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백악관 취임식…금리·물가·부채 3중 압박 속 연준 수장 교체
5월 22일, 백악관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새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취임 선서를 주재하는 것이다. 연준 의장이 백악관에서 취임식을 가진 것은 1987년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이후 무려 39년 만이다. 주인공은 케빈 워시(Kevin Warsh·56). 지난 13일 상원에서 54대 45, 사실상 완전한 당론 투표로 인준된 제17대 연준 의장이다.
워시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가 이끌 연준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달라스·포트워스에 사는 한인 동포들에게도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연준의 금리 결정은 모기지·자동차 대출·신용카드 이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케빈 워시는 누구인가
워시는 1970년 뉴욕주 올버니(Albany) 출생이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공공정책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인수합병팀에서 일했고,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으로 발탁됐다.
2006년, 만 35세의 나이에 연준 이사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역대 최연소 연준 이사회 위원이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Ben Bernanke) 의장과 나란히 앉아 미국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긴급 결정들을 내린 인물이다. 2011년 연준을 떠난 뒤에는 스탠퍼드 후버연구소(Hoover Institution) 경제학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통화정책 비평가로 활동했다.
워시의 취임식은 1987년 앨런 그린스펀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열리는 연준 의장 취임식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선서를 주관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연준 수장 교체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보여준다.
트럼프가 워시를 선택한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과 내내 충돌했다. 금리를 더 빨리, 더 많이 내리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파월이 거부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공개적으로 불거졌다. 트럼프는 워시를 지목하며 “가장 위대한 연준 의장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워시는 금리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다. 인공지능(AI)이 기업과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자연스럽게 억제할 것이며, 그 결과 금리 인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트럼프로서는 자신의 요구와 방향이 맞는 인물을 연준에 심은 셈이다.
그러나 워시가 취임하는 지금, 상황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워시가 맞닥뜨린 3중 압박
첫 번째 압박은 물가다. 워시는 소비자물가가 치솟고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불안한 시기에 연준을 인수인계받는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물가가 이렇게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트럼프가 기대하는 금리 인하를 당장 단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두 번째는 연준 내부 분열이다. 워시가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면 상당수 동료 위원들의 반발에 부딪힌다. 지난 4월 연준 회의에서는 4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졌는데, 그 중 3명은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파월 전 의장도 임기가 2년 남은 이사로 계속 연준에 남는다. 워시가 혼자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세 번째는 연준 자산(밸런스시트) 문제다. 워시는 오래전부터 연준의 자산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고 비판해 왔다. 현재 연준 보유 자산은 약 6조 7,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를 줄이겠다는 워시의 목표는 방향은 맞지만, 너무 빠르게 줄이면 채권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긍정적 시각 — 워시 취임의 기대 요인
시장 일각에서는 워시 취임을 긍정적으로 본다. 우선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위기 관리 전문가다.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 같은 시기에 실전 경험이 풍부한 수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또한 워시는 연준의 소통 방식을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의 복잡하고 난해한 메시지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비판에 공감한 것이다. 명확한 메시지는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물가를 잡는 것이 결국 금리 인하의 선결 조건이라는 논리다. 공화당 의원들은 “워시의 엄격한 통화정책 기조가 장기적으로 경제 신뢰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정적 시각 — 우려와 경계의 시선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연준 독립성 훼손이다. 트럼프는 파월에게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해왔고, 워시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백악관에서 취임식을 주재하는 장면 자체가 “연준이 대통령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신호로 읽힌다.
민주당은 인준 과정에서 일제히 반대표를 던지며 “연준의 정치화”를 경고했다. 인준 투표는 54대 45로, 연준 역사상 가장 분열된 표결이었다.
또한 금리 인하를 서두를 경우 물가를 다시 자극할 위험이 있다. 연준이 2%라는 물가 목표를 5년 넘게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적 압박에 굴복해 섣부른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 물가가 재반등하면 연준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앞으로 미국 경제는 어디로
체이스(Chase)의 전략가들은 물가 상승과 에너지 가격 불안정으로 연준이 2026년 내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선물시장 역시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결국 워시 체제의 연준이 당장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 물가가 3%대에서 꺾이고 연준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는 것이 먼저다. 그 시점이 언제냐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지만, 이란 전쟁 여파가 지속되는 한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인 동포들에게 현실적인 함의는 이렇다. 모기지 금리가 올해 안에 의미 있게 내려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동차 대출이나 신용카드 이자도 마찬가지다. 워시가 연준의 신뢰를 회복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내년 이후 금리 인하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 그 성패가 앞으로 수년간 우리 지갑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정리 = 유광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