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기 도매가격 1.95%↓…대형 트럭·SUV 약세, EV·소형차는 강세
고유가와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중고차 가격이 3분기 들어 내림세로 돌아섰다. 중고차 시장 안에서도 차종에 따라 흐름이 엇갈린다. 연비가 좋은 소형차와 전기차의 몸값은 오른 반면 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 트럭과 SUV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는 7일 올해 중고차 가격 전망을 크게 낮췄다. 회사가 발표하는 ‘맨하임 중고차 가치지수(Manheim Used Vehicle Value Index)’의 연간 상승률 전망치는 당초 2%에서 0.2%로 내려갔다.
이 지수는 전국 맨하임 도매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중고차 가격을 추적한다. 업계가 중고차 시세를 가늠할 때 가장 눈여겨보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딜러들이 경매에서 사들이는 가격이 오르내리면 매장에서 소비자가 내는 가격도 대개 그 뒤를 따른다.
전망치를 낮춘 것은 3분기 가격 흐름이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수는 7월부터 9월까지 1.95% 떨어졌다. 9월 지수는 1년 전보다 0.6% 낮았다. 월간 지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높지 않았던 것은 2025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계절 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9월 도매가격도 1년 전보다 1.2%, 8월보다 1.3% 내렸다. 3분기 들어 중고차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맨하임 지수의 장기 평균 상승률은 연 2.3% 안팎이다.
전망대로 올해 지수가 0.2% 오르는 데 그치면 중고차 가격은 3년 연속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중고차값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크게 뛰었다가 이후 하락하는 등 큰 폭으로 출렁인 바 있다.
제러미 롭 콕스 오토모티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상반기에는 기름값이 올랐는데도 중고차값이 평소보다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동 분쟁이 이어지고 경유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금리까지 빠르게 오르면서 기업과 소비자의 불안이 커졌다”며 “도매가격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차종별로 희비가 갈린 배경에는 치솟은 기름값이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9월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33달러였다. 기존 9월 최고치인 2023년의 3.83달러보다 50센트 비싸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판매와 리스 만기로 시장에 나오는 차량은 계속 늘었다. 콕스 측은 이것이 중고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3분기에는 전기차와 연비 좋은 소형차의 가치가 올랐지만 대형 트럭과 SUV는 부진했다.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는 여전히 적지 않다. 콕스 측은 소매 수요가 비교적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의 가격 흐름은 딜러들이 소비자에게 받을 수 있는 값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8월 기준 중고차 평균 매물 가격은 2만7239달러였다. 새 차 평균 가격은 5만 달러를 넘는다.
4분기 전망은 밝지 않다. 롭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를 앞두고 금리는 오르고 소비 심리는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금융자산 가치가 꾸준히 오른 데 따른 자산 효과가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지켜보는 지표 상당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