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휴가·맞춤 장비로 유치 경쟁 … 현장 문화 개선은 여전히 숙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건설·기술직에 여성 진출이 늘고 있다.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배관공, 목수, 자동차 정비사 등 건설·설치·수리 분야 종사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지난해 약 4.4%였다. 10년 전 2.9%에서 꾸준히 올랐다.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유급 출산휴가와 유연근무 같은 혜택을 내걸고 여성 인력 모시기에 나섰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성은 고용시장 전반에서 남성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여성이 많은 의료·사회복지 분야가 크게 성장한 데다, 남성 중심 직종으로의 진출도 늘었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자동차 정비는 컴퓨터로 차량을 진단하는 시대가 됐고, 용접이나 전기 작업도 힘보다 꼼꼼함이 더 중요해졌다. 전국 17개 캠퍼스를 둔 직업학교 유니버설 테크니컬 인스티튜트(UTI)의 여학생 비율은 8%로, 5년 전의 네 배가 됐다. 차체 수리·도장 과정은 19%에 이른다. 이 학교 진로 담당자는 “이제는 더러운 일도 아니다”라며 꼼꼼하고 성숙한 여성을 뽑으려는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벌이도 괜찮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타워크레인을 모는 36세 여성은 하루 12시간 교대 근무로 연 12만 달러를 번다. 콜센터와 식당 서빙을 거쳐 이 일을 택한 그는 여자들이 이런 수입을 알면 더 많이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적극적이다. 건설사 모텐슨(Mortenson)은 2024년부터 현장 기술직 산모에게 12주 유급 출산휴가를 준다. 이 회사 기술직 가운데 여성 비율은 10년 전 7%에서 10% 넘게 늘었다. 회사 측은 기술직을 인공지능(AI)에 일자리를 뺏기지 않을 몇 안 되는 직업으로 꼽았다.
터너 건설(Turner Construction)은 지난해 매출 290억 달러를 올렸고, 데이터센터 공사 등에 힘입어 올해는 350억 달러를 내다본다. 이 회사는 현장에 냉난방이 되고 물이 나오는 화장실과 깨끗한 휴게실을 갖췄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일하는 이 회사의 39세 여성 프로젝트 엔지니어는 오전엔 현장에 나가고 오후엔 재택근무를 한다. 생후 5개월 아기를 포함해 세 아이를 키우는 그는 이런 유연근무 덕분에 육아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스칸스카(Skanska)는 남성용 장비 대신 여성 몸에 맞는 장갑과 안전모, 작업화를 지급한다. 워싱턴주와 일리노이주는 건설 현장에 수유실과 모유 보관용 냉장고를 두고, 휴식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그래도 현장의 벽은 여전하다. 20년 경력의 한 여성 타일 현장 반장은 지금도 자신을 얕보거나 지시를 무시하는 남성들을 자주 만난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현장 분위기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일 자체는 보람이 크다고 했다.
스칸스카의 문화 담당 이사 아이샤 애덤스(Ayesha Adams)는 “사람은 얼마든지 뽑을 수 있지만, 그들을 어떻게 붙잡아 두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