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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문가 칼럼

여름의 정원

Last updated: 7월 9, 2021 9: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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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토란대 위에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 흐르고, 만개한 호박꽃에는 벌들이 모여들고, 어느 집 앞뜰이든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을 것만 같다.

토요일에 어울린다는 재즈를 틀어놓고, 제라늄 화분이 수 없이 놓인 달력위에 쓰여 있는 글귀를 새삼스레 읽어본다. ‘그 분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창조했다’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맞다. 그 분은 아주 작은 개미 한 마리라도 아름답게 창조했으나 우리는 그 분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들의 집을 흠집 내거나 부시려고만 한다. 

허밍버드는 저 먹으라고 걸어둔 수액을 벌이나 나비, 심지어 개미가 와서 핥아먹어도 주위를 맴돌기만 할 뿐 제 것이라고 우기지 않고, 제비는 어린 새끼들을 뱀에게 강도짓 당해도 절망하지 않고, 또 새집을 열심히 짓는다.

달걀 값보다 닭장 유지비가 더 많이 들어보이는 도시농부, 앞집 여자는 요즘 어미 잃은 염소새끼를 거두느라 바쁘다. 우아한 거실 한 가운데 플레이 팬을 놔두고 그 안에 든 새끼들에게 우유 젖병을 물리고 있다. 

냄새나지 않느냐고 했더니 괜찮단다. 고도비만인 그 집 강아지 리버만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어슬렁거릴 뿐이다. (프렌치 불독인데 이름과는 정반대로 생겼다.) 

 

얼마 전에는 토끼들이 채소밭에 있는 고추잎을 다 갉아 먹어버려서 팬스 입구에 작은 철조망을 또 한 겹 쳤다. 모처럼 큰마음 먹고 홈디포에서 가든 팬스를 사다 밭 둘레에 치고 높이가 4피트 정도 되어 예전처럼 토끼들이 드나들지 못하겠지 했는데, 팬스의 사각무늬가 제법 큰 탓인지 아주 비만 토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많은 토끼들이 들락거린다. 

채소밭에는 고추잎이 아니라도 홍갓과 근대, 깻잎 등이 한창 잘 자라고 있는데, 맛이 고추잎이 제일 나은지 그것만 먹는다. 

지금 우리 집 덱 아래에는 몇 마리인지는 모르지만, 최근에 출산한 토끼 새끼들까지 아파트 분양 받은 것처럼 한 일가가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보통 토끼들은 그냥 마당에 있는 민들레나 잡풀들을 먹는데, 식성이 유별난 토끼 몇 마리가 밭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그 까짓 것 봐줄 수도 있는데, 채소는 자라기 전에 잎이 떨어져 나가 버리면 열매를 맺을 수가 없다. 매운 태국 고추는 잎도 매운지 손도 대지 않았다.

최근에는 화분흙을 만들어 보았다. 시중에 파는 것도 있지만, 많은 양이 필요할 때는 재료를 사다 만들면 훨씬 많은 화분갈이를 할 수 있다. 피트모스와 카우 매뉴어, 라임흙과 펄라이트, 본 밀을 섞어 만드는데, 가격으로 치면 화분흙 4포대 값인데, 양이 두 배로 나오니 더 저렴하다. 

화분 안에 있는 식물이나 꽃이 잘 자라지 않고, 시들하다면 대부분 물 아니면 흙 때문이다. 요즘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화분갈이부터 농사에 관해 전문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유튜버들이 무척 많다.

아니나 다를까 시원찮은 우리 집 화분 대부분은 흙이 떡이 되어 있었다. 물도 잘 빠지지 않을 뿐 더러, 뿌리가 도저히 자랄 수 없는 환경이었다. 민트 화분 바닥엔 개미들이 아주 진을 치고 있었다. 

작년에 삽목을 한 유카는 뿌리는 대부분 났는데 흙이 안 좋았는지 잎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잎이 필 것이다. 가드닝을 모를 때는 무조건 사다가 심었는데, 요즘은 삽목을 하거나 주로 파종을 해서 키운다. 조그만 싹이 나오는 것부터 자라서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는 일은 정말 설레이는 일이다.

 

달러스토어에서 산 백일홍 씨앗을 삼월쯤에 오래된 웨건에 흙을 넣고 뿌렸는데, 지금 꽃이 한창이다. 성질이 급해서 왜 이렇게 꽃이 늦지 하고 안달을 했는데,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백일홍이니 백일 동안은 피어 있겠지… 그 곁에 사과나무도 올해는 제법 많은 사과가 열렸다. 

그래니 스미스 종류인데 그냥 먹기는 좀 시지만, 사과 파이를 해먹을 생각이다. 사과를 크게 만들려면 순치기를 해야 한다는데, 동그란 사과가 달린 것이 너무 예뻐서 그냥 두기로 했다. 사과나무가 세 그루 있었는데 그 중 제일 큰 나무가 작년 태풍에 뿌리 채 뽑혀서 지금은 두 그루 밖에 없다. 바람이 많이 부는 동네여서 그런지 과일나무는 대추나무를 제외하곤 잘 되지 않는 편이다. 

 

우리 집엔 총 세 그루의 대추나무가 있다. 약대추는 해마다 작은 나무가 어떻게 열매를 저리 많이 맺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열린다. 작년부터는 야자대추와 종 대추도 제법 많이 열려 여기저기 나눠 주고도 대추차, 대추고, 대추 효소까지 만들곤 한다. 

문제는 만들어놓고 오랫동안 방치해 둔다는 사실이다. 사실 두 식구 사는데, 냉장고가 여러개다 보니, 만들어놓고 잊어먹기 일쑤이다. 미니멀리즘이 대세라는 데 나는 반대로 맥시멀리즘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칠월 역시 초록의 맥시멀리즘을 대표하는 달이다. 지상의 모든 사물이 물감을 뿌려놓은 듯 초록, 초록으로 한껏 물들어가고 있는 이즘,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도 여름의 정원처럼 풍성하게 생기가 넘쳐나면 좋겠다. 먼 바다가 가깝게 느껴지는 달이기도 하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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