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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고대진] 암행어사 출두여!

KTN Online
Last updated: 5월 12, 2026 4: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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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진 작가

◈ 제주 출신
◈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 에세이집 <순대와 생맥주>

전두환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법을 마음대로 바꾸고 주무르며 야만의 시대를 만들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숨죽이며 겨우 농담으로 시대를 비판하며 살아갔다. 그 시절 우스개 한 자락이다. 한 미국 친구에게 `고스톱`을(화투 노름의 일종) 가르쳐주고 놀음판을 벌렸다. 처음엔 규칙을 잘 몰라 돈을 잃던 미국 친구가 운이 좋아 판돈을 거의 다 따게 되었다. 마지막 판으로 있는 돈을 다 걸었는데 또 이 미국 친구가 이겼다. 이때 `고스톱`을 가르쳐준 한국 친구가 갑자기 “암행어사 출두여”라고 하더니 판돈을 모두 자기 앞으로 끌어가는 것이었다. 무슨 짓이냐고 묻는 미국 친구에게 “아무리 지고 있어도 이 말만 하면 무조건 판돈을 다 가져갈 수 있다는 ‘전두환 고스톱`의 규칙도 모르냐?”라고 했다. 조금 뒤 운이 바뀌어 한국 친구가 판돈을 거의 다 따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돈을 다 걸었던 판도 한국 친구의 승리. 그러자 미국 친구가 “암행어사 출두여” 하고 돈을 모두 끌어가려고 했다. 이때 그 한국 친구 미소를 지으면서 하는 말. “야! 암행어사 출두는 하루에 한 번만 부를 수 있다는 `전두환 고스톱`의 법칙도 모르냐?“

 전두환 시절 당시는 힘 있는 자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규칙을 바꾸고 만들어가며 소위 국가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비판을 하는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고 모든 법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왜곡하며 통치했다. 심지어 고스톱의 규칙까지도 힘 있는 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야만의 시대였다. 올해 들어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도 이런 야만의 시대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부터 트럼프는 조자룡 헌 칼 쓰듯 관세를 가지고 50%니 100%니 하며 일방적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한다고 했지만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 심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대법원은 ’암행어사 출두여‘라며 관세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위법·무효라고 최종 판결했다. 금년 2월의 이 판결로 ’암행어사 출두여‘라며 딴 돈을 다 되돌려주어야 한다. 돈보다 더 큰 손실은 미국이 국제적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다.

금년 1월 3일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침범하여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납치했다. 핵심 공격 이유는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을 미국에 유통시킨 책임이 있고 이를 응징한다는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마두로 체포는 전시의 합당한 작전이라는 것이다. 국제법상 국가 정책 수단으로 무력 사용은 “무력 공격에 대한 대응 혹은… 즉각적인 전멸 위협에 직면한 인구를 구출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되고 있고 UN의 승인도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무력 작전은 이런 요건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않는다”라며 “마약 거래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이해관계나 마두로 정부가 본질적으로 범죄 집단이라는 주장은 어떠한 법적 정당성도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암행어사 출두여’는 성공했지만 이제 누구도 미국이 유엔 헌장을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월의 ’암행어사 출두여‘의 성공에 힘을 받아서인지 금년 2월 28일,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핵 시설과 군사 기지를 대상으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함으로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의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무장관과 합참의장이 반대한 전쟁은 트럼프에 의해 즉흥적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이는 ‘명분 없는 기습’이었으며 근대 국가의 전쟁 수행 규범을 완벽히 무시한 야만적 도발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은 국제인도법과 교전규칙을 아주 무시했다. 전쟁에서 최소한의 금도는 적군과 민간인을 엄격히 분리하는 ‘구별의 원칙’, 군사적 목표와 수단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비례성의 원칙’이다. 이것은 전쟁의 참혹함을 억제하기 위해 문명 세계가 만든 최후의 보루이고 이를 무시하면 전쟁 범죄자가 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전력망, 상수도, 댐, 교량 등 민간 생존 인프라와 비전투 기능을 정밀 타격의 우선순위에 둠으로써 이 보루를 무너뜨리며 전쟁 범죄자가 되었다.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으로 이란에서 최소 3천375명이 희생됐다고 이란 당국이 4월 12일 밝혔다. 특히 1세 미만 영아 7명을 포함해 12세 이하 어린이가 262명(7.7%)에 달했으며 13~18세 청소년 희생자는 121명(3.6%)이라고 한다. 어린이 사상자 중엔 전쟁 첫날 미군의 오폭에 사망한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에 위치한 ‘샤자레 타이예베(Shajarah Tayyebah) 여자 초등학교 학생 백여 명이 포함됐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중인 상대에 대한 합법적인 ‘전쟁 수행’이라고 주장한다. “전쟁 중에 대통령은 언제나 `암행어사 출두여`라고 할 수 있는 것 몰라?”라는 말이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은 어디서 왔지?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는 조작된 정보로 이라크를 침공해 46만 명의 사망자를 낸 23년 전 부시 행정부, 계엄령을 빙자해서 죄 없는 민간인 삼만 명 이상을 학살한 79년 전 이승만 정권, 민간인 600여 명이 사망한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때 전두환 정권…. 이들이 변명한 말은 `암행어사 출두여‘와 다름이 없었다.

TAGGED:고대진문학칼럼암행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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