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거의 모든 영화가 디지털로 촬영되는 요즘, IMAX 필름으로 영화 전체를 촬영했다는 점 또한 오디세이가 흥행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필름 길이가 11마일, 무게가 500 파운드에 달한다고 한다. IMAX 영화 촬영은 전용 카메라의 악명 높은 소음 때문에 촬영 자체가 어렵기로 유명하다. 아이맥스 영화를 촬영하고 상영하는 기계 장치는 광기에 가까울 정도의 천재적 발상이 만들어 낸 공학적 예술 작품에 가깝다.
영상을 필름으로 촬영하면 1초에 24장의 사진이 필름에 찍힌다. 이 필름을 같은 속도로 스크린에 비추면 실제로는 일련의 사진을 보는 것이지만 워낙 빨리 연속된 사진을 보기 때문에 스크린의 장면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필름이 연속적으로 물 흐르듯 움직이면 안 된다는 점이다. 필름에 빛을 비추어 영상이 화면에 나타나는 그 찰나의 시간 동안 필름은 잠시 멈추어야 한다. 하지만 다음 필름 프레임을 보여주려면 필름은 움직여야 한다. 즉, 필름은 움직임과 멈춤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옛날 기계공학자들은 여러 가지 기계 메커니즘을 제작하여 필름의 간헐적 움직임을 구현해 냈다. 그중 하나가 그림에 보이는 제네바 메커니즘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제네바 메커니즘
왼쪽 바퀴를 모터로 구동하면 그 위에 있는 작은 원형 돌기가 오른쪽 바퀴의 틈으로 들어가서 함께 돌게 된다. 하지만 돌기가 틈에서 나온 뒤 다음 틈으로 들어갈 때까지 오른쪽 바퀴는 회전을 멈춘다. 이 오른쪽 바퀴의 회전을 필름에 연결하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필름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이동한다.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옛날 필름 영화 시절에는 영화의 소리 정보도 영화 필름 옆에 기록했다. 필름 옆 부분에 소리의 파형을 기록하고, 상영할 때는 그 파형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스피커로 보내어 소리가 나도록 했다. 영화 음악을 뜻하는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이라는 명칭이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소리를 필름의 사운드 트랙에서 읽어오기 위해서는 필름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필름에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부분과 일정 속도로 움직이는 부분이 공존하게 되고 그 차이를 흡수하는 루프(loop)라는 부분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필름은 얇고 유연하기 때문에 루프 부분에서 필요한 만큼 자연스럽게 휘어졌다가 다시 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아래 그림은 실제 16mm 필름 영사기의 내부와 필름이 어떻게 흐르는지, 그리고 루프가 왜 있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16mm 필름 프로젝터 내부
필름 영화가 주류를 이루던 80~90년대에는 폭이 35mm인 필름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필름 위의 프레임 크기는 가로 22mm, 세로 16mm 정도이고 필름은 세로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1초에 24 프레임이 상영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 프레임이 정지하고 빛을 받아 화면에 상이 맺히고 다시 다음 프레임에 자리를 내어주는 작업을 1/24초라는 짧은 시간에 해내야 한다. 한 프레임당 필름의 움직이는 거리가 16m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비록 가다서다를 반복하더라도 기계적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IMAX는 큰 화면에 고화질의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큰 필름을 사용한다. 필름 폭이 70mm이고, 한 프레임이 가로 약 7cm, 세로 약 5cm 정도다. 과거 영화 필름과 달리 프레임의 가로 방향으로 필름이 이동한다. 그런데 여전히 1초에 24장의 프레임을 스크린에 띄워야 한다. 즉 가로 방향 프레임 길이인 7cm 를 1/24초라는 짧은 시간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이동해야 한다. 이 이동과 멈춤에는 큰 가속과 감속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기계 장치에 큰 충격을 준다. 가감속의 크기가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중력 가속도의 네 배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영화 한 편 상영할 때마다 부품을 갈아야 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IMAX 회사는 호주의 한 엔지니어가 출원한 특허를 사들였다. 이 특허 내용이 바로 필름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존 필름 상영 메커니즘에서는 필름이 자연스럽게 휘었다가 펴지는 루프라는 부분이 발생한다. IMAX 필름 상영에서는 이 루프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우선 아래 필름의 움직임을 생각해 보자. 두 개의 롤러(루프 이동 장치)가 움직이며 A부터 D까지 차례대로 필름이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 움직인다. 필름이 수평 모양으로 바닥에 닿은 부분은 움직이지 않는다. 산 모양의 루프만 루프 이동 장치의 움직임에 따라 물결치듯 부드럽게 흘러간다. 이제 A와 D를 비교해 보자. 특히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의 프레임 숫자가 중요하다. A에서는 5번 프레임이 있었지만, D에서는 6번 프레임이 같은 자리에 있다. 부드럽고 연속적인 움직임을 적용했지만 프레임은 5번에서 6번으로 바뀌었다. 더 중요한 점은 화살표 지점에 루프가 오기 전까지 5번 프레임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루프가 오기 전에 빛으로 스크린에 5번 프레임을 띄울 수 있고, 루프를 계속 만들어서 이동시키면 순서대로 6번, 7번을 스크린에 상영할 수 있다.

필름에서 루프의 움직임
실제로는 루프 이동 장치가 계속 공급될 수 있도록 아래 그림처럼 회전하도록 원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또한 필름 진행 앞단에서는 등속으로 필름을 감아주고 뒷단에서는 필름을 공급해 주는데 두 루프 사이의 필름은 스크린 상영을 위해 진공 장치에 잡혀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정지한 필름 부분과 등속으로 움직이는 부분 사이에는 남는 길이와 부족한 길이가 생긴다. 이것을 다시 두 루프가 흡수하여 전체 메커니즘은 부드럽고 연속적으로 흐른다. 이 과정을 롤링 루프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기계공학적 관점에서 놀라운 점은 모든 부품이 연속적으로 흐르듯 움직이는데 필름에는 정지한 부분과 등속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IMAX에 사용되는 롤링 루프의 개념도
IMAX 70mm 필름을 상영할 수 있는 전용관이 세계에 41곳, 미국에 단 25곳밖에 없다. 운 좋게도 달라스에 하나가 있다. 필자는 영화 오디세이 자체도 보고 싶었지만, IMAX 70mm를 전용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내 시선은 스크린에 가 있었지만, 마음은 상영관 뒤의 IMAX 영사기와 함께 하고 있었다. 엔지니어들의 집념이 만들어 낸 IMAX의 영화 화면은 화질과 크기만으로도 큰 감동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