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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갈라진 땅, 말라버린 제국 — 이란을 통해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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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4월 24, 2026 11: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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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김민정

최근 매일의 이슈는 이란 전쟁이다. 종전 협정을 기대하다 다시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 전쟁의 상황은 계속 변하며 하루가 다르게 예측도 바뀐다.

내부 분열로 이란 체제가 곧 무너질 거라는 전망, 혁명수비대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관측, 미사일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경고, 농축 우라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 이란을 둘러싼 각기 다른 진단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런 뉴스의 한복판에서, 문득 이란에 대해 “왜?”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란은 ‘페르시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때가 있었다.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번영한 제국이었다. 인더스강에서 지중해 연안, 이집트까지 아우르는 초거대 제국, 페르시아는 당시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지배했다.

번영의 상징은 곳곳에 있었다. 수도 페르세폴리스의 화려한 궁전, ‘왕도’라 칭한 2,700km의 포장도로, 각 지역에서 몰려드는 조공 행렬, 그리고 무엇보다 카나트(Qanat)라 불린 지하 수로… 산맥의 지하수를 사막의 도시까지 끌어다 쓰는 이 놀라운 수로는 중력의 법칙을 이용한, 자연의 섭리를 정교하게 활용한 지혜였다. 수천 년 동안 시민들에게 마르지 않는 생명수를 공급해 준 것이 바로 카나트였다.

그토록 번영했던 페르시아는 어떻게 역사에서 사라진걸까?

기원전 492년, 다리우스 1세는 그리스 원정에 나섰다. 당시 그리스는 작은 도시국가들의 연합에 불과했다. 페르시아는 사신을 보내 “복종의 증표로 흙과 물을 보내라”는 오만한 요구를 했고, 이에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사신을 처형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에 분노한 다리우스는 대군을 일으켰지만 마라톤 전투에서 아테네군에게 대패했다.

10년 뒤, 그의 아들 크세르크세스는 더 큰 대군을 이끌고 재침공했다. 그러나 살라미스 해전에서 궤멸당했고, 페르시아 전쟁은 참패로 끝났다.

이후 페르시아는 쇠퇴했고, 기원전 330년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완전히 멸망했다.

2,500년이 지난 지금, 그 땅에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듯 하다.

20세기 들어 이란은 거대한 부를 손에 넣었다. 1950년대부터 팔라비 왕조는 오일머니로 부를 일구었고, 1960년대에는 모터 펌프를 도입해 우물을 만들고 지하수를 퍼 올리기 시작했다. 모터로 콸콸 쏟아지는 지하수를 맛 본 이란인들은 카나트의 약해 보이는 물줄기를 외면하고 버렸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엄청난 부를 쌓은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수십 개의 댐을 건설하고 자급자족을 명분으로 농업에 박차를 가했다. 댐과 모터 펌프로 퍼올리는 지하수가 농업에 필요한 물을 얼마든지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오랜 가뭄과 이란의 뜨거운 햇빛은 댐의 물을 수증기로 날려버렸다. 지하수는 한계가 있었고, 마구 퍼 올린 절제 없는 과소비는 고갈을 앞당겼다.

농업은 국가 수자원의 약 90%를 먹어치웠지만, GDP 기여도는 10%에 불과했다. 지하수 고갈로 건조해진 땅엔 싱크홀이 생겼고, 테헤란의 지반은 매년 300mm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카나트의 지혜로 3,000년을 적셔온 땅을, 오일머니의 오만함이 한 세대 만에 말려버린 것이다.

더 비극적인 것은, 부패한 왕조를 몰아낸 자리에 또 다른 부패가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슬람 혁명으로 세워진 신정체제는 혁명수비대라는 거대한 권력 집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나라의 모든 댐과 건설 사업을 독점하며 나랏돈을 독식했다.

또한 신정정치를 내세워 그 어떤 독재보다 지독하고 악랄한 통치를 해왔다. “정부에 반하면 신에게 반하는 것”이라는 명분 아래, 이란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가뭄과 경제난만이 아니었다.

여성들은 히잡을 강요받았다. 2022년,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지 사흘 만에 의문사했다. 분노한 시위대가 히잡을 벗어 불태웠지만, 이란 정부는 인터넷을 차단하고 수백 명을 살해하는 것으로 답했다.

‘명예살인’ 관습은 순결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때로는 의심만으로도 여성을 살해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2020년, 겨우 14세였던 소녀 로미나 아슈라피는 아버지에게 낫으로 목이 베여 살해됐다.

동네 아저씨가, 옆집 청년이 이웃을 고발하는 불신 사회가 되어버렸다. 신분 상승을 미끼로 빈곤층을 모집해 바시즈(Basij)라는 민병대를 조직하고, 반정부 행태를 신고하게 하는 기막힌 사회 감시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말, 물 부족과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린 이란 국민들은 1979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에 나섰다. 돌아온 것은 총구였다. 이란 정부는 사망자가 3,117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최대 3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하늘마저 메말랐다. 이란은 지금 6년째 가뭄이다. 올해 강수량은 평년 대비 89% 감소했다. 물을 공급하는 주요 댐의 저수율은 5%까지 떨어졌다.

자연을 무시한 오만, 권력을 남용한 부패, 자국민에 대한 폭력, 그리고 외세와의 무모한 대결 — 이 모든 것이 이란 국민을 짓누르고 있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는 “우리는 너무 크고 강하다”는 교만함으로 그리스를 공격했다가 결국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1세기 이란은 “오일머니가 있다”는 오만함으로 자연을 거스르고, “신의 뜻을 대변한다”는 거만함으로 국민을 억압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쥐고 있다”는 교만함으로 미국과 전 세계를 상대하고 있다.

지금 이란의 하늘에서는 비가 사라지고, 땅에서는 물이 말라가며, 거리에서는 국민이 쓰러지고, 국경 너머에서는 폭격이 쏟아진다.

이란의 지도자들은 3,000년 전 선조의 지혜를 버렸고, 2,500년 전 조상의 교훈을 잊었고, 1979년 혁명의 초심마저 잃었다. 그리고 희생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고 있다.

이 전쟁이 얼마나 오래 갈지 어떻게 끝날지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는 정직하다. 오만한 제국은 대가를 치렀다.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국민을 억압한 권력은 국민에 의해 심판받았다. 미래 세대의 몫까지 다 써버리면 후손이 고통을 감당하게 된다.

이란의 형국은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지금 누리는 것이 영원할 거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을 누리기 위해 내일의 몫까지 끌어다 쓰고 있지는 않은가?

가진 힘을 남을 억압하는 데 쓰고 있지는 않은가?

3,000년 전 페르시아의 선조들은 사막에서도 물을 흐르게 하는 지혜가 있었다. 그들은 자연을 이기려 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사는 법을 알았다. 그러나 그 지혜를 잃어버린 후손들이 지금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보이고 있다.

번영은 저절로 지속되지 않는다. 번영할수록 겸손해야 한다. 가질수록 절제해야 한다. 강해질수록 남을 존중해야 한다. 이것이 페르시아가 2,500년 전에 배우지 못했고, 오늘의 이란이 여전히 배우지 못한 교훈이다.

TAGGED:김민정 사장발행인 칼럼오피니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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