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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그대는 나의 갈비뼈

Last updated: 7월 30, 2021 10: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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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들녀석이 제 방 책상머리 앞 벽 옆 벽을 온통 K-Pop 여가수 사진으로 도배해놓은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속으로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하고 감탄을 하면서도 아비의 체면으로 아들을 불러 엄숙히 훈계하기로 했습니다.
“네가 아무리 그래 봐야 너의 갈비뼈는 따로 있으니 조용히 이야기할 때 저 애 얼굴 떼어버리고 엄마 아빠 사진이나 붙여놓으면 어떻겠니? 아빠도 너만 했을 때 세계에서 제일가는 미녀 오드리 햅번 사진을 줄줄이 붙여놓고 바라보았지만 결국은 아빠의 갈비뼈인 엄마를 만나지 않았느냐. 그러니 다 소용없는 일이니까 아빠의 충고를 들었으면 좋겠구나.”
이렇게 충고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그녀의 싸늘하고 으시시한 목소리가 전신을 조여왔습니다.
“아니, 내가 어때서요?”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다리가 후들거리더군요.

결혼생활 하고 계시는 분들이야 말 안 해도 잘 아시겠지만 여자의 질투란 나이와는 상관없이, 남편의 공상 속의 여인에게는 더 심한 질투를 드러낸다는 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바이지만, 그 질투는 세상 창조의 날 여성의 어머니인 이브로부터 물려받은 여성의 본능인지라, 이런 경우에 남편 된 자는 모름지기 순간의 위기를 재빠르게 잘 넘겨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여자의 질투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말씀 더 붙여보면 이브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단 하루도 안 빼놓고 한 일이 무엇인가 하면 그것은 혼자 에덴동산을 거닐다가 돌아오는 아담을 꼼짝 못하게 눕혀놓고는 갈비뼈를 세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아담의 갈비뼈가 하나 더 없어졌다면 아담은 그만 이브의 날카로운 손톱에 가슴이 몽땅 파헤쳐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각설하고 아내의 목소리에 놀란 나는 재빨리 방어태세를 갖추면서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당신? 당신 좋지.”
“밑도 끝도 없이 무엇이 좋다는 거예요?”
“내 갈비뼈로 좋다는 거지.”
“흥. 말 돌리지 마세요. 내 말은 내가 당신의 오드득 -인가 뭔가 하는 배우보다 어떠냐는 거예요.“
허, 허, 허, 내 참. 부부 싸움이라는 게 이렇게도 시작될 수 있는 거군요. 그런데 아들 녀석은 옆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아빠 엄마의 말다툼을 즐기는 눈치였습니다.
“당신은 아름답고 예쁘다기 보다는 활달한 매력 즉, 다른 여인이 갖고 있지 못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 나만이 볼 수 있는 유니크한 당신의 매력. 다른 남자들 눈에는 별 볼일 없어도 나의 눈에는 틀림없는 나의 갈비뼈였으니까. 사실 지금도 그렇고. 그리고 옛날에 연애할 때 당신이 그랬잖아, 아, 그대의 가슴은 나의 영원한 고향이라고, 그 말에 내가 넋이 빠져서 말했지. 하느님이 가련한 그대를 창조하시여 이 험한 세상의 수많은 늑대들 한 가운데 홀로 놓았으나 무시무시한 늑대가 그대를 가로채가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낸 나의 갈비뼈라고.”
그러자 아내는 킥킥거리며 나의 풀밭 같은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치면서 “소설 쓰시네” 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가는 거였습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하마터면 아들 앞에서 망신당할 뻔한 순간이었으니 말입니다. 그 때 아들이 말했습니다.
“책에서 읽었는데요, 예쁜 애 사진을 걸어놓고 자꾸 바라보면 그런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 하던데요.”
나는 아주 한심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면서 조그맣게 말했습니다.
“아빠를 보아라.”
“아뇨. 엄마를 보세요.”
어느 틈에 아내는 내 뒤에 서서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들었나 봅니다.
“그래, 그래, 아빠를 보아라. 오드득 사진만 들여다 보더니 나 같은 엄마를 만난 것이 아니겠니. K-Pop 여가수 만세.”

그날 밤 나는 잠들기 전에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느님, 이 세상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아무리 강성한 것도 유순해지고 모든 힘이 다 달아나게 만드셨으면서도 유독 갈비뼈만은 그 반대로 처음에는 갸날프고 힘이 없어도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억세지고 사나워져서 갈비의 고향도 꼼작 못하게 만드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주님, 이번 사순절 중에는 이 세상의 모든 남편들을 위하여 갈비뼈도 때가 되면 젤리라도 될 줄 아는 지혜를 지니게 하여 주옵소서. 그것이 힘드시면 갈비뼈의 고향인 제 가슴만이라도 옹골차게 버틸 수 있는 힘이라도 주소서, 아멘.”  *

 

이 윤 홍
LA 거주 소설가·시인

·서울 출생. 중앙대 졸업(영문학 전공),
    대한항공 근무.
·1978년 미국 유학(Northrope University)
·2001년 <미주 한국일보> 신인상 시부문
    당선
·2009년 <미주 한국일보> 신인상 소설
    부문 당선
·제2회 <해외풀꽃문학상>, <미주문학상>
    수상. 미주한국문인협회장 역임

·저서 : 워렌 머피작 『지옥의 천장』 등 시, 소설 50여 편 번역
시집 『살아 숨쉬는 기억』, 『조금은 더 깊어진 침묵 속에서』,
수필집 『장보는 남자』 현재 번역 및 인문학 강사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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