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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 ‘이대남’ ‘이대녀’ 젠더 갈등: 한국 대선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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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한국 대선을 거치며 이른바 백래시(backlash: 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는 대중의 목소리가 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 잡은 안티 페미니즘을 정치권이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고, 본질을 회복하지 못하고 소위 클릭 장사로 전락한 언론이 대선 기간 내내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로 퍼 나르며 20대 남성을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집단 ‘이대남’(이십대 남성)으로 규정했다.
이는 성 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과 ‘이대남’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며 젠더 갈등을 부추겼다.
20대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헌정 사상 가장 적은 득표율 차이로 이겼다.
사실상 반쪽짜리 승리가 된 셈이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실재했지만 여성 유권자를 배제시키므로써 세대를 넘어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는 선거 전략의 한계점이 대선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지난 대선은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는 커녕 성차별과 성인식의 갈등을 조장하는 중심축이 되어버렸던 선거로 비판받았다.
제 20대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20대 여성 이른바 이대녀의 성난 표심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쏠리면서 20대가 선거 캐스팅 보트로 지목됐다. ‘이대녀’의 58.0%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게, 이대남의 58.7%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0대 성별에 따른 후보별 우세 현상이 나타난 데에는, 양당의 선거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
이대남이 내세우는 공정은 중산층 이상에서 자란 4년제 대학 출신의 수도권 거주 20대 남성만을 위한 선택적 공정이고 그들만의 공정이란 것이 이대녀의 입장이다.
지방 청년, 고졸 청년, 여성 청년 등 청년의 범주는 넓고 다양하지만 여성가족부와 여성 할당제 폐지, 소수자 배제로는 청년세대가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으며 근본 원인은 구조적 차별과 제도적 미비에 있다고 말한다.
차별이 아닌 평등을, 배제가 아닌 포용을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권 정치에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대녀의 페미니즘은 여성뿐만 아니라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모두가 억압과 차별에서 벗어나는 실질적 평등이다. 예컨대 페미니즘도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에 있으며 어느 한쪽도 부정할 수 없는 같은 뿌리라는 것이다.
반면 여성 청년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일부 급진적 여성주의가 이념에만 매몰돼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사회 혼란을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올해 초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MBC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의당의 페미는 여성과 성 소수자 그리고 모든 시민이 존중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우리의 입장이 유독 도드라지게 언론에 보도돼 왔지만 그렇다고 서민을 위한 정당임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을 포함한 정의당 여성 의원들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중대재해 처벌법등 여성과 약자를 위한 본회의 표결에는 불참하면서 페미니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는 일단 뒤로 미뤄졌다. 차기 정부가 부서 폐지를 위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 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해체란 의제에 어떤 방침을 가지고 대응할지가 중요한 이유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성별, 세대별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대선이 남긴 교훈으로 꼽았다.
한국 정치권은 이제 한쪽으로 편향된 극단적 갈라치기가 아닌 실질적인 효과를 내야 한다. 약자 보호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 고용, 저출생, 낙태 같은 문제에 대해 성평등 관점에서 전반적인 부처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성평등이라는 과제를 중심에서 논의해야 한다. 여성이 저임금과 비정규직에 편재된 상황에서, 여성의 고용 문제는 저출생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문제의 중심에 성평등이 있다는 것을 사회가 인식하고 구조적 변화를 정치가 시스템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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