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금융기관 이용한 불법 이민 단속 강화 추진… 금융권은 우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은행에 고객의 시민권 정보를 수집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체류 이민자 단속을 강화해온 행정부가 금융권을 새로운 집행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행정부는 행정명령 또는 이에 준하는 조치를 통해 미국 내 은행들이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계좌 보유자에게도 시민권 관련 정보를 요구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경우 고객은 여권 등 새로운 범주의 신분 서류를 제출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 은행들은 자금세탁 방지와 범죄 예방을 위한 ‘고객 확인(Know Your Customer)’ 규정에 따라 일정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권이나 사회보장번호가 포함되지만, 시민권 여부를 별도로 확인해 정부와 공유하는 의무는 없다. 또한 비시민권자의 계좌 개설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논의는 최근 금융권 내부에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관계자는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은행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신분 확인 절차를 도입해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 측은 아직 최종 결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해당 논의가 재무부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승인된 상태는 아니라고 밝혔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이 공식 발표하지 않은 정책에 대한 보도는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말했다.
행정부가 검토 중인 경로 가운데 하나는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를 통한 정보 수집이다. FinCEN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은행에 대규모 현금 거래나 의심 거래를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행정부는 이미 관련 법을 활용해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복지 사기 사건에 대응한 바 있다. 당시 수십 명의 소말리아계 주민이 연루된 사건이 전국적 관심을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을 증원해 파견했다. 이 과정에서 두 시민이 총격을 당하며 수주간의 사회적 긴장이 이어졌다.
올해 1월에는 FinCEN이 미네소타의 두 개 카운티에서 3,000달러를 초과하는 해외 송금 거래에 대해 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일반적인 현금거래 보고 기준인 1만 달러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이미 1만 달러 기준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상황에서, 새 기준을 맞추는 데 상당한 부담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민권 정보 수집 방안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은행의 고객 확인 절차와 개인정보 관리 체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시에 이민 정책과 금융 규제의 경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에 대한 논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