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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고대진] 스타벅스와 <모비 딕>

KTN Online
Last updated: 6월 5, 2026 1: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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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진 작가

◈ 제주 출신
◈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 에세이집 <순대와 생맥주>

지난 5월에 한국에서 동해, 남해, 서해를 돌아보는 여행을 했다. 5월 18일이 포함된 여행 일정이었는데 여행 내내 티브이에서는 스타벅스 이야기로 가득했다. 스타벅스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탱크데이’라 부르고 ‘책상에 탁’이라는 밈을 붙인 텀블러 홍보물을 냈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었다. 필자에게는 지금까지도 광주와 5·18, 세월호와 노무현, 박종철을 조롱하는 광고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국가폭력과 민주화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벌써 희미하게 되었는지…. 씁쓸한 마음을 추릴 수 없었다.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는 소설 ‘모비 딕’에서 나온 인물에서 따온 이름인 스타벅스에서 나온 광고라서 스타벅스에서 파는 에스프레소 커피보다 더 씁쓸했다.

  <허만 멜빌>의 소설 ‘모비 딕(Moby Dic)’은 필자가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에서 북극고래(bowhead whale)의 인구조사라는 연구 과제를 받아 일할 때 읽은 책이다. 대학교 때 숙제로 읽기 시작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지루하고 길어서 중간에 그만두고 말았던 책이었는데 부족한 영어 실력도 키울 겸 고래 공부도 할 겸 해서 헌책방에서 50센트를 주고 사서 줄을 치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Call me Ishmael”이란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날 이슈마엘 이라고 불러 다오’ 혹은 ‘내 이름은 알 거 없고 그냥 이슈마엘이라고 불러주라’라고 번역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첫 문장처럼 짧지도 않고 간단하지도 않아서 힘들게 읽었던 것 같다. 고래에 관하여 연구하던 중이라 고래에 대한 많은 용어를 익히느라 큰 인내심을 가지고야 읽을 수 있었다.

  통계학과 조교실을 같이 쓰던 미국 친구 대비드는 통계학보다 역사와 문학에 더 빠져있었다. 나와 취향이 비슷해서인지 쉽게 가까워졌는데 시애틀 골목 구석구석을 돌면서 거기 깃든 역사를 찾는 것이 그의 취미였다. 이 친구와 찾아간 시애틀 다운타운 파이크 마켓(Pike Place Market)에 있는 커피집이 ‘스타벅스’였다. 당시는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초창기 벤처기업이었다. 대비드는 커피집 이름으로 이상한 ‘스타벅스’라는 이름이 소설 <모비 딕>에서 나왔다고 가르쳐줬다. 그 소설을 너무 좋아했던 그 회사 창업자 중 한 사람이 소설 속에 일등 항해사로 나오는 ‘스타벅(Starbuck)’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모비딕을 찾아가는 고래잡이배 이름을 따서 피쿼드(Pequod)로 하려고 했으나 다른 사람의 반대로 ‘스타벅스(스타벅 페밀리라는 뜻)’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이름을 이슈마엘로 정했을까? 이슈마엘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서자이자 아랍의 시조라 불리는 사람이 아닌가. 아브라함을 계승하는 이삭이 아니고 ‘톰’이나 ‘존’같이 알려진 이름도 아닌…”라며 친구 대비드와 웃으며 토론했던 적이 있다. 스타벅스(Starbucks)의 이름으로 유명해진 소설 속 인물 스타벅(Starbuck)은 피쿼드 호의 1등 항해사이다. 큰 키에 열정적인 성격이면서도 신중함을 가진 선원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장면은 소설 속에는 없다.

소설 <모비 딕>은 주인공 이슈마엘(Ishmael)의 서술로 시작된다. 이슈마엘은 바다에서의 모험을 갈망하며 ‘뉴 베드포드’(New Bedford)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같은 포경선에 승선하게 될 퀴퀘그(Queequeg)라는 폴리네시아 출신(Polynesian) 포경사와 친구가 되어 함께 피쿼드라는 포경선에 승선하기로 한다. 피쿼드호는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선원들과 크리스마스 날 매사추세츠주 낸터킷(Nantucket)항구를 출발한다.

피쿼드호의 선장 애이합(Ahab)은 자신의 한쪽 다리를 잃게 만든 거대한 흰고래 모비딕을 악마의 상징으로 생각하며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피쿼드호는 바다에서 다양한 고래와 마주치며 사냥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기와 모험을 겪게 된다. 선원들은 고래와의 싸움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고 애이합의 집착이 점점 광기로 변해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는 다른 포경선들과의 만날 때도 모비딕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집착하고, 피쿼드호의 선원들 역시 애이합의 목표를 자신들의 목표로 삼으며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이에, 이슈마엘은 피쿼드호 전체가 위협에 빠질 수 있음을 깨달아간다.

피쿼드호는 마침내 모비딕과 마주치게 되고, 애이합은 모든 선원을 동원해 모비딕을 추격하며 대결을 펼친다. 그러나 모비딕은 상상을 초월하는 힘과 지능을 가진 존재로, 애이합과 선원들에게 강력하게 저항한다. 이 과정에서 결국 여러 선원들이 목숨을 잃고 피쿼드호는 큰 피해를 본다. 하지만 애이합은 끝까지 모비딕을 포기하지 않고 싸우다 모비딕에 의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애이합은 자신의 복수가 실패로 끝나가고 있음을 깨닫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모비딕을 향해 달려든다. 결국, 피쿼드호는 모비딕에 의해 완벽히 파괴되어 침몰당하고 이슈마엘은 피쿼드호의 유일한 생존자로 퀴퀘그의 관을 부표 삼아 바다 위를 떠다니다 지나가던 배에 의해 구조된다. 이슈마엘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회상하며 애이합의 광기와 복수의 무상함을 되새긴다.

이 소설은 집착, 생존, 그리고 바다를 다룬 방대하고도 풍부한 세부 묘사의 이야기로, 운명, 선과 악, 그리고 인간 의지의 한계에 대한 깊은 철학적/종교적 질문을 한다. 신, 자연, 혹은 알 수 없는 존재를 상징하는 모비 딕은 지금도 바다를 가르고 있는 듯하다.

TAGGED:고대진모비 딕문학 칼럼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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