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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코선배’의 백신 맞기

Last updated: 3월 26, 2021 9: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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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님의 시처럼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 듯” 눈 폭풍이 뒤덮었던 달라스에도 고운 자태의 꽃과 새들이 저마다 살아있음을 찬양하는 봄이다. 모킹버드와 블루제이가 그악스럽게 영역 다툼하다가도 제대로 뽑아내는 봄 노래의 열창에 진홍빛 복숭아꽃이 자지러진다.

 

12월 초에 코비드19와 ‘맞짱 뜬’ 우리 부부는 ‘코로나 선배’가 되었다. 주위에서 ‘코선배’라고 이것저것 묻는데 겪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했다. 

코비드 걸리고 음성 된 후 90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두 달 후에  백신 접종하는 것이 좋다는 주치의는 예약에 시간이 많이 걸리니 즉시 하란다. 미국 친구들 조언대로 달라스 카운티를 비롯해서 알렌, 덴톤, 갈랜드, 테런 카운티에 온라인 접수를 하면서도  페어 파크는 일부러 뺐다. 

내 나이의 여자에게 ‘온라인이란 길’은 낯설고 두렵기도 하다. 가보지 않은 길인데다 길은 형체가 없고 이정표는 더더욱 없다. 공통된 첫 주소인 WWW. 이후로는 손가락과 눈에 힘을 주고 정확한 알파벳과, / 슬러시, -하이픈과, . 도트인 점까지 하나라도 틀리면 도착지는 없다.

그 후 웹사이트에 들어가서도 영어로 된 방?의 이름을 잘 살펴보고 제대로 등록하는 입구까지 가면 ‘휴우~ ! 드디어 등록 시작.’ 그 후부터는 개인의 인적 사항이니 안심이 되지만 정확히 또박또박 기록해야만 한다. 그리해도 바로 접수가 안 되고, 기다리다가 접수가 돼도 예약은 아직 아니다. 예약 등록하라고 폰의 텍스트 메시지와 컴퓨터에 뜨면 즉시 해야 한다.

10일쯤 기다린 후 드디어 텍스트가 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대로 일을 바로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몇 십분 지체되다 보니 예약등록이 이미 마감되어 버렸다. ‘아유~ 속상해라!’ 손님들 말이 맞다. 영어가 모국어인 그들도 등록하는데 한 주간 꼬박 걸리고도 접수가 안 되고 또 기다렸다가 다시 하고 몇 번을 반복한 후에도 ‘스탠바이’로 기다렸다더니…

 

또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 달팽이가 두 안테나 바짝 세우 듯,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폰을 확인해야 한다. 빙고! 나흘쯤 지나 DCHHS에서 보낸 텍스트 메시지가 폰에 떴다. 역시 또 일하느라 바로 답할 수 없어 아들에게 부탁해서 8-9시 예약을 했다. 무료인데 보험이 있으면 가져오고 I-D와 접수된 QR코드를 복사해서 가져오란다. 하필, 몇 번의 징크스 때문에 일부러 예약을 피한 페어 파크로 가야 했다. 네비는 17분 걸린다고 했지만 ‘찬양하게 하소서’로 불평을 달래며 여명이 걷히는 7시 10분에 출발했다. 근처에는 몇 줄의 차량들로 앞도 끝도 안 보인다. 수많은 안내 경찰과 엄청난 차량! 땅이 무한정으로 넓은 텍사스이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열 줄로 주차된 앞 유리마다 ‘표식’하며 손도 발도 빠른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10군대의 드라이브스루로 차 안에서 맞는 백신주사. 

차량 숫자에 버금가도록 많은 것 같은 젊은 자원봉사자들. 유니폼 차림의 주방위군(Army National Guard)들이 질서 있고 절도 있게 백신주사를 놓는다. QR코드를 스캐너에 대니 접수할 때 써넣었던 기록이 그대로 뜬다. 

‘코비드항체가 있다’는 서류를 보여주며 백신을 두 번 다 맞아야 되는가를 물었다. 군의관이 직접 와서 백신1, 2차 모두 접종해야 된다고 화이자 2차 예약증을 준다. 

‘여러 가지 설’이 확실해진 순간이다. “안 맞아도 된다, 1차 한 번만 맞으면 돼요. 1, 2차 전부 맞아야 한다.” 등 우리가 코비드의 첫 세대이다 보니 우리 모두의 경험들이 앞으로의 자료가 되리라고. 

차를 조금 빼라는 수신호에 따라 다시 10줄로 주차된 차 뒤에 섰다. 어느 틈에 유리창에 백신 주사한 시간이 적혀있다. 

15분 안에 몸에 이상 있으면 즉시 알려달라는 봉사자. 짜증이 날법도 할 텐데 비록 반을 가린 얼굴이지만 싱싱한 미소에 사과향이 난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미국 백신 접종 1억 명 중의 하나가 됐다. 

 

코비드19로 희생된 55만 미국인들, 제대로 된 이별조차 못하고 보내야 했던 가족 친지들의 아픔. 백신 접종으로 가벼웠던 마음에 살아있음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다. 먼저 가신 분들 대신 더 잘 살아드려야 될 텐데 … 살아있게 하신 그분의 뜻대로 살아야 될 텐데 ….

실직된 많고 많은 사람들, 배고픈 아이들, 선교지 원금이 줄거나 없어서 열악한 환경에 더 어려워진 오대양 육대주의 선교사님들, 또한 교회의 수많은 보조사 역자들도 사역의 길이 막히고 생활고를 견뎌야 하고 … 코비드19가 가져온 경제적 후유증이 갈수록 더 아프다. 조금만 더 참고 기도하며 인내하며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며 견디어보자고 기도하는 맘으로 무릎을 꿇는다.

 

눈 얼음에 칼끝같이 아픈, 백 년만의 추운 바람 속에서도 견뎌낸 생명들! 작디작은 풀꽃들, 죽은 것 같은 나무에 가녀린 새순들. 맨몸으로 견뎌낸 가지 끝마다 소담스러운 레드버드의 붉은 밥풀 꽃과, 살아있음을 마음껏 뽐내는 브레드포드 페어 트리의 흐벅진 하얀 꽃으로 달라스가 곳곳마다 환하다. 초목들의 강인한 삶에서 위로와 힘을 얻는다.

 

“잃어버린 것들에 애달파 하지 않으며, 살아있는 오늘이 되게 하옵소서, 소중한 것 상실해도 절망하지 않으며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오늘을 위한 기도- 김소엽)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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