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교 거부부터 복통까지 … 나이대별 대처법과 부모의 역할
새 학기를 앞두고 아이가 별다른 이유 없이 짜증을 내거나 배가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새 학기 불안을 의심해볼 만하다. 여름방학 내내 새 담임이나 친구 관계를 걱정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개학 첫날 갑자기 등교를 거부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증상은 아이의 나이와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보통 개학 2주 전부터 시작해 개학 후 한 달 안에 자연스럽게 잦아든다. 자녀가 이 시기를 잘 넘기도록 돕는 구체적인 방법을 짚어봤다.
■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불안
초등학생은 부모나 익숙한 집에서 떨어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생이 되면 친구 관계와 새로운 일과에 적응하는 문제가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고등학생은 성적과 진로, 정체성 등 한층 무거운 고민을 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아이들의 변화가 정서, 행동, 신체 등 여러 방면에서 함께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눈물과 짜증, 손가락을 빨거나 아기 말투를 쓰는 것 같은 퇴행 행동, 형제나 부모에게 화를 내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신체적으로는 복통과 두통, 수면 장애, 식습관 변화가 흔히 나타나며, 등교를 거부하거나 반대로 부모에게 지나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어린 자녀에게는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특히 도움이 된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배가 아픈 이유가 새 선생님에 대한 걱정 때문일 수 있다는 식으로 감정과 신체 반응을 연결해 설명해주면, 아이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주머니 속 쪽지나 손목에 채운 팔찌처럼 부모와 연결된 느낌을 주는 작은 물건도 안정감을 준다. 네 박자로 숨을 들이쉬고 참았다가 내쉬는 호흡법이나, 편안한 장소를 떠올리며 그곳에서 보고 느끼고 냄새 맡는 것을 상상해보는 방법도 나이와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다.
부드러운 촉감의 물건이나 사탕처럼 감각을 자극하는 작은 도구를 가방에 챙겨주는 것도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보탬이 된다. 아울러 등교 전날 밤 옷과 준비물을 미리 챙겨두는 등 아침 일과를 며칠 전부터 연습해두면 아이가 새로운 하루를 좀 더 예측 가능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중고생에게는 스스로 계획하고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기나 음성 메모로 감정을 정리하게 하거나, ‘새 학급이 오히려 마음에 들 수도 있지 않을까’처럼 걱정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유도하는 대화가 도움이 된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생각이 지나치게 빨라지는 신체 신호를 스스로 알아차리도록 가르치고, 보이는 것 다섯 가지와 만질 수 있는 것 네 가지, 들리는 것 세 가지를 찾아보는 식의 감각 집중법도 유용하다.
고등학생의 경우 스스로 하루 일정과 대처 전략을 계획하도록 맡기고,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스스로 정해두는 습관을 들이면 수면과 불안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부모가 주의해야 할 태도
부모 자신의 불안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먼저 자신의 스트레스를 다스려야 아이의 불안도 함께 가라앉는다고 조언한다. ‘걱정할 것 없다’거나 ‘가보면 괜찮을 것’이라는 식으로 감정을 축소하기보다는, 아이의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대화가 더 큰 위로가 된다.
다만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안심을 구하는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아는 것은 이 정도이고, 너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는 식의 짧고 분명한 메시지가 장황한 설득보다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아이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무엇이 도움이 될 것 같은지’ 직접 물어보고 스스로 해결책을 떠올리도록 이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등교 전 미리 통학로를 함께 운전해보거나 교실을 둘러보고, 하교 후 데리러 갈 사람을 미리 정해 알려주는 식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학교 측과도 상황을 미리 공유해 담임교사나 상담교사가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가 학교에서는 괜찮아 보여도 집에서만 불안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부모와 학교 사이의 소통이 없으면 문제가 오래 방치될 수 있다.
■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경우
개학을 앞두고 어느 정도의 정서적 변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새 학기를 걱정하거나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면 좀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아이의 불안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해지거나 학기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나빠진다면, 학교 상담교사나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맞는 대처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의 불안을 일찍 알아차리고 함께 대처법을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가, 아이에게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