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데스크칼럼

[권두칼럼] ‘이대남’ ‘이대녀’ 젠더 갈등: 한국 대선이 남긴 교훈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오피니언 댓글 0건 작성일 22-04-29 10:04

본문

20대 한국 대선을 거치며 이른바 백래시(backlash: 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는 대중의 목소리가 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 잡은 안티 페미니즘을 정치권이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고, 본질을 회복하지 못하고 소위 클릭 장사로 전락한 언론이 대선 기간 내내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로 퍼 나르며 20대 남성을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집단 ‘이대남’(이십대 남성)으로 규정했다. 

이는 성 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과 ‘이대남’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며 젠더 갈등을 부추겼다.

 

20대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헌정 사상 가장 적은 득표율 차이로 이겼다. 

사실상 반쪽짜리 승리가 된 셈이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실재했지만 여성 유권자를 배제시키므로써 세대를 넘어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는 선거 전략의 한계점이 대선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지난 대선은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는 커녕 성차별과 성인식의 갈등을 조장하는 중심축이 되어버렸던 선거로 비판받았다.

제 20대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20대 여성 이른바 이대녀의 성난 표심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쏠리면서 20대가 선거 캐스팅 보트로 지목됐다. ‘이대녀’의 58.0%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게, 이대남의 58.7%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0대 성별에 따른 후보별 우세 현상이 나타난 데에는, 양당의 선거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 

 

이대남이 내세우는 공정은 중산층 이상에서 자란 4년제 대학 출신의 수도권 거주 20대 남성만을 위한 선택적 공정이고 그들만의 공정이란 것이 이대녀의 입장이다. 

지방 청년, 고졸 청년, 여성 청년 등 청년의 범주는 넓고 다양하지만 여성가족부와 여성 할당제 폐지, 소수자 배제로는 청년세대가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으며 근본 원인은 구조적 차별과 제도적 미비에 있다고 말한다. 

차별이 아닌 평등을, 배제가 아닌 포용을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권 정치에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대녀의 페미니즘은 여성뿐만 아니라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모두가 억압과 차별에서 벗어나는 실질적 평등이다. 예컨대 페미니즘도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에 있으며 어느 한쪽도 부정할 수 없는 같은 뿌리라는 것이다. 

 

반면 여성 청년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일부 급진적 여성주의가 이념에만 매몰돼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사회 혼란을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올해 초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MBC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의당의 페미는 여성과 성 소수자 그리고 모든 시민이 존중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우리의 입장이 유독 도드라지게 언론에 보도돼 왔지만 그렇다고 서민을 위한 정당임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을 포함한 정의당 여성 의원들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중대재해 처벌법등 여성과 약자를 위한 본회의 표결에는 불참하면서 페미니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는 일단 뒤로 미뤄졌다. 차기 정부가 부서 폐지를 위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 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해체란 의제에 어떤 방침을 가지고 대응할지가 중요한 이유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성별, 세대별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대선이 남긴 교훈으로 꼽았다. 

 

