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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정원 일기

Last updated: 6월 16, 2023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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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오에 있는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내는데, 해가 졌는데도 여전히  더운 열기가 확 느껴진다. 

호랑이 장가 가는 날처럼,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소낙비 내리는 날이 많아지고, 이웃동네 풀장이 바빠지고, 공원엔 오리가족 수가 부쩍 불어 인공호수가 좁아 보인다. 

그늘진 곳에 호스타 종류의 모종을 심고 있는데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두꺼비 한 마리가 갑자기 내 앞에 훅 나타난다. 작년에 두꺼비와 나 사이에 모종의 사건이 있은 후 난 두꺼비만 보면 꼬리를 내린다. 

지난 가을 우리집 뒷마당 연못에선 키우던 금붕어들이 갑자기 사라진 일이 발생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그때 눈에 띄던 것이 평소 연못주위를 자주 얼쩡거리던 두꺼비였다. 

녀석은 그날 마치 범행현장을 다시 찾은 범인처럼 연못 한 가운데 돌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갑자기 나는 그 두꺼비가 범인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잡식성인데다 입도 크니 날마다 와서  금붕어들을 야금 야금 잡아 먹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여 난 주저하지 않고 큰 삽을 이용하여 녀석을 들판 저쪽으로 힘껏 던져 버렸다. 그런데  다음날 두꺼비 한 마리가 또 연못주변에 나타났다.  

들판에 버린 두꺼비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끔벅 끔벅하고 있는 것이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항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며칠 후에 진짜 범인이 나타났다. 황새처럼 부리가 아주 길고 다리가 긴 새 두 마리가 긴 부리를 이용하여 금붕어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을  남편이 목격하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남편은 진작 두꺼비 소행은 아니라고 했던 터였다. 

그후 난  두꺼비를 만나기만 하면  왠지 애먼 사람에게 누명을 씌운 것처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전래동화나 동요속에 나오는 두꺼비들 역시하나같이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희생을 하는 캐릭터들이다. 

밑빠진 독에 의리의 흑기사노릇을 해준 콩쥐팥쥐전의 두꺼비는 말할 것도 없고, 어린시절 모래집을 지으며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다오’ 하던 놀이도, 어미 두꺼비가 새끼를 낳기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는데, 아무튼 지방마다 다르고 재밌는 노랫말은 중독성이 있어 여름만 되면 비 온 뒤나 해변가에서 자주 부르던 친숙한 동요였다. 

모래집에서 왼손을 뺄 때처럼, 무엇을 판단할때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숙고해야 할 일이다.

올해는 잡초가 무성한 뒷마당 한 켠을 야생 해바라기 화단으로 만들었다. 여기저기 싹이 난 해바라기들을 몽땅 옮겨 심어놨다. 자라는 걸 보니 과연 해바라기는 해가 있는 방향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개를 돌리곤 한다. 그런데 어느정도 성장이 되면 더 이상 고개를 돌리지 않고 한 방향으로 고정을 한다. 

양지만 쫓는 사람을 해바라기에 많이 비유하는데  그건  니체가 말한 세 변화의 단계중 낙타의 시기를 사는 사람들인 것만 같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정신발달 3단계를 낙타-사자- 어린이단계로 정의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의 명령대로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걷는 노예의 낙타시기와  갈등은 있지만, 주체있는 인간으로 살기 시작하는 자유로운 사자의 시기를 지나, 니체는 새로운 시작의 동인으로 순진무구와 망각의 어린이 시기를 비로서 ‘내가 나 답게 사는 시기’라고 보았다.  

순진무구하기에 재생능력이 뛰어나고, 과거를 되새김 않기에, 새로운 창조가 가능한 어린이들의 특성 이야말로 물처럼,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이상향의 정신으로 본 것이다.

앞마당 화분에는 각종 허브가 자라고 있다. 허브는 키친 가까운 곳에 심는 것이 좋다. 베질과 민트, 실란초등등  파스타위에,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만들 때 생각날 때 마다 맨발로 나가서 얼른 몇 잎 따와 뿌리면 풍미가 산다. 

특히 토마토와 모짜렐라, 바질을 이용한 토마토 카프레제는  와인안주로 그만이다. 미국에선 미운 사람에게 민트를 선물한다는데, 이유는 그만큼 번식력이 좋아, 화단을 모두 초토화시키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나는 민트가 좋다. 레모레이드나 칵테일 만들 때 민트 한잎 띄우는 것과 아닌 것은 많은 차이가 난다. 그냥 끓인 민트차도 향이 그만이다.  요즘은 허브뿐만 아니라, 팬지처럼 예쁜 꽃잎들도 식용으로, 장식으로 많이 사용한다.

우리집은 앞마당쪽이 북쪽이어서 그런지, 반 그늘에서 사는 화초가 잘 되는 편이다. 이사온지 얼마 안됐을때는 화초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이것 저것 심어서 실패를 많이 했는데, 이젠 딱 보기만 해도 우리마당과 합이 맞는지, 안 맞는지 금방 알 수가 있다. 무엇을 키우든 실패만 한 스승이 없다. 

요즘 내가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장미 삽목이다. 작년부터 모든 생필품의 가격이 올랐는데 화초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다년생 꽃이나 관목들의 가격이 특히 만만찮게 올랐다. 또한 이미 다 성장한 것을 사다가 심는 것보다,  씨앗부터 키워서 꽃을 보면  성장과정을 다 지켜볼 수 있기에 더 관심이 가고 사랑스럽다. 

요즘은 명품 핸드백을 가지고도 우리 베이비, 베이비 하는데, 요즘 나의 베이비는 제라늄과 분꽃, 봉숭아, 히비스커스, 나팔꽃이다.

어제는 만개한 호박잎을 쪄먹었다. 청갓, 홍갓은 벌써 노오란 쫑다리가 피었다. 담주부터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 더위에 생존 하는 법, 독서와 정원에 물주기, 친구와 수다떨기를 강추한다. 함께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가는 친구, 장소, 취미나 일이 제일 좋은 여름나기 건강법이 아닐까 한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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