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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비극의 독립기념일, “총기 난사 안전지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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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 시카고 인근 하이랜드파크 독립기념일 총격 난사 사건 발생
총격범, 여장까지 하고 완벽한 도주 꿈꿨다
피로 물든 독립기념일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월)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하이랜드파크의 퍼레이드에서 관람객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난사한 21세 남성이 수주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당일 도주를 위해 여장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수사 당국은 총기난사범인 로버트 크리모 3세를 대상으로 ‘1급 살인’ 7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전날 퍼레이드 중 발생한 총격으로 현재까지 7명이 사망했고 35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레이크 카운티의 ‘주요범죄 태스크포스(TF)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크리모3세가) 공격을 몇주 전에 미리 계획했다”며 “당시 인근 건물 옥상에 비상탈출용 사다리를 이용해 올라가 AR-15 계열 소총으로 퍼레이드 행사장의 군중을 향해 70발 이상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당시 사용된 총기는 시카고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구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구매한 총기는 총 5정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크리모 3세는 범행 후 여장을 한 채 도주했다. 그는 근처 모친 집으로 가 차를 타고 도주했으나 8시간만에 제보를 받고 추격해온 경찰에 검거됐다. 아직 범행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은 크리모 3세를 단독범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리노이주 검찰은 크리모에게 먼저 1급 살인 혐의 7건을 적용했다면서 “피해자 한 명마다 혐의 수십 개가 추가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가운데 6명의 신원도 공개했다. 30대에서 80대까지 모두 성인이었다. 특히 이리아나 매카시(35), 케빈 매카시(37) 부부가 2살짜리 남자 아이를 데리고 축제에 왔다가 아이를 남겨두고 숨진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뉴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로런 실바라는 여성이 총격 당시 죽어가는 남성 밑에 깔려 있는 남자 아이를 우연히 발견해 품에 안고 대피한 다음 부모를 찾으려고 수소문을 했는데 이 아이의 부모가 모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총기 난사 사건, 벌써 314건 발생
총기난사 안전지대 없다
4명 이상이 사상한 총기난사(mass shooting)가 올해에만 314건이 발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비영리 연구단체 총기폭력기록보관소(GVA)를 인용해 5일(화) 보도했다.
특히 텍사스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격 참사가 벌어진 5월 24일 이후에도 약 한 달간 미국에선 100건 이상의 총기난사가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날마다 평균 한 건 이상의 총기난사가 발생했다”며 “한주에 총기 난사가 4건 미만인 주(週)가 없었다”고 집계했다.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미국에서 총기난사에 따른 사망자는 343명, 부상자는 1천391명이었다. 2014년부터 대규모 총격을 추적한 GVA의 자료에 따르면 총기난사 발생 건수는 2019년에 417건, 2020년 611건, 2021년엔 거의 700건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이전에는 총기난사가 매년 400건을 넘지 않았다.
한편 이번 하이랜드파크 총기 참사를 계기로 이제 미국에서 총기난사 참변을 피할 안전지대가 사라졌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형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 인종, 지역, 연령을 불문하는 추세가 관측된다.
올해 5월 14일 뉴욕주 버펄로에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은 흑인이 주요 고객인 슈퍼마켓에서 발생했다. 같은 달 24일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살해된 유밸디 롭 초교는 히스패닉 노동계층이 많은 곳이었다. 지난 4일 독립기념일 축제 행렬을 노린 총격으로 7명이 숨진 일리노이주 시카고 근처 하이랜드파크는 주민 90%가 백인인 지역이다.
최근 총기난사 표적의 이같은 다양성과 예측 불확실성에 경악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규모 총격 사건에는 뚜렷한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범인이 정신적으로 명백히 불안정한 젊은 백인 남성이라는 점, 범행에 AR-15 스타일의 돌격소총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수사당국의 발표를 보면 총기 난사 사건들은 느슨한 총기규제와 맞물려 참변으로 이어졌다.
버펄로 사건의 범인은 흑인 차별을 주장하는 18세 백인우월주의자 페이튼 젠드런이였다. 젠드런은 수개월 전부터 흑인을 겨냥한 범행을 기획하며 AR-15를 비롯한 여러 총기와 대량의 탄약을 준비했다.
롭 초등학교 총기난사범이었던 샐버도어 라모스의 경우 계획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총기를 살 수 있는 연령인 만 18세가 지나자마자 총기 2정과 탄약 수백 발을 샀다.
하이랜드파크의 용의자 로버트 크리모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범행을 수주간 준비한 것으로 의심된다.
수사당국은 젠드런, 라모스와 마찬가지로 크리모도 AR-15를 합법적으로 샀다고 밝혔다.
애초 AR-15는 사냥이나 호신, 레저가 아닌 전쟁 때 군인을 살상할 무기로 개발됐다. 반자동 연사로 짧은 시간에 많은 총알을 발사할 수 있고 탄환의 위력도 커 맞으면 신체조직이 심하게 훼손된다.
총기 범행을 기획한 이들에게는 목표를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AR-15와 같은 반자동 돌격소총은 지난 1994년부터 금지됐다. 하지만 해당 법률의 시행이 2004년 연장되지 않고 만료됐고 그 뒤로 AR-15는 전국적으로 수백만정이 팔려 총기난사의 단골이 돼버렸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미국 내에서 4만5천222명이 총기와 관련한 사건·사고로 숨졌다. 매일 124명이 총 때문에 죽는 셈이다.
앞서 연방 의회는 버펄로, 유밸디 참사로 여론이 격분해 끓어오르자 지난달 총기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미성숙한 18∼21세 총기 구입자에 대한 신원조회와 정신건강 점검을 강화하고 위험하다고 판정된 인물의 총기를 일시 압류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그러나 대형 총기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된 돌격소총과 대용량 탄창의 판매금지는 공화당 등 보수진영의 반대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총기난사는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63페이지)
기사제공=연합뉴스 / 정리=박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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