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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박인애의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 순수문학의 산실, 달라스한인문학회

Last updated: 3월 31, 2023 10: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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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한인문학회에 입회한 지 17년이 되었다. 내 나이는 가끔 까먹는데, 그건 기억한다. 지난겨울, 달라스한인문학회가 만드는 연간지 『달라스문학』 통권 17호가 출간되었다. 

책의 호수와 입회 나이가 같아서이기도 하고, 그 책을 만드는 편집자다 보니 회원들의 원고를 받아 인쇄 사인을 내릴 때까지 오랜 시간 공들이는 문학지여서 그 숫자를 잊긴 어렵다.

『달라스문학』은 2005년에 창간호가 출간되었다. 그 책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미래문학』이 있었으나 한 권 출간으로 그쳤고, 이후 제호를 『달라스문학』으로 바꾸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내가 글 쓴다는 걸 알게 된 지인이 정보를 주셔서 2006년에 달라스한인문학회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달라스를 비롯한 텍사스의 두 도시에서 꽤 오래 살았는데, 한인문학회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한국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는 게 낯선 타국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 것만큼이나 반가웠다. 

문학회에 처음 갔을 때 김수자 회장님이 창간호를 선물로 주셨다. 표지화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오세희 화백님의 ‘농악대’라는 정겨운 작품이었다. 책장을 넘기니 송상옥, 최인호 작가의 축사와 회장님의 발간사가 있었다. 그중 발간사 내용이 외국에서 글 쓰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 같아 구구절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말미에 “『달라스문학』 창간을 통해 달라스 동포사회의 문화 의식을 높이는 일에 일익을 담당하게 되기를 바라고, 책이 매년 발간되기를 기원”하셨다. 전자는 확인할 길 없지만, 후자는 이루셨다. 한호도 거르지 않고 출간하고 있으니 말이다. 

『달라스문학』 2호부터 참여하여 지금까지 왔으니 꽤 오랜 세월 함께했다. 문학이 좋아서 문인으로 살다 보니 문학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젠 이름이 없어도 누구 글인지 알 만큼 회원들의 작품과도 익숙해졌다. 녹록지 않은 이민 사회에서 순수문학을 하겠다고 오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문학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 계셔서 지금까지 건재했던 게 아닌가 싶다. 돌아보니 참 많은 분이 문학회에 오고 갔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단체가 이따금 성장통을 앓기도 하지만, 열이 내리고 나면 한 뼘 더 자라 단단해지곤 했다. 문학회 내에서 이런저런 일을 맡아 봉사하다 보니 재임까지 하게 되었다.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올해 말이면 회장 임기를 마치게 된다. 아무쪼록 한국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쓰는 이야기가 이민자의 역사요. 디아스포라 문학의 획을 이어가는 귀한 자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달라스한인문학회 회원 중에는 등단하신 분도 있고 문학을 배우고 싶어 오시는 분도 있다. 시, 동시, 동시조, 시조, 수필, 소설, 콩트 등 다양한 장르를 쓰는 문인들이 모여 매년 책을 만들고 격월로 모여 독서 토론, 합평, 강의, 작품 발표 등의 문학 행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엔 매달 모였는데, 아직은 조심스러워 격월로 모인다, 지난주 모임 때 독서 토론 도서는 『달라스문학』 17호였다. 우리가 만든 책을 우리가 읽고 토론해보자는 취지였다. 기대 이상으로 진지하고 좋았다. 다른 때보다 적은 인원이 모였지만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직전 회장님이셨던 방정웅 선생님께서 시로 써온 리뷰가 공감되어 나눠보려 한다. 

 

문학은 물길입니다 전문, 방정웅

동시는 옹달샘에서 솟는/순진한 생명들이 목을 축이는/샘물이고 여울입니다//시는 개울을 따라 흐르는 냇물이며/자연을 노래하고 바람 따라/골짜기를 돌아 흐르는 계곡물입니다//소설은 굽이치는 긴 강물이고/위 강을 떠나서 아래 강을 지나/파도치는 커다란 바다입니다//수필은 있는 그대로 물길을 트고/보이는 그대로 그려내며/속살이 훤히 드러나 비치는/거짓 없는 삶의 몸부림입니다//콩트는 이리저리 굽이쳐 흐르다가/물안개 속을 날아서 떨어지는/한여름의 시원한 폭포수입니다//동시는 동시다워야 하고/시는 시다워야 하며/소설은 소설다워야 합니다/수필은 수필다워야 하고/콩트는 콩트다워야 합니다//제 모습을 잃을 때/동시는 웅덩이 물이 되고/시는 둑으로 막힌 저수지가 되며/소설은 고여 흐르지 않는 호수가 되고/수필은 쓰레기가 떠가는 도랑물이 되며/콩트는 물줄기 없는 폭포이고 방향 없는 개천물일 뿐입니다//달라스문학은 살아 움직이는 물길입니다 

 

책장 앞을 지날 때마다 가지런히 꽂혀있는 『달라스문학』지의 책등을 손으로 훑어본다. 뭉클하기도 하고 책 속에 실린 작가들의 작품이 안기는 듯하다. 책 속엔 달라스한인문학회의 역사만 있는 게 아니라 작가 개인의 역사도 있다.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중남부에 있는 유일한 문학단체가 달라스한인문학회다. 우리가 사는 달라스에 문학단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지역 문인들이 만든 『달라스문학』 역시 귀한 책이다. 

한국의 대형 서점에서도 판매되고 국립도서실 및 유수 대학 도서실에서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민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자료로 쓰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 책에 관한 관심과 사랑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달라스문학』이 살아 움직이는 물길이 되어 골짜기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어 더 먼 곳까지 알려졌으면 좋겠다. 

 

박인애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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