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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스페인 여행기4 (바르셀로나의 소매치기)

Last updated: 3월 1, 2024 5: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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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새긴 성경이란 별명이 붙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는 과연 외관부터 처음 보는  형식의 특이한 성당이었다. 

아직도 공사중이라는 성당 외관은 몇 개의 거치대가 그대로 걸려있었으며 주변에는 전세계에서 온 수 많은 관광객들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정말이지 잠시만 한 눈을 팔면 일행을 잃어버리기 딱 좋은 분위기였다. 

외벽 또한 매끄러운 고딕이나 로마네스크 양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진흙을 가지고 계속 덧붙인 것처럼 울퉁불퉁했는데, 여기저기 솟은 첨탑은 또 얼마나 뒤죽박죽인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술사학교 같았다. 

암튼 우리는 한국어로 설명이 된 해설 오디오를 귀에 꽂고 외관부터 감상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문에는 예수의 탄생부터 고난, 부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조각으로 새겨져 있었는데, 마치 신약성경 한 권을 그려 놓은 것 같았고 가우디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물은 좀 더 크고 특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성당내부는 형용할 수 없이 찬란한 빛과  다채로운 조형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우디 건축물의 특징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대부분인데, 내부를 받치고 있는 수많은 기둥들은  숲의 나무에서,  철제 창은 벌집을 보고, 벽은 갖가지 꽃들이 새겨져 있는데,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 자연물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 오후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따라 성당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색깔이나 그림자가 바뀌고,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은 마치 천지창조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과연 하느님의 창조물인 인간의 능력은 무궁무진 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의 백분의 일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데 반해 가우디는 자신에게 주어진 탤런트를 모두 아낌없이 돌려주고 간 천재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오전 11시쯤 입장해서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성당을 나왔다. 마지막에 기프트 샵에서 성당 모습이 찍힌 액자용사진을 한 장 사고 엽서를 사며 난  이어폰을 남편에게  주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들녀석이 굳이 전철도 좀 타보자며 10불짜리 티켓을 아침에 끊었기 때문이다. 

성당으로 오는 오전 나절엔 그래도 전철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퇴근시간과 맞물렸는지 전철안이 몹시 혼잡했다. 억지로 떠밀려간 전철안은 손 잡이 조차 안보여 나는 겨우 다른 승객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가서 기둥 하나를 발견하여 붙잡고 서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보이지 않아서 입구 쪽을 보니, 그는 손바닥을 전철 천장에 붙이고 있었는데, 주변엔 사람들이 많아 겨우 얼굴만 보였다. 잠시 뒤,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울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때 누군가 ‘여기 이어폰이 떨어져 있는데 잃어버린 분 없나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그 이어폰이 우리 것일 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안 하고  전철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걸어왔다. 그런데 남편이 호텔 프런트 카페에서 맥주를  주문하고 돈을 내려고 하는데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지갑을 백팩에 둔 것이 아닌가 하고 뒤져봤지만 그 곳에도 역시 지갑은 없었다. 그러고보니 허리에 맨  벨트백 지퍼가 열려 있었다.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문득 여행 전  친구가  요즘 바르셀로나가  제일 악명높은 소매치기 도시이니 조심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동유럽에서 온 집시들과 불법체류자들이 소매치기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가 하룻동안 느꼈던 그 수 많은 감동들이 사르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왜 우리는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사실을 그렇게 까맣게 잊고 여유 자적했는지도 후회가 됐다. 암튼 그날 오후는 크레딧 카드들을 정지시키고, 새드라이버 라이선스를 신청 하느라 꼬박 한 나절을 보냈다. 다행이라면 패스포트는 백팩에 두어 도난 당하지 않은 것이다. 

여행전에  새로 산 크로스 백을 주자, 남편은 어쩐지 그 백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며 굳이 허리에 매는  벨트 백을 착용하고 다녔는데, 나중에 보니 그 백이 소매치기들이 가장 쉽게 여는 백이었다. 그 뒤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백을 단속하느라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다음날 구엘 공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어쩌다 이렇게 소매치기 왕국이 됐을까, 한국에선 스마트폰과 랩탑을 카페 테이블에 두어도 아무도 집어가지 않는다는데 말이다. 

어쨌든 왕자와 거지처럼, 뷰티앤 비스트처럼,  모든 도시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볼거리가 많은 세계적인 관광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평소 여행을 가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구경거리에 푹 몰입하는 내게 남편은 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그 뒤론 입장이 바뀌었다. 아, 그래도 바르셀로나는 소매치기만 조심한다면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다. 왜냐면 뮤지엄 두 어군데를 남겨두고 왔기 때문이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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