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애견의 수술비
페이지 정보
본문
우리집 애견 토토는 이번 5월이 되면 13살이 된다. 한마디로 노견이다. 토토는 태어난지 두 달쯤 되었을 때 밴브룩 어느 애견 샵에서 우리 집으로 왔다. 처음엔 ‘슈퍼 독’이란 프로그램에 나왔던 친정오빠집에서 키우던 포메라니언종을 사려고 그곳엘 갔는데, 그 종은 다 팔리고 토토가 제 누이와 함께 그곳에 있었다.
강아지도 타고난 성격이 있는지 토토 누이는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오도방정을 떨고 있는데 반해 토토는 얌전한 것이 마음에 들어 덥석 사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데리고 와서도 거의 짖지를 않아, 성대에 문제가 있나 싶어 걱정까지 했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그건 나의 기우였다.
그런 후 6개월쯤이 지났을 때 난 토토를 데리고 처음으로 동네에 새로 오픈한 동물병원엘 갔다. 단순히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젊은 여자 수의사는 내가 토토의 사소한 증상에 대해 무얼 물어보기만 하면, 생전 첨 듣는 각종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며, 심지어 토토가 뛰면서 좀 헐떡거린다고 했더니, 코가 납작한 탓이라고 수술까지 권했다.
토토는 시츄종인데 좀 어이가 없었다. 시츄(Shih tzu)나 페키니즈(Pekingese) 같은 경우의 개들은 원래 코가 납작한데, 그러면 그런 개들은 다 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수의사가 말하는 수술비도, 웬만한 사람 쌍꺼풀 비용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날 난 동물천국, 미국의 동물병원 진료비의 실체를 실감나게 경험하고 돌아왔다. 예방주사 두 대에 아주 작은 알러지 연고, 먹는 약 해서 거의 기백불 정도 되는 돈을 지불했던 것이다.
솔직히 그 전에 나는 정식으로 개를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 개 병원비가 그렇게 비싼 줄을 몰랐다. 때 맞춰 예방접종 해주고, 좋은 사료 먹이고, 주기적으로 목욕시켜주고, 하루에 한 두 번 산책 시켜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키우다보니 토토의 문제점은 피부였다. 한 오년쯤 됐을 때부터, 피부에 작은 종기 같은 것이 주기적으로 생기고 사라지고 했다. 마침 그때 집에서는 조금 멀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진료비로 개를 치료해주는 동물병원을 알게 되었다. 수의사는 제법 연세가 드신 할아버지였는데, 개 혹을 떼고 항생제에 피부연고까지 처방해주어도 정말 착한 가격에 진료를 해주셨다.
그런데 몇 년 뒤 그 할아버지 수의사는 당신 뼈에 문제가 생겨 그 동물병원을 팔고 은퇴하시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비슷한 동물병원을 찾기위해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병원을 찾기란 쉽지 없었다.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다가, 유튜브를 보면서 시츄종, 아니 작은 개 종류의 피부병에 좋다는 사료와 연어와 닭가슴살, 치아씨 등도 다 먹여보고, 샴푸도 세 가지를 섞여 사용하고, 알러지 철이 되면, 될 수있으면 풀밭에 가지 못하게 하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밤새 긁고 있는 토토를 보면 나도 잠을 못자고, 미지근한 물에 식초를 타서 적셔주고, 양말을 씌워주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부모에게도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효도를 한 적이 없는데, 이게 뭔 상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반려동물 전성시대여서 애견이나 애묘를 가족이라고들 한다. 그래서인지 개나 고양이가 조금만 아파도 동물병원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다들 고소득자들도 아닐 터인데, 놀라운 것은 동물병원 가면 늘 개나 고양이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견주들을 보면 확연히 다르다. 기백불 씩 하는 개보험비를 다달이 내고 코딱지만한 개 안약 한 병에 백 불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사서 개 눈에 넣어준다.
개의 사회성을 위하여 주말마다 놀이시설에 보내고, 비행기 여행시엔 좌석 하나를 더 예약해서 데리고 다닌다. 개 사료도 오가닉으로 만든 최고급은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나 같은 견주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여전히 높은 동물병원 치료비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여기저기에 난 토토 혹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동물병원엘 갔더니 바이든 대통령이 보내준 지원금을 온통 써야할 만큼의 수술비 견적이 나왔다. 망설이고 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작은아이가 두 말 없이 수술비를 대준다고 한다. 고맙긴 했는데 난 그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돈이면 굶어 죽는 3세계 아이들 몇 달 식비는 될 것 같고, 멀리 갈 것도 없이, 미국 내에서도 빈곤층이 늘어 늘 도움요청 메일이 오는데, 생명과는 관계가 없는 한 마리 애견 수술비로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일까 하는 점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휴머니즘의 기준과 정체가 모호한 시대에, 사람보다 개나 고양이를 더 의지해서 살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 애호가들은 말을 할 줄 아는 인간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동물은 상처받은 인간을 위로해주고 기쁨을 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불편한 진실은 애완동물, 인간 할 것 없이 진정한 생명존중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며칠 이내로 난 토토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아무튼 미국의 의료비는 지구상에서 제일 악명이 높다. 뚱뚱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왜 식코 (SICKO)란 다큐멘타리 영화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는 ‘황무지’의 달, 4월이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