한국 정치권은 이제 한쪽으로 편향된 극단적 갈라치기가 아닌 실질적인 효과를 내야 한다. 약자 보호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 고용, 저출생, 낙태 같은 문제에 대해 성평등 관점에서 전반적인 부처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성평등이라는 과제를 중심에서 논의해야 한다. 여성이 저임금과 비정규직에 편재된 상황에서, 여성의 고용 문제는 저출생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문제의 중심에 성평등이 있다는 것을 사회가 인식하고 구조적 변화를 정치가 시스템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데스크칼럼 목록
    미국에서 올해 가장 역사적인 이벤트가 곧 열린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이 결정되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올해 대통령 선거는 유독 많은 이슈를 낳았고 사건사고도 많았다. 최고령 후보의 세기의 대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에서 후보직을 사퇴한 …
    2024-10-25 
    보통 매년 9월이면 연방센서스는 미국에 한인 인구가 얼마나 살고 있는지 한인의 중간 소득, 학력과 주거 형태는 어떻게 되는지 업데이트된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올해도 지난 12일 연방센서스에서 ‘아메리칸 지역사회 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AC…
    2024-09-27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가 있고 권력이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건강한 젊은이들에게는 실감이 안 날 수 있지만 노화의 신호가 하나둘씩 나타나는 나이가 되면 공감하게 되는 말이다.미국에서 이민자로 살면…
    2024-08-30 
    새달라스한국학교에 1만 달러의 장학금을 전달하게 되었다. 장학금을 받은 새달라스한국학교 이사진은 환하게 웃으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연이어 했다.몇 년 전 부침을 겪었던 달라스 한국학교는 결국 기존 이사진이 해체됐고, 새달라스한국학교가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해서 40년 전통…
    2024-07-26 
    DK 파운데이션에서 한인 커뮤니티와 더불어 실천하고 있는 ‘더 나눔’의 행보는 텍사스 한인사회의 함께하는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올 상반기 DK 파운데이션은 한인동포분들과 한인기업체들이 모아 주신 성금으로 텍사스 전역에서 도움을 요청한 어려운 한인들을 도울 수 있었고…
    2024-06-28 
    달라스한인문화센터가 올해로 건립 10주년을 맞았다.달라스한인문화센터의 이름을 내걸고 지난 2014년 달라스 한인타운에 마련된 4만 6천 스 퀘어피트 크기의 단독 건물은 당시 동포 사회의 자랑이었다.달라스 한인동포사회의 염원이 모였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끈 한인사회 리더…
    2024-02-16 
    최근 대한민국 언론사인 YTN에서 텍사스의 불법이민자 문제에 대한 뉴스가 방송됐다.”역대급 인파 우르르, 한인사회까지 직격탄’, ‘텍사스 불법 이민 체포’ 한인 사회 영향은?’ ‘미국 불법 이민 급증, 한인 사회 영향은?”이라는 제목으로 3편의 영상 뉴스가 5천만 대한…
    2024-02-02 
    미국 미디어는 미국 문화를, 한국 미디어는 한국 문화를 반영한다.하지만 이민자 미디어는 조금 특별하다.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가 결합된 이민자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다. 이민자 사회 문화는 미국 문화와 더불어 세대별 혹은 이민 온 시대별 한국 문화가 복잡하게 섞여 있기에 …
    2023-05-19 
    지난 2012년에 주달라스영사출장소가 개설됐을 때 DFW 한인동포들은 크게 반겼다.당시 한인 인구가 10만에 육박하면서 북텍사스 한인 사회가 점점 더 성장을 해가던 시기였지만 이곳 한인 동포들은 재외선거나 민원업무 등 일이 있을 때마다 총영사관이 있는 휴스턴까지 장시간…
    2022-07-15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였다. 총리와 장관을 비롯해 주요 내각에 대한 인선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전임 대통령과는 이념, 국정철학, 정치적 경험, 그리고 통치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신임 대통령으로서 이전과는 차별화된 국정 수행이 예상된다.윤…
    2022-05-27 
    대한민국 공기업 중에서 승승장구 가장 잘나가던 한국전력이 2021년도에 5조 8천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한다.금년에는 그 규모가 10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또 2016년 말 105조 원이던 한전 부채는 지난해 말 146조 원으로 늘어 그…
    2022-05-20 
    교육은 누가 뭐라해도 동서고금을 통 털어 국가의 백년대계를 기초하는 치국(治國)의 근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건국 70년 동안 아직도 그 기초를 제대로 못 잡고, 그때 그때 집권자들의 입맛에 따라 해마다 우왕좌왕으로 불가역적인 근본을 못 세우고 있다.6월 1일 전국 …
    2022-05-13 
    지난 4월 25,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JTBC 손석희 대표와의 인터뷰 대담방송이 있었다.약 3시간 분량의 문 대통령과의 대담을 보는 데는 시청자들은 큰 인내가 필요했다. 곧 권좌에서 내려오는 문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인간적이고 솔직 담백한 뭔가(?)가 있을 것으로 …
    2022-05-06 
    20대 한국 대선을 거치며 이른바 백래시(backlash: 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는 대중의 목소리가 됐다.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 잡은 안티 페미니즘을 정치권이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고, 본질을 회복하지 못하고 소위 클릭 장사로 전락한 언론이 대선…
    2022-04-29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번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되자, 각종 언론과 내로라하는 정치 평론가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각자 나름의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중 한 개에 이런 글이 있었다.내용인즉, 윤석열과 태종은 비슷한 면이 많다. 두 사람은 나라 기강이 …
    2022-04-22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