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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전문가 칼럼

[상담] 나는 어떤 언어로 말하고 있을까요?

Last updated: 8월 20, 2021 9: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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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중년의 농부가 벽난로 앞에서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온 세상을 얼어붙게 만드는 추위와 달리, 벽난로에 타는 장작은 온 집안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교회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하러 갔고, 농부는 혼자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고요한 밤이었습니다. 

농부는 신문을 접고, 거실 한 면을 다 채우고 있는 큰 창가에 서서 바깥을 내다보았습니다. 나뭇가지들도 점점 흰색으로 바뀌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올 때 힘들텐데.”

농부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자신이 함께 갔더라면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됐을 거라는 후회를 하면서 여전히 창가에 서서 내리는 눈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작은 새 한 마리가 창가에서 퍼득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살을 에는 눈보라와 추위 속에서 길을 잃은 새처럼 보였습니다.

“그냥 두면, 저러다 얼어 죽을 것 같아”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농부는 얼른 외투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바같으로 나갔습니다. 새는 여전히 거실 창턱에 앉았다 날았다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농부는 얼른 집 곁에 붙어 있는 창고의 문을 열고, 불을 켠 다음, 새에게 손짓을 했습니다. “작은 새야. 이리로 와. 오늘 밤 여기서 자. 여기 있으면, 추위를 면할 수 있어. 여기로 와.” 

농부는 계속 팔과 손을 흔들며, 새에게 창고로 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새는 거실의 창을 맴돌기만 했습니다.

“그대로 거기 있으면 너 얼어 죽어”라고 말하면서 농부는 새에게로 다가갔습니다.

“너 해치려는 게 아니야. 너 살려주려는 거야”. 농부는 어떻게 하든 새를 창고로 데려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금살금 새에게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새는 농부가 자기 가까이로 오는 것을 보고는 훌쩍 날아서 거실 건너편에 서 있는 큰 나뭇가지로 날아갔습니다.

눈으로 덮인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보면서 농부는 다시 다정하고 염려스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를 잡으려는 게 아니야. 너를 살려주려고 하는 거야. 작은 새야. 나를 믿어. 저 창고에 가면 네가 이 밤에 살 수 있어.”

농부는 창고의 열린 문 앞에서 서서 창고로 오라는 손짓을 하며 말을 계속했습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농부를 보고 있던 작은 새는 앉아있던 나뭇가지를 떠나 밤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럴 때 내가 새였더라면 저 작은 새가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을텐데. 저 새가 내 말을 알았더라면 안전하게 밤을 지낼 수 있었을 텐데.” 농부의 가슴에 안타까움과 새에 대한 연민이 밀려왔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온 농부는 외투와 모자와 장갑을 벗고, 다시 벽난로 앞 흔들의자에 앉았습니다. 추위로부터 새를 보호하고 살리려 했던 자기의 마음과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어둠과 추위 속으로 가버린 새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우리 가족들은 내 마음을 알까? 내 아내는 나의 사랑을 알까? 우리 아이들은 내 사랑을 알까?’ 하는 질문이 농부의 마음 속에 떠올랐습니다. 

“내 가족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까?” 농부는 돌아올 가족을 기다리며, 자기가 지금까지 해온 말들과 가족이 보였던 반응들을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많은 부부들은 말합니다. “우리 부부는 말이 안 통해요. 의사소통이 안 된다니까요.”

부모는 말합니다. “저 아이는 도대체 우리 마음을 몰라요. 물어도 대꾸도 안해요. 답답해서 미치겠어요.”

아이들은 말합니다. “우리 부모는 의사소통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무슨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말하면 혼만 더 나요. 혼날 줄 아는데 왜 이야기를 해야 하죠?”

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일까요. 남편은 한국어로 말하고, 아내는 중국어로 하고, 아이는 영어로 말해서일까요?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면 의사소통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내가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는데, 그게 사랑이지. 꼭 말로 해야만 사랑하는 걸 알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입혀주고, 재워주고, 학교 보내주고, 레슨 받게 해주는데, 감사할 줄은 모르고 왜 늘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요즘 애들 참 잘못되었어요”라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갓난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눈웃음으로, 입맞춤으로, 만지는 감촉으로 의사전달을 합니다. 말을 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수화나 몸의 동작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부모가 말을 할 줄 몰라서 일까요? 수화하는 사람이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일까요?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을 하는 사랑과 배려 때문이겠지요.

사람은 관계를 맺어야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좋은 관계는 좋은 의사소통에서 옵니다. 좋은 의사소통은 나의 언어가 아니라,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수준으로 내려가고, 선생님은 학생의 수준으로, 많이 배운 자는 덜 배운자의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이지요.

또한 듣는 사람의 나이와 수준과 경험과 감정을 고려해서, 그 사람이 편안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을 골라 쓰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고, 그 사람의 입장에 서보고, 지금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느끼고 있는가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의사소통의 필수요소입니다.

‘당신은 지금 제게 제일 소중한 사람입니다. 나는 당신의 생각과 느낌이 무엇인지 알기를 원합니다’라는 태도로 집중해서 들으면, 이해를 목적으로 들으면, 그 사람 속에 감춰진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잘 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8 억의 인구 중에 단 한 사람이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고, 믿어준다면, 눈보라 치는 겨울 밤에도 살아남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따뜻한 말이, 격려가, 이해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습니다.

나는 내 가족, 내 친구, 내 삶 속의 사람들에게 어떤 언어로 말하고 있을까요?

 

박 새라

캐리스 스프링 카운슬링 상담사

972 806 2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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