인구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ACS는 10년마다 시행되는 연방센서스 총조사와는 별도로 매년 실시하는 연례 조사이며, 미 전국의 지역 및 소그룹별 인구수와 소득, 학력, 주거 형태 등 각종 사회경제적 지표를 보여준다.
필자는 ACS 발표를 수년간 확인해 왔다. 20년이 넘게 텍사스에 거주하며 이곳의 한인 인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궁금했다.
20여 년 전 달라스는 한인 이민자나 한국인들에게 LA나 뉴욕, 뉴저지만큼 친숙한 도시는 아니었다. 물론 당시에는 한인 거주자도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당시 한국의 지인들에게 텍사스에서 산다고 하면 카우보이 동네 아니냐면서 소가 많냐고 농담처럼 묻기도 했다. 필자는 종종 달라스는 도시계획이 잘되어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라고 설명하곤 했다.
필자가 몇 년 전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전파진흥원에서 수여하는 ‘해외한인방송인대회’ 대상을 수상하고 한국 SBS방송국에서 생방송 단독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SBS 아나운서들이 ‘텍사스’ 하면 추신수 선수, 스테이크, 그리고 텍사스 전기톱 학살이 떠오른다고 하여 함께 웃은 에피소드도 있다.
10여 년 전에 TIME 매거진 기사에서 ‘텍사스 드림’이 앞으로 뜰 것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19세기 골드러시 시절 많은 사람들이 부와 기회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향하면서 ‘캘리포니아 드림’이 떴듯이, 21세기에는 텍사스가 바로 꿈과 기회의 땅이 될 거라는 내용이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텍사스는 전국에서 가장 많이 인구가 증가하는 주가 되었다. 2020년 연방센서스의 인구 총조사 결과를 보면 10년간 텍사스는 400만명이 늘어 전미에서 최고의 인구 증가를 기록했다.
텍사스의 한인 인구도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발표된 ACS 자료에 의하면 2023년 텍사스주 한인 인구가 13만 15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56만 4,443명, 뉴욕주 15만 4,137명에 이어 3위를 기록한 것이다. 4위인 뉴저지주는 10만 8,840명, 5위 워싱턴주는 10만 5,604명이다.
지난 2018년에는 뉴저지주가 10만 4,842명으로 3위, 텍사스주는 9만 7,902명으로 4위였다. 2019년부터 10만 명을 넘어선 텍사스주는 뉴저지를 앞서갔고 이후 줄곧 3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인 인구는 더욱 증가세를 보였고 지금은 압도적 3위로 한인 인구 감소세를 보이는 뉴욕을 얼마 안 가 제칠 기세이다.
텍사스로 한인들이 이주하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와 교육적인 이유가 대부분이다. 집값이나 물가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여타 대도시보다 낮고 주 소득세도 없다.
친기업 환경으로 테슬라, 오라클, HP, 찰스 슈왑 등 많은 대기업이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했고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이전도 증가세라 일자리도 비교적 많다. 게다가 삼성, SK, LG를 비롯해 270여 개의 한국 기업도 진출해 있고, 이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보수적인 교육 환경도 한몫한다. 메릴랜드에서 20여 년을 살다 달라스로 이주해 온 한 젊은 부부는 딸이 셋인데 학교에서 성 중립 화장실을 도입해 남녀 구분없이 사용하게 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가 우려됐고, 결국 달라스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얼바인에서 사업을 하는 한 지인은 며칠 전 연락이 와 달라스로 이주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는 ‘프로포지션 47’법안에 따라 950달러 미만의 비폭력 절도는 경범죄로 취급되고 단순 마약 소지도 경범죄가 되다 보니 근래 절도가 늘었다고 했다. 게다가 물가까지 높아 살기 힘들다고 했다. 때마침 100도가 넘는 늦여름 폭염에 산불까지 겹쳤는데 진화도 안 돼 대기질도 나쁘다면서 달라스 이주 계획을 앞당겨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필자에게 달라스에 오래 전부터 자리잡은 것이 ‘신의 한 수’라고 말했다.
‘신의 한 수’… 필자가 달라스에 정착한 이유가 달라스가 지금처럼 인구가 증가하고 주목받는 곳이 될 것을 예견해서는 물론 아니었다. 삶의 여정 가운데 달라스로 이끌렸고 살게 됐고 정착하게 된 것이다. 많은 달라스의 한인 동포들도 그럴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달라스에 정착한 한인들은 저마다의 이유와 이끌림이 있겠지만 미래를 정확하게 예견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미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신의 영역이므로…
우리가 사는 지역과 속한 사회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에 따르는 변화는 다방면에서 상당하다. 여기엔 좋은 점도 따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많은 도전도 있고 풀어야 할 과제도 그만큼 따른다.
타주에서 텍사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며 기대를 크게 품고 이주해 왔다가 다시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고 있고, 살고싶어 하는 곳에 이미 정착해 살고 있다.
저마다 다른 삶의 스토리 속에서 때론 복잡한 상황이 압박해 올지라도, 긍정적인 것을 바라보면서 개발하고 도전적인 것을 극복하면서 실력을 쌓아가다 보면, 누군가에겐 ‘신의 한 수’로 보이는 텍사스 정착의 삶 속에서 진정한 나만의 ‘신의 한 수’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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