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델·코인베이스 등 법인 이전 … 올해 이전 추진 기업 43곳 중 20곳 텍사스로
기업들의 ‘법적 고향’으로 군림해온 델라웨어주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델, 코인베이스, 딜라즈 등 주요 기업들이 법인 등록지를 텍사스로 옮기면서 이른바 ‘덱시트(Dexit·Delaware+Exit)’가 미국 기업 지배구조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이후 델라웨어를 떠나 다른 주로 법인 등록지를 옮기려 한 기업은 80곳이다. 이 가운데 28곳이 텍사스를, 44곳이 네바다를 선택했다. 특히 올해 법인 이전을 제안한 기업 43곳 가운데 20곳이 텍사스를 선택해 네바다의 14곳을 앞섰다.
델라웨어는 미국 상장기업 약 4천 곳 가운데 절반 이상의 법적 본거지이며, 포춘 500대 기업의 약 3분의 2가 이곳에 법인을 등록하고 있다. 100년 이상 기업법 판례를 축적한 ‘형평법원(Court of Chancery)’의 전문성과 예측 가능성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2024년 델라웨어 법원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560억 달러 규모 보상안을 무효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당 결정은 이후 델라웨어 대법원에서 뒤집혔지만, 머스크는 이미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법적 본거지를 텍사스로 옮긴 후였다. 이후 다른 기업들의 이전 움직임도 이어졌다.
텍사스는 기업들의 움직임에 맞춰 친기업 법률 환경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기업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텍사스 비즈니스 법원 설립을 승인했고, 2024년 달라스와 포트워스, 오스틴,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에 첫 판사들이 배치됐다.
2025년에는 상원법안 29호(SB 29)를 통해 경영진이 선의로 내린 경영상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제한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에 명문화했다. 또 주주가 기업 경영 결정에 소송을 제기하려면 3%이상의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는 조건도 만들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수 주주가 제기하는 소송과 주주제안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소액주주의 권리를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텍사스로 법인을 이전한 주요 기업에는 테슬라를 비롯해 델, 코인베이스, 딜라즈 등이 있다. 특히 텍사스 이전을 추진한 기업 가운데 15곳은 이미 주요 사무실을 텍사스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델라웨어도 기업 유출을 막기 위해 기업법을 대폭 개정했다. 법인 등록 관련 수입이 연간 약 20억 달러로 주 예산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기업 이탈은 재정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다.
반면 텍사스가 노리는 것은 단순한 법인 등록 수입 이상의 효과라는 분석이다. 기업 본사와 금융기관, 증권거래소에 이어 기업의 법적 본거지까지 끌어들여 미국의 새로운 기업·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델라웨어의 지위가 단기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업의 실제 이전과 법인 이전, 증권거래소와 금융기관의 텍사스 진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덱시트’가 장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